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남편 B씨와 이혼소송을 하면서 B씨 이름으로 되어 있는 10억 상당 아파트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을 해 놓았다. 문제는 그 전에 이미 위 아파트에 H은행이 선순위 근저당(채권최고액 8억 원)이 설정되어 있었고, 가처분 뒤에도 여러 채권자들이 가압류를 신청하였다. 그 후 H은행이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는데 A씨는 그 경매절차에서 어떠한 구제를 받을 수 있나?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말소기준등기가 무엇이며 그 기준이 되는 등기로 말소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소기준등기라 함은 경매물건을 낙찰 받을 경우 낙찰자가 낙찰대금 이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되는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 등기를 말한다. 즉 경매로 인해 그 말소기준권리와 그 이후의 모든 권리나 등기가 다 말소되는 데 반해, 말소기준등기 전의 권리는 여전히 남아있게 되어 낙찰자가 그 부담을 인수해야 하는 것이다.
 
말소기준등기의 대표적 예는 저당권등기, 근저당권등기, 담보가등기, 압류등기, 가압류등기, 경매신청등기 중에서 등기부 갑구 및 을구 전체 중 시간적으로 가장 앞선 등기다. 반면 말소기준등기에 해당되지 않는 예로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대항력을 갖춘 임차권 포함), 보전가등기, 가처분, 환매등기 등이 있는데 이러한 권리가 말소기준등기보다 앞서 설정될 경우에는 낙찰자가 이를 인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경매 목적 부동산등기부 상 ① 전세권 ② 근저당 ③ 가압류 ④ 가처분이 순차로 등기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만약 ③ 가압류권자가 경매를 신청할 경우 말소기준 등기는 ② 근저당이 된다. 그러므로 근저당을 비롯한 그 이후의 모든 권리나 등기는 다 말소되므로 낙찰자는 ① 전세권만 인수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이 경우에도 전세권자가 경매신청을 할 경우, 혹은 나중에 배당요구를 하게 되면 매각으로 인해 전세권이 소멸하게 된다.

 그럼 대항력 있는 부동산임차권이 있는데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만약 부동산임차권보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없는 경우에는 후순위 근저당권이 말소기준등기가 되므로 낙찰자는 부동산임차권을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항력 있는 부동산임차권보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만약 선순위 근저당권자는 가만히 있는데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하였을 경우, 말소기준등기는 선순위 근저당권이 되므로 낙찰자는 임차권을 인수할 필요가 없게 된다. 예컨대 ①근저당(말소기준) ②대항력 있는 부동산임차권 ③근저당(경매신청) 순서로 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경우 설사 임의경매를 ③번 근저당권자가 신청하였다고 해도 말소기준등기는 선순위 ①번 근저당권이 되기 때문에 대항력 있는 부동산임차권은 소멸된다. 따라서 임차권자는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B씨 명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면서 선순위 근저당권 등기가 말소기준등기가 되는 바람에 A씨 명의 가처분등기는 자동으로 말소되며 배당에 참여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처분금지가처분권자는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매 시 가압류권자나 담보권자는 당연배당권자이고, 그 외 채권자의 경우는 배당요구권자이다. 하지만 처분금지가처분은 소유권의 이전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위한 보전처분일 뿐 금전채권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배당을 요구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선행하는 말소기준등기가 있을 경우에는 이러한 가처분등기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게 된다. 차라리 이 경우 A씨가 재산분할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B씨 아파트에 가압류를 설정하였다면 일부라도 배당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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