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춘추전국시대, ‘디젤’ 퇴역과 개선 사이

한국GM의 말리부 디젤 모델과 기아자동차의 K7 및 스팅어의 디젤 모델 생산 종료와 함께 국내 디젤 세단의 명맥이 끊어지게 됐다. [한국GM]
한국GM의 말리부 디젤 모델과 기아자동차의 K7 및 스팅어의 디젤 모델 생산 종료와 함께 국내 디젤 세단의 명맥이 끊어지게 됐다. [한국GM]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한국GM의 말리부와 기아자동차의 K7, 스팅어 등의 디젤 모델이 올 상반기를 끝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나름의 인기를 누렸던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쏘나타, 엑센트 등은 이미 2018년 단종됐으며 제네시스 G70이나 G80 등 프리미엄 차종의 디젤 모델만 남아 있다. 아직 SUV 차량의 경우 디젤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세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데 이견은 없다. 일본과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SUV 차종들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엔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머잖아 자동차 박물관에 가야 디젤 세단을 만날 날이 곧 올지도 모를 일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디젤을 포함한 내연기관의 수요가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디젤이 퇴역을 앞두고 있는 분위기다.

미세먼지 논란의 중심, 디젤 엔진에 대한 ‘갑론을박’
디젤 엔진 퇴출, 머지않은 미래 가솔린으로 이어질까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형 자동차로 불리던 전기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수소차도 일반에게 판매되는 시대가 왔다. 디젤, 가솔린, LPG에 이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소차까지 각각 다른 엔진을 단 자동차들이 도로를 누비는, 이른바 자동차 춘추전국시대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디젤 세단 생산종료 결정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디젤차가 가장 먼저 퇴역할 것이라고 전망케 한다. 아울러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폭스바겐의 디젤 사태가 유로6 등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배기가스 규제를 더욱 강화시켰다.

완성차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전기차 대량 생산을,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을 내걸고 전기차 활성화에 열을 올렸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기아차의 니로, 현대차의 아이오닉, 한국GM의 볼트에 이어 르노삼성의 SM3까지 당장이라도 길거리의 모든차들을 전기차로 바꿀 것처럼 전기차 모델 생산과 보급에 박차를 가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에 이어 중국까지도 가까운 장래에 내연기관 퇴출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독일의 디젤차와 일본의 가솔린 모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동차 개발이 늦은 중국의 경우는 전기차 대중화와 함께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량용 배터리 생산 규모면에서도 세계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질세라 LG, 삼성, SK를 비롯해 현대차까지 전기차량용 배터리 생산 확대와 기술력 향상을 위해 호주, 중국, 미국 등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입지 확보에도 나섰다.

국내 완성차 기업을 비롯해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리튬전지 공급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디젤 등 내연기관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줄어 침체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캐시카우(Cash cow)를 놓치게 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본사의 전기차 동력계통 구조물. [이창환 기자]
국내 완성차 기업을 비롯해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리튬전지 공급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디젤 등 내연기관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줄어 침체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캐시카우(Cash cow)를 놓치게 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본사의 전기차 동력계통 구조물. [이창환 기자]

정말 전기차가 대세? 내연기관은?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자동차 전문가들은 저마다 차이는 있으나 디젤 엔진을 비롯한 내연기관의 대세는 당분간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5년을 기준으로 내연기관 엔진이 84% 수준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연기관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존 헤이우드(John Heywood) 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2050년에도 경량차량의 60%가 여전히 연소 엔진에 의존 할 것”이라며 “그 일부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터보차저를 탑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형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000만 대가 넘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수에 비해 스웨덴은 500만 대 수준이며, 영국은 자국자본의 자동차 회사가 없고, 중국은 엔진 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신하여 전기자동차로 전환을 시도하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연비, 배출가스 규제(CO₂, NOx 등)가 강화됨에 따라 내연기관의 생존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국가지원과 함께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과 함께 내연기관의 동반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많은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대기환경청(DOE)이 내연기관의 연비 25% 향상과 열효율 55%달성을 목표로 300억 원이상의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했다. 일본은 열효율 50%가 넘는 초 희박 연소엔진 기술 개발을 완성해 상용화 연구 단계에 들어갔고, 독일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BMW는 기존 내연기관에 48V시스템을 적용해 유로6d 규제를 만족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젤 자리 LPG가? 수입 디젤 무서운 '진입'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내연기관 연구 분야의 지원이 매년 축소되며, 가솔린 엔진 연구를 위한 지원은 거의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강화되는 연비 규제 만족을 위해 4~5%의 연비 개선이 이뤄져야 하지만 자금 지원이 지속 감소해 기술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3세대 LPG엔진을 장착한 르노삼성의 SUV차량 QM6가 새롭게 출시되는 정도로 내연기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 전기차 개발을 위한 리튬2차 전지 개발을 두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연 배출이 낮은 LPG가 디젤의 자리를 확차지할 수 있을지 보고 있지만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수입 디젤 차량에 그 자리를 내주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디젤 세단이 퇴출당하고 있는데, 유럽으로부터 수입되는 고급 세단은 친환경에 가까운 디젤엔진을 채용하고 있으니,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의 성장둔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고효율 내연기관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전기차 등의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국내의 내연기관 개선과 발전에 들어가는 연구 개발 비용이 훨씬 적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향후 20~30년 동안 주요 동력원 역할을 이어갈 내연 기관의 글로벌 입지 확장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15% 이상 침체됐다. 이에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바로 지금 캐시카우(Cash cow)의 역할을 할 때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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