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좌), 김태년 원내대표(우) . 뉴시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좌), 김태년 원내대표(우) . 뉴시스

 

[일요서울] 여야는 주말인 21일에도 원 구성 갈등을 해결할 만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기싸움만 이어갔다. 원내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는 직접 협상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면서 냉각기는 더 길어졌다.

정치권에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주말 사이에 물밑교섭을 통해 파행 정국을 피하고 극적인 타협점을 찾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양측 사이에선 합의점에 이를 만한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 안에 원 구성 마무리를 목표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가 주말에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원 구성 협의 차질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특히 당장 3차 추경안 심의가 시급한 만큼 미래통합당의 상임위 복귀를 거듭 요청하면서도 '반쪽 국회' 장기화에 따른 추경안 심의 지연, 공수처 후속법안 등 입법활동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번 주 중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고 더 늦기 전에 민생을 살리기 위한 3차 추경안 심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의 국회복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변인은 "21대 국회가 개원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일부 상임위가 가동돼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중이지만 제일 중요한 3차 추경안 심사는 예결위를 비롯해 12개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아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달 추경심사를 완료하고 7월부터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불가피하게 미뤄지게 됐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원내지도부간 협상 여부에 대해 "수석 간에 통화는 계속하고 계신 것 같긴 하다"면서도 "오늘 중에 원내대표나 수석회담 따로 없는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원 구성 강행 이후 펼쳐질 '거여(巨與) 정국'에 대비해 여댱을 견제할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이를 위해 휴일에도 당 차원의 외교안보특위를 가동해 정부의 대북정책 맹점을 비판하며 대여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박진 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정부는 북한의 도발시나리오에 대한 단계적 대응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야당과도 협력해야 한다"며 "국민은 대북정책 파탄과 대미외교 실패의 책임을 물어 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하는데 여권에서 나오는 쇄신론을 보면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환과 국제사회 공조 강화라는 국민적 요구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오히려 북한 눈치를 보는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조태용 의원은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 됐다고 생각하고 한미동맹을 포함해 안보태세를 가다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신원식 의원은 실질적 비핵화를 위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통합하고, 중국에 약속한 '3불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철회)'도 전면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의장의 상임위 배정 등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통합당에서 잇따라 마련했다.

태영호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 없이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태 의원은 "민주주의의 위대함과 자유의 소중함을 북한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지만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의회 독재'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치와 상생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독단적인 국회 운영을 막기 위해 의사일정, 상임위원장 배분 및 직권상정 여부 등에 대해 원내대표 간 합의를 통한 결정을 의무화했다.

당 안팎에서 원내 지도부 공백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송언석 비서실장, 충복 보은군 지역구의 박덕흠 의원은 지난 20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에서 주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원 구성을 강행할 경우 펼쳐질 '기울어진 국회'에서 제1야당으로서 역할과 정부·여당 견제 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통합당의 일부 초선 의원들은 지난 20~21일 주 원내대표가 머물고 있는 사찰을 찾아 회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주 원내대표는 국회로 복귀할 의사가 아직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부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강은 물을 버려야 바다로 간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는다' 라는 내용의 불교 화엄경을 인용하면서 "위기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 여야가 힘을 합쳐 협치하고 상생해야 할 때"라며 "민주당도 더 이상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자세가 아닌, 더 큰 대의(大義)를 위해 비우고 채우는 순리(順理)의 정치가 필요한 때임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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