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낙엽길’ 준비 한창

서울종로 와룡동에 위치한 창덕궁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곳. 바로 대궐 북동쪽에 위치한 창덕궁의 후원이다. 조선조에는 왕실 가족외에는 출입을 금한다 해서 금원(禁苑)이라고 불렸다.

하루쯤 도심의 바쁜 일상을 비켜서 여유와 사색, 자연의 풍취를 느끼고 싶은 이들이 자주 찾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일일 관람객이 적게는 3000명에서 많게는 5000여명에 달하는 창덕궁은 절반 이상이 외국인(특히 일본인)들로 쉴새없이 북적인다.

경복궁, 창경궁 등 서울의 다른 궁궐과는 달리 이곳은 철저한 안내 시스템 및 코스별 탐방으로 유지돼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회당 50명의 한정된 인원으로 한적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옥류천(후원) 특별관람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유일의 왕실 후원인 금원은 1406년 4월(태종 6년) 후원에 해온정(解溫亭)을 건립한 후 인조 등 여러 임금에 의해 다양한 정자와 연못들이 조성되어 오늘에 이른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역사속 수많은 재해를 입고서도 비교적 잘 보존돼온 창덕궁은 1960년 인정전과 함께 비원이 일반인들에게 연중 공개되기 시작했고, 지난 97년 12월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사실 궁궐내 모든 곳이 아름답지만 아직 관리소(소장 이위수)측이 꺼내놓지 않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 일명 ‘낙엽길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창덕궁 관람 코스 대부분이 콘크리트 도로로 이뤄져 있으나 금원만큼은 자연의 느낌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낙엽길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관리소 측의 설명. 당초 토사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구간만 낙엽을 깔려 했으나 금원 전체로 차츰 확대하게 됐다고 한다.

정현숙 창덕궁 관리소 홍보팀장은 “금원은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공간”이라고 전제한 뒤 “자연 정취를 충분히 느끼게끔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
했다”고 낙엽길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늦어도 올 여름(8~9월)께 일반인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힌 정 팀장은 “화재 예방대책이 마련되고, 문화재청이 허락하는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코스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관리소측은 ▲희우정 언덕~능허정 진입부 ▲취규정~옥류천~빙천길 등을 예정하고 있다.

여유롭게 걸어 최소 2시간 가량 소요되는 흙내음 물씬 풍기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이 코스를 거니는 동안 너구리, 꿩, 딱따구리, 청설모 등과 같은 다양한 야생 동물들과 마주칠 수도 있어 산책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원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주위 경치를 살핀다는 본래 취지를 위해 매점이나 자판기, 벤치 등은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 팀장의 귀띔이다.

한편 관리소측은 한여름 산책길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금원 관람 코스를 올해는 목요일 자유관람(일반인 1만5000원)에 한해 일부만 개방한 뒤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차츰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