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출범 D-10 막바지 생존경쟁

(차례대로 왼쪽부터) 한승수 · 임태희 · 정두언 · 박형준 · 유우익 · 곽승준 · 이재오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진용’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청와대 인선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실용정부의 실세자리를 놓고 파워싸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당선인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핵심브레인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를 대통령실장에 임명한 데 이어 또 다른 정책참모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를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 임명했다. 내각을 이끌 총리엔 한승수 유엔기후변화 특사를 임명했다.

정치권에선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한 인선이란 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국의 중심이 이 당선인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것을 놓고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20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새 정부는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된다. 새 정부 출범을 10여일 앞두고 빠르게 재편되는 권력구도를 추적했다.

이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함에 따라 정권실세들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기존 영남중심의 권력을 호남 쪽으로 상당 부분 옮겼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민주당 출신의 호남인맥과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영남 ‘친노 세력’이 팽팽한 세력견제를 이뤘던 때로 평가된다.

참여정부 초기 문재인 전 민정수석(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찬용 전 인사수석은 각각 영·호남을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참여정부’는 역대정권보다 386그룹(3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이 주축을 이뤘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연세대 출신),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위원장(고려대 출신), 이호철 민정수석(부산대 출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연세대 출신) 등이 대표적 이다.

이들은 ‘진보와 개혁’이란 화두엔 공감하면서도 정권의 핵심 실세자리를 놓고선 출신대학별, 지역별, 세대별 경쟁을 치열하게 펼쳤다.


‘이젠 475가 대세’

탈이념을 앞세운 이 당선인의 ‘실용정부’는 386세대가 쇠퇴한 반면 475(40대, 1970년대 학번, 1950년대생) 그룹이 전면 배치될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인 박형준 의원과 곽승준 교수, 이동관 대변인, 박진·이주호 의원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당선자비서실의 임태희 실장과 정두언 보좌역, 주호영 대변인, 신재민 정무1팀장, 박영준 총괄팀장 등도 475세대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 당선인은 한 번 믿음을 주면 웬만하면 끝까지 함께 가는 스타일”이라며 “임기내내 변화가 심했던 참여정부와 달리 청와대나 내각 모두 안정적 체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권력구도도 이들을 중심으로 짜여 질 것으로 보인다.

유우익 대통령 실장 내정자와 곽승준 교수 등 국가전략연구원(GSI)출신들과 안국포럼 인사들이 양대 산맥을 이룰 전망이다. ‘GSI인맥’과 이른 바 ‘안국 사단’ 사람들과 한판 대결이 예견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선인이 전문성을 두루 갖춘 교수들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들은 정치권의 권력투쟁과는 사실상 거리가 먼 사람들 아니냐”고 분석하면서 “서울시에서 함께 일했던 핵심측근들과 한나라당 내 ‘친MB인사’들이 475그룹을 고리로 실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수출신의 경우 정책조언 능력은 갖추고 있어도 이를 대차게 밀어붙이거나 이 당선인의 의지에 반하는 쓴 소리를 하기엔 힘들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당선인 쪽엔 정태근 전 서울부시장처럼 386세대를 대표했던 인사들도 없지 않다. 그 밖의 상당수 인사들도 시간이 흘러 386세대에서 475세대로 넘어왔을 뿐이다.

이들은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고 386세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실용주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통관료출신’도 인기

대선승리 뒤 이들 핵심측근들이 권력핵심에 올라섰음은 분명하다. 이들의 전화통은 잠시도 쉴 틈이 없을 만큼 바쁘게 울렸다. 대통령 취임식이 가까워 올수록 ‘충성경쟁’ 또한 절정을 향하고 있다.

MB쪽 핵심인사인 A씨의 경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만나자는 요청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 중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인사들이 적지
않다.

A씨 비서진은 “워낙 유동적이고 빡빡해서 우리들도 일정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라며 “당내 공천문제와 새 정부 출범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야 좀 잦아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도 당 공천심사위원회 활동과 별도로 이 당선인 주위에서 공천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재오·정두언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등이 당사자로 지목된다.

교수들과 475그룹이 중심을 이룰 MB정부의 세 번째 중심축으론 정통관료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 당선인은 한 총리 지명자를 통해 그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사공일 전 재무장관,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등을 언급하며 이들이 핵심에 중용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이들 또한 이 당선인과 오랫동안 함께 한 측근들을 제지할 만큼의 권력중심엔 이르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체로 시장과 성장을 중시하는 데다 이념적으로도 보수적 성향 일색이어서 안에서 불협화음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때 되면 불만세력 나올 것”

이 당선인의 새 정부는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강력한 구심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나가는 MB인사들이 상당수 당선된다면 청와대와 국회관계도 참여정부와는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념과 지역을 상대적으로 배제하고 능력을 우선시했던 터라 내부갈등요소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 당선인과 오래 동고동락한 핵심측근들의 결집력
이 더 높아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수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차지하기 위한 파워게임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무한한 믿음을 주면서도 2인자를 허락하지 않는 이 당선인의 인사스타일도 그룹 간 경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재오 의원 등 강경파와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의 의견대립도 지난해 불거진 바 있다.

그룹들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청와대행과 총선공천경쟁을 놓고 저마다 물밑에서 ‘자기사람 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야 만남’은 그 좋은 기회다.

청와대와 내각인선에 이어 공기업인사까지 끝나면 MB그룹 안에서도 불만세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력한 정부’를 내세운 이 당선인 쪽이 되풀이 됐던 권력내부의 힘겨루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