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1월의 가 볼만한 곳 <2>
- 제주‘태왕사신기’ 세트장

지중해 해변처럼 코발트빛 바다가 꼬리를 물고, 까만 갯바위에 쉬지않고 부딪히는 하얀 파도, 손을 가져다 대면 맑은 구슬소리를 낼 것 같은 야자수 아래 푸른 물결, 푸른 초원 …. 이국적 풍경의 제주는 영화, 드라마 등에서 빛나는 영상에 서정적 숨결이 더해져 보석같이 빛났다. 그리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 속, 그들의 사랑은 우리네가 갖고 있던 제주에 대한 추억 그것과 닮아있다. 내 어머니의 신혼의 단꿈이 묻어있는 ‘그리움의 공간’으로, 누군가에게는 학창시절 동무들과 함께 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으로 남은 제주. 그 공간을 반추해보고 싶어질 때는 자연스럽게 낡은 사진첩 속 흑백사진을 꺼내보거나 리모컨의 ‘되감기’버튼을 누르게 된다. 천혜의 자연 보고이자 자주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가 된 제주에 또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 세트장이 만들어졌다. 비록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세트에 불과하지만 그 곳에 서면 드라마 속 명장면들이 눈 앞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국적 풍경과 추억이 만나 이룬 사랑이 곧 한편의 드라마가 되는 제주, 그 섬이 이번에는 고구려의 역사와 만났다.



한류스타 ‘욘사마’ 때문일까.

드라마 ‘태왕사신기’ 는 방영 전부터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많은 관심과 이슈를 몰고 왔다. 한반도 역사에서 유일하게 광활한 대륙 정복을 통해 한민족의 기상을 드높였던 고구려 최고의 영웅 광개토대왕(배용준 분)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 ‘태왕사신기’.

환웅이 나온 신화시대를 그려낸 첫 회부터 현란한 컴퓨터그래픽과 방대한 스케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았던 새로운 형식의 ‘판타지 역사 사극드라마’다. 담덕이 왕이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광개토대왕의 성공스토리에, 역사적 상상력으로 창조된 사신(四神)이라는 신화적 요소에, 수천년을 이어온 안타깝고도 엇갈린 사랑이야기에 전국이 들썩인다.


화려한 ‘호화객잔’

아니다 다를까. ‘욘사마’ 파워는 역시 막강했다. 평일인데도 중년의 일본여성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욘사마’의, 담덕의 발자취를 조심조심 밟는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묘산봉 오픈 세트장은 무려 130여 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대규모 세트장이다. 6만 3000여 평의 부지에 고구려의 황금시대인 광개토대왕 시절의 궁궐 등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또한 궁궐을 비롯한 태학, 내성문, 해자, 연가려 저택, 호화객잔, 외성문, 야시장, 귀족마을과 서민마을에 이르기까지 당시 귀족과 서민의 생활상을 담아 오픈세트장을 만들었다. 세트뿐만 아니라 고구려 시대 벽화와 전통문양 등 건축물의 세세한 부분에도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화려한 건축물은 호화객잔. 말그대로 귀족들이 풍류를 즐기던 호화스런 객잔으로 낮에는 도박장이요, 밤에는 기녀들이 있는 술집이었다. 지붕을 역으로 만들어 비가 오면 빗물을 받아 연못을 만드는 등 고풍스런 단청과의 조화를 이루는 호화객잔의 건축양식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니어처로 제작되어 큰 호평을 받을 만큼 독특하고 아름답기로 이미 입소문이 나 있다.

실존했던 인물인 연가려의 저택 또한 고구려 제일의 귀족으로 권력은 물론 부와 명예를 갖춘 드라마 상의 역할답게 크고 섬세하며 고풍 있게 지어졌다. 본관을 중심으로 연못, 폭포, 정자, 정원, 마굿간, 하인들의 거처까지 갖춰져 있어 그 당시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다.


웅장한 ‘대전’의 위엄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것은 단연 대전이다. 황금색과 레드가 조화를 이루며 광개토대왕의 명성에 걸맞은 웅장함과 위엄을 발산한다.

다섯 세력의 집단이 결성하여 창건된 고구려는 절대왕권이 아니었다. 따라서 대전은 왕과 나머지 네 개 연맹장의 권력과 지위를 존중하고 거대한 고구려를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대전을 위시하여 침전, 침전연결전각, 왕궁 도서관, 대신관, 처소 등이 포함돼있다. 대전 뒤에 위치한 태학은 372년 소수림왕 2년에 유교적 정치 이념에 충실한 인재를 선발해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에 적합한 관리를 양성하기 위해 중앙에 설치된 국립학교다.

왕가의 자제와 귀족들만이 다닐 수 있었으며, 고구려에서 최고의 학식을 가진 인물들에게 경학과 문학, 무예 등을 가르쳤는데 역사상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효시가 된 곳이기도 하다.

고구려가 얼마나 호황을 누렸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드라마 초반에 자주 등장했던 저잣거리는 술, 차, 비단, 가죽 등 여러 가지 생
활용품을 파는 곳으로 같은 모양의 집은 한 채도 없게 만들어졌다.

이층으로 만들어진 집들도 실제로 올라 갈 수 있도록 계단으로 만들어졌는데 극 중에서 서민들의 생활모습을 좋아하던 담덕이 왕이 되기 전에 몰래 성을 빠져나가 자주 다녔던 곳이다.

특이한 모습을 한 세트도 있는데 바로 사신 중 현고의 후예인 거믈족이 살고있는 부락이다. 그들의 부락은 첩첩산중에 있으며 그들은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남자 아이들을 데려와서 키운다. 쥬신의 왕이 태어나면 자신들은 그 쥬신의 왕을 도와 쥬신 제국을 재건
해야 한다고 배워오며, 사신의 신물 중 하나인 현무의 지팡이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디워’와 ‘대장금’ 세트장

격구장은 고구려인들의 격렬한 성품을 보여준다. 무예 이십사반의 하나로 말을 타고 장시라는 채를 이용해 공을 쳐서 상대방 문에 넣는 경기를 하던 곳으로 무관이나 민간사회에서 기마무예의 하나로 행해져 왔다. 고구려는 일찍이 격구장을 통해 마상훈련을 했다. 이 세트장은 묘산봉 세트장이 아닌 성읍 쪽의 세트장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드라마 ‘태왕사시기’ 뿐만이 아니다.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던 심형래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영화 ‘디워’의 배경도 제주도다.

500년에 한번씩 가장 착한 일을 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전설이 현실이 됐다. ‘디워’는 평화롭던 LA가 거대한 괴물에 뒤덮여 치열한 전쟁을 시작한다는 스토리의 영화다.

이 중에서 약천사는 약수가 흐르는 절이란 뜻으로 스승 보천도사와 제자 하람의 무술씬이 나오던 곳이다. 약천사는 동양 최대라는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약수물의 신비로운 얘기로 유명하다.

약천사 연못에는 사시사철 연못으로 물을 흘려 보내는 약수터가 남아있고 많은 불자들이 물을 즐겨 찾아 마시고 있다고 한다.

제주 자연의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는 안덕계곡은 하람과 나린이 함께 도망치다 목걸이를 놓고 떠나는 장소로 활용됐다. 거꾸로 물이 흐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신비로운 계곡이다. 그 외에도 섭지코지, 정방폭포, 외돌개, 용머리 해안 등에서 촬영됐다.

말이 필요 없는 국민드라마 ‘대장금’도 제주의 비경에서 촬영됐다. ‘대장금’의 전체적인 배경지가 되었던 곳은 바로 제주 민속촌박물관이다.

5만여 평의 대지 위에 제주도의 산촌, 어촌, 장터 등을 한 마당에 되살려놓았고, 전통 공예 장인들이 옛 솜씨를 재현했다. 또한 장금의 정신적 지주였던 한상궁(양미경)의 슬픈 장례장면과 해안에서 장금과 민정호가 미래를 약속하는 장면이 촬영된 외돌개도 있다.

뭍과 떨어져 바다 한가운데 홀로 외롭게 서있다고 해서 붙여진 외돌개는 서귀포 칠십리 해안가를 둘러싼 기암절벽 중 가장 눈에 띄는 20M 높이의 기둥바위를 말한다. 한편 송악산 아래 해안에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인공토굴이 여러 개 있는데 이곳에서는 장금이 산파 역할을 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장금과 민정호의 만남과 이별의 장소였던 협재 해수욕장은 하얀 백사장과 앞 바다의 비양도,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절경을 뽐낸다.

이 외에도 영화 ‘각설탕’이 촬영된 한편의 동화와 같은 천아 오름목장과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 중문관광단지가 있고, 영화 ‘시월애’, ‘인어공주’, ‘연풍연가’의 배경지인 우도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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