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접경지역 여러 곳에서 대남확성기를 재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2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접경지역 초소에 대남확성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 2020.06.22.[뉴시스]
북한이 남북 접경지역 여러 곳에서 대남확성기를 재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2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접경지역 초소에 대남확성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 2020.06.22.[뉴시스]

 

[일요서울] 북한이 대남(對南) 확성기를 재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추가적인 '4·27 판문점 선언 깨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접경지역 여러 곳에 대남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남전단 살포 준비와 같은 심리전 활동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확성기와 관련해서도 "일부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앞서 남북 정상은 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하고, 같은 해 5월 초 방송 장비를 완전 철거했다.

북한이 정상 간 합의사항을 번복하고 재설치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최근 이어지는 대남 적대행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달 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방 이후 단계적으로 행동을 취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 삐라 관련 담화에서 남한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후 지난 9일 낮 12시를 기해 남북 간 통신연락망을 완전 차단했으며, 지난 16일에는 판문점 선언에 따라 설치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확성기 재설치도 이 같은 조치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역대 최대규모인 1200만 이상의 대남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번 확성기 재설치가 대남 전단 살포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확성기 설치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밝힌 대적 군사행동 계획에는 없지만, 판문점 선언 2조1항은 전단 살포과 함께 확성기 방송 중단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로 남한이 이미 합의 사항을 깬 만큼 반대로 확성기 재설치의 명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특별한 행동 없이 간헐적인 대남 비방 정도로 숨고르기를 하던 북한이 다시 대남 전단 살포 전에 저강도 도발을 통해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판문점 선언의 조항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규정하고 있고, 전단 살포에 대한 합의가 깨졌으니 확성기도 깨겠다는 것"이라며 "결국은 4·27 판문점 선언 깨기"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상부의 재가가 있었겠지만, 확성기 설치는 당 중앙군사위 승인 없이도 통전부나 총참모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저강도부터 단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어느 상황이 쪽으로 전개되든 한반도 긴장 국면은 당분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의 확성기 설치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측도 맞대응 차원에서 확성기 시설을 복구할 경우 전방 지역 갈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여기에 북한이 대규모 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있고,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 온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 연합도 6·25전쟁 70주년인 오는 25일을 전후로 대북 전단 공세를 예고하면서 남북 간에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접경지역에서 한동안 평화가 이뤄졌는데, 다시 2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더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일단은 중요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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