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총결집 특명 박근혜 ‘결단’ 초읽기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부패전력자 공천불허 논란과 관련, 강재섭 대표가 이틀째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자신의 계보 의원들 모임에 참석한 박 전 대표가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공천문제로 아주 시끄럽다. 내홍 차원을 넘어 당이 쪼개지는 상황까지 갈 조짐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분노를 억누르고 있지만 여차하면 ‘일’을 벌일 태세다. 분당(分黨)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엉망이 되고 제1당 목표도 물거품이 된다.

공천내란은 당규 적용여부를 둘러싼 계파 간 날선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 공천심사위원회(약칭 공심위)가 최근 당규 3조 2항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이 조항엔 불법자금 및 뇌물수수 전력자는 공천심사서류 신청단계부터 배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번 사태는 부패전력자로 ‘친박’계의 김무성 최고위원이 해당된다는 데서 갈등이 커졌다. 공심위는 부패전력자도 신청은 받겠지만 공천권을 줄지는 미지수다. 이런 기류 속에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1월 말 ‘박근혜 사람’을 포함, 원외위원장들이 박 전 대표에게 최악의 사태가 오면 탈당할 것을 종용했다”고 전했다. ‘친박’계의 ‘중대 결심’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결단만 남았다”

박 전 대표가 탈당을 불사하고 신당을 만들까. ‘친박’계 의원 35명이 김무성 ‘좌장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던 지난 1월 3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은 ‘친박’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복심 3인방 ‘유승민·유정복·이혜훈’, 이규택·서병수·심재엽·한선교·송영선·엄호성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공심위는 격론 끝에 탈당발언까지 들먹였던 김 최고위원과 당규적용 대상자들에게도 공천신청은 일단 받겠다는 것으로 봉합됐다.

관건은 이들 대상자들에게 공천권이 주어질까 하는 점이다. 공천 칼자루는 MB(이명박)쪽에 있다는 데서 박 전 대표의 분당 움직임이 빨라질 수도 있다.


1단계 ‘좌장 구하기’ 워밍업

박 전 대표는 이날 “우리끼리 조용히 얘기하기로 했는데 회의장이 공개된 것 같다”면서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이에 한선교 의원은 “내 지역구(경기 용인시 을 지구)가 왜 접전지인지 모르겠다”면서 “뭐라 해도 안정된 지역이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친박 사람’들이 모인 건 당규 3조 2항에 해당하는 부패전력자로 박 전 대표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을 살리자는 데 있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을 등에 업고 정치권에 입문한 부산 쪽 인사 몇 명만은 끝까지 정치생명을 함께 할 것이다”면서 “사실상 ‘박근혜 사람들’ 속내는 따로 있다. 친박 계보는 ‘자기 공천권 따내기’가 급선무여서 모임자체만으로 MB를 압박하는 면이 강했다”고 전했다. 2단계 전략은 ‘공천권을 확실하게 받기’다.


‘토사구팽’ 부른 주인은 누구?

이에 앞서 1월 28일 밤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로부터 탈당을 종용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게 정가 소식통의 전언이다. 당내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 말처럼 ‘토사구팽’을 하겠다며 칼자루를 쥔 사람은 누구겠느냐”면서 “(박 전 대표가) 분당을 결단할만한 명분 없이는 당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친박’ 쪽의 한 수도권 의원은 “MB쪽의 강경파 일부는 이번 총선에서 물갈이를 불사할 것이다”면서 “탈당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MB정부출범 뒤까지 끌고 갈 것이다. (우리는) 이를 끝까지 막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최후카드로 탈당도 불사할 수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 전 대표가 자리한 ‘친박’계 긴급회동은 여러모로 상징성을 갖는다.

‘친박 사람들’이 ‘분당카드’를 꺼내들 땐 MB쪽에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당내에선 서울·충청권 일부와 호남권을 뺀 나머지 지역에의 한나라당 싹쓸이를 점치고 있다. 정가에선 구체적인 예상의석수까지 나돈다. 처음 목표는 170~200석 정도다. 서울·충청권 일부는 ‘자유선진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광주·호남권은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40~45석을 가질 것이란 분석이다.


강재섭 반발은 ‘넘버2’ 대열 타깃

총선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당창당 가능성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 1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공천갈등의 제공자와는 같이 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면 돌파용 카드를 내민 그는 이 총장을 겨냥, “이 당선자 이름을 팔아 자기이익을 차리고 있다”면서 “임금을 속이는 간신이다. 내 앞에선 ‘네 네’ 해놓고 뒤에서 이중플레이로 뒤통수를 친다. 이당선인이 청소해야할 사람이다”며 비판
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물러설 수 없다. 당규를 만든 사람은 강 대표다”며 맞서 당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강 대표의 이런 행보는 ‘친박’사람들에게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예상한데 대한 압박 술로 풀이된다. 또 당내 ‘넘버2’대열에 서기 위한 ‘강재섭 대반란’이란 시각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강재섭 VS 이방호’간 갈등구조는 ‘박근혜-이재오-정몽준’ 대열에 끼여 들겠다는 강 대표 식 ‘깜짝 행보’란 얘기도 나돈다. 강 대표의 당내 차기 대권구도 굳히기와 박 전 대표의 탈당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를 치면 박 전 대표 치는 꼴’

정가에선 “박 전 대표 최측근 때리기는 박 전 대표를 치는 일과 같다”고 보고 있다. ‘친박’계의 재선·3선 의원들은 공천받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친박’ 의원 35명 중 영남권에 텃밭을 둔 사람은 안정권이지만 비례대표와 수도권 의원 10여명은 ‘풍전등화’다. 공천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공천 칼바람’이 불면서 누구보다 이런 기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쪽이 ‘박근혜 사람들’이다.

‘친박’ 사람들이 이처럼 찬밥 신세가 이어지면 박 전 대표가 꺼낼 3단계 전략은 ‘신당창당’ 이다. ‘박근혜 분당’이란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다. MB쪽을 압박하는 마지막 초강수다.

반면 MB쪽도 막판에 ‘친박’계를 끌어안지 못하면 대통령임기(5년) 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가사람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 전 대표 탈당은 ‘지역분할’과 ‘다당제 총선구도’란 이중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양쪽이 극단적 선택보다 합일점을 찾아 타협할 것이다”면서 “결국엔 적정수준의 나눠먹기 공천이 이뤄질 것이다”고 점쳤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MB의 인력라인은 상당하다. 총선에 동원될 인재만도 1천명 이상 웃돌 정도로 굵직한 인물들이 대기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MB쪽의 공천선택 결정 여하에 따라 박 전 대표 쪽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오는 3월께 탈당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유우익 내정한 까닭은?

이명박(MB)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이 결정됐다. 서울 지리학과 유우익 교수가 주인공이다. 유 교수는 이 대통령 당선인과는 10년 지기다. 때문에 누구보다 MB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MB의 대선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건설 프로젝트만 해도 그렇다.

정가에선 일찍이 비서실장 인선과정에서 이 당선인의 전위부대 야전사령관으로 꼽혀왔다. 추진력 있고, MB를 잘 아는 사람이 선정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아 유 교수 발탁이 거론됐다. 또 민심을 정확히 전할 수 있는 자, ‘예스맨’이 아닌 사람, 참신한 인물 등 선정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

특히 이 당선인은 정치권 사람을 달갑게 여기지 않아 ‘당-청’을 잘 조율할 인물 또한 심사기준에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MB주변에서 유 교수를 정치와 행정경험이 없어 만류했던 게 오히려 발탁되는 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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