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과열 조짐‧피해 확산 우려...‘투자자 보호 조치 필요’ 주장

[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투기 광풍으로 매매 방식이 전환됐던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 약 한 달 만에 정상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상화 이유를 두고 국제유가의 안정세와 유동성공급자(LP)들의 분기 평가 의식에 대한 괴리율 완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레버리지 원유 상품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화 전망을 두고 추가적으로 발생할 투기 과열 조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ETN 문제와 관련한 각종 문제 제기와 함께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레버리지 원유 ETN 투기 과열...정부 조치 두고 의견 분분
- “관리‧감독 부재 비판...증권사 이득 위해 투자자 보호 소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은 괴리율 9.78%로 장을 마쳐 단일가매매가 해제됐다. 이는 단일가매매 방식 전환 조치 후 약 한달만에 해제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높은 관심을 감안해 다시 단일가매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 ETN은 괴리율 12.59%까지 오르기도 했고,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거래정지에 해당되는 괴리율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진입장벽 투기 차단
별도 시장 관리 방안


앞서 거래소는 레버리지 원유 ETN에 대해 투기 과열로 괴리율이 벌어지자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전환했고, 영업 3일간 괴리율이 12% 이하를 유지할 경우에 이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등 여러 이유로 괴리율이 하락했고, 지난 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달 만에 15달러 이상 오른 배럴당 35달러대에 거래됐다.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ETF·ETN 통합지칭)에 몰린 개미투자자들로 인해 정부는 지난달 진입장벽을 높여 무분별한 투기수요를 차단하도록 움직임에 나선 바 있다. 금융당국이 ETF(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ETN 투자시 기본 예탁금을 1000만 원으로 설정하고, ETN의 액면병합을 허용하기로 한 것. 또한 파생상품투자가 수반되는 레버리지 ETF·ETN을 일반 주식시장에서 분리해 별도 시장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국내에만 적용되는 기본예탁금 설정은 해외와 역차별이 된다는 이유에서 일부 증권가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뉴시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금감원‧증권거래소
감사 요청 청원 등장


이 같은 상황에서 ETN과 함께 금감원과 증권거래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나아가 금감원과 증권거래소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청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원유ETN 문제와 관련하여 금감원, 증권거래소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됐으며, 해당 청원은 오는 7월1일 청원 마감을 앞두고 있다.

게시글 작성자 A씨는 해당 청원글을 통해 한국 증권거래소가 미국 ETN 문제를 2016년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발생 후 조치에 나서 일반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를 확대시켰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의 관리 감독 부재와 함께 증권사의 수수료 이득만을 위해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소홀해 피해 규모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A씨는 “독일 DLS 파생상품 판매와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양매도 ETN 판매 등 모두 위험한 금융상품을 일반 투자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 이면에는 금융회사의 막대한 수수료 이득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원유 ETN에서 또 되풀이 됐으며 이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 금융시스템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증권거래소와 금감원이 원유 ETN 문제 발생 가능성을 알고 있음에도, 투자자 보호보다는 증권사의 손 들어주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예방책을 조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과는 상반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가 2015년 1월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은 투자자들을 위한 경고성 안내문에는 ETN이 많은 위험을 수반하므로 투자 전체에 대한 손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복잡하고 신용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시장위험, 레버리지, 가격 변동성, 유동성 위험 등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삼성, 신한, QV, 미래 레버리지 WTI ETN 투자자들은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몰려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는 원유 ETN 상품 관련 증권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유 ETN 투자자단체는 지난달 29일 서울 남부지검에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을 상대로 한 배임 혐의 관련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 관계자는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금융범죄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민단체와 함께 연계해 효과낼 부분들을 같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