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비는 연등축제

우리나라 불교 역사는 연등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 연등 행사의 유래는 1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등행사는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 현재까지 민중의 종합 거리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초파일 열리는 연등축제를 찾아 간절한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부처님 오신 날 봉축위원회가 18일부터 3일간 동대문 운동장과 종로 등에서 2007 연등 축제를 갖는다.

연등축제는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다.

그만큼 역사도 다른 축제와 달리 오래다. 연등에 대한 문헌을 찾아보면 신라시대에 황룡사에서 연등을 밝혔다. 고려시대 연등 행사는 연등도감이라는 국가기관이 연등회를 주관할 만큼 가장 전성기를 이룬다. 옛 기록들은 궁궐부터 시골까지 화려한 연등을 밝히고 잔치를 열었다고 밝히고 있다.

고려시대 연등회는 팔관회와 함께 국가 2대 명절이었다. 고려 초기 연등행사는 음력 정월보름이나 2월 보름에 열렸지만 23대왕 고종 32년부터 초파일에 열리게 됐다.


초파일마다 거리는 인산인해

조선시대 들어서는 유교정책 등으로 불교문화가 쇠퇴하기는 했지만 연등행사의 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민간 세시풍속으로 이어진 초파일 관등놀이가 그것이다. 이날은 집집마다 등대를 세우고 자녀수대로 등을 밝혔다고 한다. 또 형형색색의 등이 밝혀지는 저녁부터 장안의 남녀가 거리로 나와 밤이 늦도록 축제를 벌였다. 현재는 종로에서 펼쳐지는 연등축제가 옛 풍습을 잇고 있다. 연등행사가 사찰이 아닌 저잣거리에서 열렸을까. 답은 연등 재료를 파는 육의전이 지금의 종로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애들은 초파일이 다가오면 종로 육의전 거리에서 재료비를 모으기 위해 호기놀이를 했을 정도였다.

호기놀이는 아이들이 종이 등을 잘라 대에 매달아 기를 만들고 장안을 돌아다니며 쌀이나 돈을 구하는 놀이를 말한다. 또 상인들도 화려한 등과 장난감을 내놓고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전등이 없던 그들에게 거리를 환하게 밝힌 연등이야 말로 일년 중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춤과 음식도 빠지지 않는다.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은 느티떡과 볶은 검정콩을 먹었고 바가지를 엎어서 두드리는 ‘수부희’라는 행위를 했다. 그리고 등타령을 부르며 한해의 소원을 빌었다.


형형색색 등에 감탄 저절로

해방이후 연등행사는 조계사-종로4가-을지로-시청앞-안국동-조계사로 이어지는 행렬로 꾸며졌다. 이후 1975년 초파일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여의도광장-조계사로 바뀌게 된다.

부처님 오신 날 봉축위가 연등행사를 축제로 주최하게 된 것은 지난 1996년부터다. 이때부터 연등행사는 제등행렬과 문화마당, 어울림마당 등 갖가지 행사로 꾸며지면서 종합 거리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2007년 연등축제는 18일 강남 봉은사에서 열리는 전통 등 전시회부터 시작된다. 전시회에는 학 등, 코끼리 등, 호랑이 등, 수박 등, 거북 등이 소개된다. 또 민중의 소망을 담았던 다양한 모양과 색채의 전통등과 생활에 응용이 가능한 작품들도 얼굴을 내민다.

19일 저녁 7시부터는 인사동과 조계사 앞길에서 연등놀이가 펼쳐진다. 이날 연희단의 공연은 시민들에게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연희단은 조계사-안국동-인사동-조계사로 이어지는 연등 퍼레이드를 이끈다.

봉축위는 시민들의 흥을 돋우는 연희단 구성을 60여개 팀에 인원 2000명까지 늘렸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가를 유도할 방침이다.

외국인 참가자들을 위한 행사도 다양하다.

봉축위는 제등행렬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등을 나눠줘 축제를 즐기도록 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단체 15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일본과 몽골 등 아시아 국가 8개국 단체가 축제 참가를 신청한 상태다. 20일 열리는 외국인 등 경연대회에서는 1000여명의 참가자가 대회를 꾸민다.

연등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제등행렬이다. 20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제등행렬은 종로에서 2시간30분간 계속된다. 제등행렬이 끝나면 조계사 공평사거리에서 축제의 마지막을 달래 줄 연등음악회 및 대동 한마당이 이어진다. 한마당 행사에서는 노래공연과 대동 놀이가 펼쳐진다. 봉축위 관계자는 “올해는 마음과 세상을 밝히는 축제, 전통의 멋과 흥이 넘치는 축제, 외국인이 함께 하는 세계 축제, 신명나고 역동적인 참여축제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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