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이낙연 의원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이 의원은 거의 1년째 차기 대선주자 여야 1위를 지키고 있다. 총선이 민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그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기 선호도 40% 전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높은 수준의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다. 당 내에서 딱히 부각되는 경쟁자도 없다. 이 의원 당권도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이 의원을 흔든 것은 바로 당권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당권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당대표가 되면 임기 2년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출마를 위해선 내년 3월 당대표를 그만둬야 한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임기는 7개월이다. 김 전 의원은 대선 불출마 뜻을 밝히며 이 의원을 타깃으로 삼았다.

당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당권, 대권을 다 움켜쥐려 한다’는 불만이 잠복해 있었다. 김 전 의원 한 방에 잠잠하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에선 반(反) 이낙연 연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 지지율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은 33.3%로 이전 조사보다 7.1%p 떨어졌다(쿠키뉴스 의뢰, 8∼9일 1029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응답률은 4.8%,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사실 이 의원 지지율 조정이나, 대세론 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가 여야 차기 선호도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초중반을 거치면서부터다. 지난해 2월 황교안 통합당 대표 선출 이후 이 의원 지지율이 본격 오르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정기적으로 자기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민주당 이 의원-통합당 황 대표 구도가 부각하면서 양당 지지층이 두 사람에게 몰린 것이다.

여론은 한번 형성되면 지속되는 속성을 지닌다. 지난해 중반 이 의원이 여야 1위에 오르면서 지지율 상승은 계속됐다. 당시 이 의원은 총리로 노출 빈도가 매우 높았다. 리더십과 안정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권으로 기울어진 정치 지향도 그에겐 우군이었다. 뚜렷한 지지율 상승 이유는 없었지만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까지 더해지면서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됐다.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이낙연 리스크’가 노출되고 있다. 우선 ‘왜 이낙연인가?’ 의문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오른 지지율엔 ‘이낙연의 정치’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의원의 정치적 자산은 무엇인지, 문 대통령 이후 어떤 국가 비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도 요구 받고 있다. ‘태도 보수’로 평가되는 이 의원의 이미지도 지지율 하락 압력이 될 수 있다. 지역구도가 약화되긴 했지만 호남 출신이 부각되면 역(逆) 결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취약한 당내 기반도 종종 이 의원 약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그의 당권 의지는 바로 이런 리스크 때문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낙연 대세론은 시험대에 올랐다.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다. 그렇다고 중도 포기도 선택하기 어렵다. 자칫 패배하거나, 승리하더라도 접전을 펼치게 되면 당내 경쟁자들에게 추격을 허용할 수도 있다. 이낙연 대세론은 8월 전당대회 결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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