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 [뉴시스]
어린이 보호구역.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거센 가운데, 아이들이 민식이법을 두려워하는 운전자를 골탕 먹이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교통법 전문 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한다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차 따라가기. 믿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을 제보한 A씨는 한 변호사에게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뒤쫓아온다”면서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마지막에 물건을 던지는 모습까지 포착됐다”고 밝혔다.

영상 속에서 한 아이는 달리는 차량에 가까이 따라붙었다. 차가 천천히 달리면 천천히 걸어오고, 속도를 내면 빠르게 뛰어가는 행동을 보였다.

놀란 A씨는 지역아동센터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과 통화를 했다. 그 결과 이런 행위가 ‘유행’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아이들은 ‘이 놀이는 요즘 유행처럼 퍼지고 있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만 한다’라고 말했다”며 “민식이법 때문에 어른들이 무서워하는 게 재밌다고 대답하더라”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놀라며 “진짜 장난치다가 죽을 수도 있다”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105만 구독자를 보유 중인 한 대형 유튜버도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민식이법 놀이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버 유정호 씨는 “제 주변 분이 긴급하게 제보 주신 영상”이라며 “소위 요즘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민식이법 놀이’를 당했다고 연락해주셨다”고 밝혔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아이는 빌라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차가 지나가는 순간 차로 돌진했다. 도로 바닥에는 스쿨존 표시가 새겨 있다.

그는 “친구들이 지금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를 겁주는 행동들, 어른들이 겁먹고 피하고 그러니까 재밌지? 근데 그거 하나 꼭 알아야 한다”면서 “어른들이 무서워서 본인들을 피하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가정과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가 달려드는 건 놀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잘못하다가는 본인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건 당연한 거고, 누군가는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다”며 “언제가 그 놀이 피해자는 우리 부모님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식이법이 ‘놀잇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입법취지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더 큰 부작용이 생기기 전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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