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수백억 원을 들여 건설·개축 보수한 개성공단 내 남한측 자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6월16일 폭파했다. 이 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설치되었다. 북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문 대통령과 김이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하면서 이어갔던 관계가 완전 파탄 났다는 걸 상징한다.

그동안 북한 측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싸잡아 ‘배신자’ ‘겁먹은 개’ ‘못된 짓 못 본체 하는 놈’ 등 모욕적 욕설을 퍼부었다. 김은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입을 통해 문 대통령이 “큰일(대북제재 해제)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쳤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대북제재를 풀어준다며 ‘흰소리’를 쳐놓고는 배신했다는 것이었다.

북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정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오판과 착각이 자초한 대북정책의 재앙이다. 문 대통령은 김과 정상회담하기 전 “북핵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오판은 ‘대화’를 통해 북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착각한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며 김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 서 주다시피 했다. 그러나 김의 ‘분명한 의지’는 북핵 폐기에 있지 않았다. 핵 시설 일부만 해체한 채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하며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데 있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김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으므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대북제재 해제 촉구는 김정은의 핵보유 의도를 핵 폐기로 오판하였음을 반영한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간청대로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주면 문 대통령이 그 대가로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제해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미국에 묶여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없었고 개성공단 재가동도 실천하지 못했다.

그대신 문 대통령은 김에게는 관심도 없는 남북 도로·철도 보수 및 연결 사업이나 들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도로·철도 사업에 착수해주면 김이 감복한 나머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질 것으로 착각했다. 이것도 큰 착각이었다.

그밖에도 문 대통령은 2018년 6월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자,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이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용기와 결단에 높은 찬사를 보낸다”며 극구 찬양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8개월 만에 하노이에서 열린 두 사람의 회담은 완전 결렬되고 말았다.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이 ‘세계사적 사기극’이 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의 회담성과 찬양은 성급했고 착각이었음을 다시금 드러낸 결렬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모멸적 인신공격과 연락사무소 폭파 위협에도 경고 한마디 못했다. 도리어 그는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사업을 적극 찾고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며 김정은 달래기로 일관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굉장히 실망스럽다”면서도 “계속 인내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계속 인내’는 상어가 금붕어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착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날의 착각과 오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한 패륜아 독재자에게는 “계속 인내”가 아니라 강력한 응징만이 통한다. 청와대측은 연락사무소가 파괴되자 뒤늦게나마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는 김에게 ‘계속 인내’하기보다는 ‘강력히 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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