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가장 확실하고도 황홀하게 장식해주는 벚꽃은 매화와 달리 한창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핀다. 향기가 없어서 귀빈대접을 받지는 못하지만, 한꺼번에 우르르 피어나는 모습은 봄날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껏 부추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매화가 ‘군자의 꽃’이라 하여 양반들이 좋아했던 꽃이라고 한다면 벚꽃은 맑은 햇살에 한꺼번에 소박하게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서민대중의 꽃. 봄기운이 절정을 이루는 4월에 일시에 피어나는 벚꽃은 4월 중순쯤이면 전국을 하얀 꽃구름으로 뒤덮는다.

서울의 대표적 벚꽃길인 여의도 윤중로는 30~35년 된 왕벚나무 1,400여 그루가 벚꽃 터널의 장관을 이루는 서울 최고의 벚꽃 명소. 국회의사당 뒤편 파천교 일대 10km에 이르는 길은 절정기 때는 수만 명의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래서 서강대교 남단에서 국회 뒤편 파천교 북단에 이르는 1.5㎞ 구간의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경남 진해도 벚꽃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항도 진해는 국내 최대의 벚꽃도시로 진해 시가지가 온통 벚꽃으로 뒤덮이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전국에서, 해외에서 해마다 수백만 명의 인파가 이곳을 찾는다.

진해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은 제황산 공원의 벚꽃동산과 해군 통제부 일원. 장복터널에서 여좌동까지 국도변 양편에 죽 늘어선 벚나무 3,000여 그루가 장관이다. 사실 전국에 벚꽃 관광지가 많긴 하지만 에어쇼와 중국 전통 서커스, 충무공 승전 행차 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은 진해뿐이다. 화개의 꽃길은 이미 십리벚꽃으로 잘 알려진 길이다. 이 길은 서로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두 손을 꼭 잡고 낭만적인 이 길을 걷는다. 하얀 눈처럼 피어난 벚꽃은 섬진청류와 화개동천 25km 구간을 아름답게 수놓아 새 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화사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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