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 동쪽 끝자락 산사(山寺) 부안개암사

부안 변산반도는 산과 바다가 하나다. 고개를 들면 수려한 산봉우리가 하늘과 만나고, 옆을 보면 드넓은 바다가 멀리까지 달린다. 이처럼 변산반도는 서로 맞닿은 산과 바다의 조화가 절묘한 곳이다. 천년고찰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시사철 언제 가도 풍성한 여정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겨울철의 변산반도는 젊은 연인들에게 즐겨 찾는 여행지로 꼽힌다. 겨울철 내내 눈이 풍성하게 내릴 뿐만 아니라, 고풍스런 절집 개암사와 내소사, 채석강, 황홀한 해넘이 등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추억거리를 만들어준다. 특히, 변산반도 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개암사는 산사다운 고즈넉함과 소박함이 도드라져 보이는 고찰로 유명한 곳이다. 기암괴석과 호수, 울창한 숲이 기다리고 있는 내변산 개암사로 떠나보자.



‘변한’의 왕궁 터 자리 ‘개암사’
변산반도국립공원은 국내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다기능 공원이다. 해안가는 외변산, 내륙 산악 지역은 내변산이라 구분하고 있다. 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변산반도국립공원은 변산 안에 의상봉(508m), 신선봉(486m), 쌍선봉(459m) 등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를 지녔다. 그 사이에 개암사, 내소사, 월명암 등 유서 깊은 고찰이 있고 직소폭포, 봉래구곡, 낙조대 등 승경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유천리도요지, 구암리 지석묘군과 호벌치와 우금산성 등 역사 유적지가 있다. 채석강, 적벽강, 신석정 시비, 한국에서 최초로 조성된 금구원 조각공원, 그리고 변산해수욕장, 격포, 고사포해수욕장 등 3개의 해수욕장까지 갖추고 있는 대한 8경 중의 하나다.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에 위치한 개암사는 국립공원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천년고찰이다. 백제 무왕 35년(634)에 묘련왕사가 애초 변한의 왕궁 터였던 자리에 절을 세우고 개암사라 칭했다고 전해온다. 그 뒤로 여러 차례 중창되어 대찰을 이루었으나 임진왜란 때에 모두 불타버리고 조선 효종 때에 다시 중수되었다고 전한다. 오늘날의 넓은 절터에는 건물이 몇 채밖에 없어서 단아하고도 소박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찾아오는 사람들도 드문 편이어서 산사다운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양쪽에 느티나무 고목들이 늘어선 돌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처마 끝이 날아갈 듯 경쾌해 보이는 대웅보전(보물 제292호)이 올려다 보인다. 그 뒤편에는 울금바위를 치밀어 올린 산자락이 듬직하게 둘러쳐져 있다. 이곳 대웅보전의 문살에는 간결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는 사방연속무늬가 수 놓아져 있는데, 절집의 정갈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또한 기와를 중간 중간에 박아 넣고 쌓은 흙담장, 대나무 울타리와 갈대로 둘러쳐진 요사채도 개암사만의 소박한 멋을 느끼게 한다.


겹겹이 포개진 봉곳한 상봉우리
대웅보전 뒤편의 산등성이에 솟은 울금바위를 중심으로 총 3km에 이르는 석성의 자취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이 성이 바로 백제 부흥운동의 근거지였던 주류성이라는 말이 전해오기도 한다. 울금바위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녹두장군의 동학군이 기치를 드날리던 고부들판이 끝없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봉곳한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포개진 심산유곡이 들어온다. 이 서쪽 방
면의 산자락들이 바로 조선팔경의 하나이자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히는 내변산이다.

내변산은 말 그대로 안쪽 변산, 즉 내륙 쪽의 변산을 가리킨다. 반대로 바닷가 쪽의 변산은 외변산이다. 그리고 내변산과 외변산이 합해서 변산반도국립공원을 이룬다. 호남정맥의 산줄기 하나가 서해바다 쪽으로 불쑥 뛰쳐나온 형상인 내변산의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에는 직소폭포, 봉래구곡, 낙조대 등의 절경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내변산의 봉우리들은 대체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아래쪽의 계곡에는 수많은 폭포와 여울, 소와 담이 형성돼 있어서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특히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의 저녁노을과 높이 솟아오른 절벽 위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직소폭포의 경관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장관이다. 더욱이 지난 1995년에 부안댐이 완공된 뒤로는 기암괴석의 봉우리와 울창한 숲, 산영(山影)을 담은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하산 길 ‘온천욕’ 또 다른 재미
개암사에서 내변산으로 가려면 부안군 상서면 소재지를 거쳐 고인돌이 여럿 있는 구암마을에서 736번 지방도로를 타야 된다. 구암마을에서 직소폭포 초입의 사자동까지의 거리는 약 삼십리쯤 된다. 겨울철의 내변산 등산코스 중 가족과 함께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코스는 사자동의 내변산 매표소에서 약 2.2㎞ 떨어진 직소폭포까지 왕복하는 코스이다. 느긋하게 걸어서 2시간 내외이면 왕복할 수 있는데다가 힘든 구간이 거의 없어서 눈이 와도 무난한 트레킹코스다. 더욱이 숲길, 옛 절터, 저수지, 담과 소, 폭포 등을 두루 볼 수 있어 퍽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시간과 체력의 여유가 있다면, 직소폭포에서 곧장 재백이고개를 통해 내소사 방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다시 외변산으로 나가 채석강의 해넘이를 감상해도 좋다. 채석강은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항과 그 오른쪽 닭이봉 일대 1.5km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이름으로 오랜 세월 자연이 빚은 퇴적예술의 걸작이라 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또한 다른 퇴적암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가 많고, 퇴적된 과정들이 절벽에 입체적으로 잘 드러나 있어 학술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배 타고 술 마시다가 물에 비친 달빛 모습에 반하여 물에 뛰어 들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

해안절벽 앞에는 먼 바다에서부터 깎여들어온 암반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어 해안의 경치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변산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하산의 또 다른 묘미다. 변산면 대항리에 자리잡은 변산온천은 국내 최초의 해변온천이다. 지하 600m에서 나오는 유황온천수는 피로회복, 신경통, 당뇨병, 부인병, 고혈압등의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온천 내에는 40개의 객실과 사우나탕, 식당, 단란주점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온천욕과 숙박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밖에도 외변산의 격포항, 궁항, 적벽강, 성천 등지에는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오픈세트장이 조성돼 있어서 둘러볼 만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부안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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