국회 출입한 지가 꽤 됐지만 지금처럼 당과 청이 대놓고 인사하는 것은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 교육비서관으로 박경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발탁했다. 전직 국회의원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가는 것이야 MB정권 때부터 있었던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성권 전 의원이 시민사회비서관으로 갔고 정문헌 전 의원이 통일비서관으로  갔다. 

근데 간 시기가 다르다. 두 전 의원은 총선 직후가 아니라 야인 생활하다가 청와대 호출을 받아 갔다. 그런데 박 전 의원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20대 비례대표 의원 임기를 마치고 그것도 모자라서 4.15총선에서 서초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5월31일 임명됐다. 청와대 검증기간까지 계산하면 총선 패하길 기다렸다가 박 전 의원을 낙점한 셈이다. 

박 전 의원 때문에 비서관 인사가 며칠 늦춰졌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면 현 정권이 박 전 의원의 전문성을 얼마나 높이 사는지 짐작할 만하다. 설마 지난해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이 곡은 주제 선율을 과시하지 않고 은근하게 드러낸다. 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고 한 발언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쳐 청와대 비서관 인사 시기마저 늦추며 박 전 의원을 영입한 것은 아닐 것이다. 

청와대는 그렇다 치고 여당 의원들의 인사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서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보좌진 채용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통상 보좌진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관 각 1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최근 ‘화제의 보좌관’으로 떠오른 인사들을 보면 탄식이 나온다. 민주당 비례대표 김병주 의원은 장진수 전 행자부 정책보좌관을 보좌관으로 임명했고 광진갑 고민정 의원은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을, 동작을 이수진 의원은 허영일 전 행자부정책보좌관을 국회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 3인의 공통점은 불과 두 달도 안 된 4.15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되거나 중도하차한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장진수 보좌관은 과천·의왕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선언을 했지만 중앙당에서 이소영 의원에게 전략공천을 주면서 뜻을 접어야 했다. 

여선웅 보좌관은 송파병에 민주당 현역 남인순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컷오프당했고 허 보좌관은 나경원 의원의 동작을에 출마해 지역을 누비다 중앙당이 현 이수진 의원을 전략공천하자 출마를 포기했다.

한마디로 이들 3인의 공통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몇 개월 지역구를 누비며 표를 달라고 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이라는 점이다. 다음에 또 나올 수도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출마자가 바로 그해 임기가 시작되는 순간 경쟁자 혹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간 것은 희귀한 케이스인데 그것도 3명이나 보좌관으로 간 것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보좌관 하는 일이 입법 등 정책도 있고 언론 담당 등 정무적 영역도 있어 전문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회의원 출마자로서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며 했던 수많은 공약과 발언들은 국회의원 후보자로 한 것이지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기 위해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4급 보좌관 역할과 위상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단지 총선 출마용이 아닌 입법기관 책무를 다하고 정치인이 아닌 전문 직업인으로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인사들을 이들이 막은 건 아닌지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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