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지연에 속 타는 투자자들...윤 행장 면담 결단, 해결 가능성은?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여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저마다 다른 피켓을 들고 앉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 간담회 요구와 대책을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 직후 IBK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사모펀드의 투자자 대표단과 윤 행장의 면담 결단 사실을 알렸다.


- “거짓과 사기행위 판매”...디스커버리 펀드 피해 대책 촉구 집회
- 총괄 본부장, 전 은행장 비판...금감원 특별검사 촉구 등 책임론도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기업은행은 투자자들과 윤 행장과의 간담회를 결정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일 대책위가 공문을 보내 요구한 사항을 윤 행장이 수용한 것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간담회 전 이들은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디스커버리 판매 과정의 불법적 사례를 직접 전달하고 피해자 중심의 문제 해결을 촉구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오는 11일 예정된 이사회 참관과 발언 기회 보장도 요구하겠다고 전했다.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환매 지연 총 900여 억
윤 행장, 면담 요청 수락


투자자들의 디스커버리 펀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이미 수차례 이뤄져 왔다. 기업은행이 2017~2019년 판매한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는 각각 3612억 원, 3180억 원 상당. 하지만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환매가 지연됐고, 그 금액은 각각 695억 원, 219억 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사태 발생 이후 기업은행은 김성태 전무이사를 단장으로 하는 ‘투자상품 전행 TF’를 구성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 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이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우선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투자금 일부를 투자자에게 선지급한 뒤 미국에서 자산 회수가 이뤄지는 대로 나머지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행장은 면담 가능성을 언급한 당시 “그 동안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투자상품 전행 대응 테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해 왔다”며 “6월 예정된 이사회 이전에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면담 요청에 응할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펀드사기 오적(五賊) ‘5인’
윤석헌 금감원장 책임론도


윤종원 은행장과 대책위의 면담이 결정되기 전인 지난 4일 오전, 대책위 관계자들은 기업은행 본사 앞 4차 집회를 통해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에 대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이 모든 피해자들에게 원금의 110%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과 판매사들이 VIP 고객들의 자산정보를 들여다보고, 사모펀드를 일반 적금이나 예금과 같이 안전한 상품이라며 거짓과 사기행위로 판매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미국 자산운용사의 대표가 사기혐의로 피소되고, 자산동결·법정 관리되는 과정에서 기업은행이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기본적 선관주의 의무를 외면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기업은행이 계약 무효를 인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책위는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와 연관된 인물 중에서도 해당 사태의 핵심 5인을 꼽아 ‘펀드 사기 오적(五賊)’으로 표현했다. 김도진·윤종원 전·현직 기업은행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 미국 자산운용사 DLI·DLG, WM사업본부장 및 팀장, 지점장 및 부지점장, 펀드 판매담당 PB 등 총 10인을 두고 자체 투표에 나선 것. 그 결과 대책위 측은 펀드를 기획하고 도입‧판매 과정을 총괄한 본부장을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 최고 원흉’으로 꼽았다. 또한, 펀드의 최초 기획자인 자산운용사와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의 책임론도 부각됐다. 금감원의 미흡한 소비자 보호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 책임이 따른다는 해석이다. 대책위 측은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감독이나 검증 단계도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감원의 특별검사를 촉구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고 피해자 구제방안을 제시하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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