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인수전, 무산과 타협 넘어선 갈등 ‘난항’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국내 항공사 기업결합의 첫 사례로 기대감을 모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연이은 폭로전을 펼치면서 인수·합병(M&A)을 둔 갈등이 고조에 달했다. 지난해 말부터 약 7개월간의 인수전이 진행돼 온 가운데, 최근 양측이 각각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국토부와 고용노동부도 중재에 나섰지만 오는 ‘15일 자정’까지라는 기한을 코앞에 둔만큼 이번 인수전이 순탄히 마무리될 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무산’과 ‘타협’이라는 결말을 넘어, 인수전 과정에서 얼룩진 각종 의혹과 비판으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제주, “지분 인수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
- 이스타, “얼마든지 근거 제시 가능...계약의 마무리를 위해 자제 중”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양측의 공방전으로 파국에 치달았다. 비밀 유지를 깬 양측의 M&A 폭로전이 연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번 인수전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미지급금 해소 등을 둔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양측이 극적 타결을 이룰 것이라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 상황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쟁점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지시 여부에 쏠렸다. 화근이 된 것은 지난 6일 이스타항공조종사 노동조합(이하 이스타 노조)이 양사 대표 간의 통화 녹취와 경영진의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부터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한 녹취와 회의록 내용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지시하고, 이스타 직원의 체불 임금을 맡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제주항공이 그간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파장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그 중에서도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개입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는데, 노조측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지난 3월9일 양사 경영진 간담회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기재 축소(4대)에 따른 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제주항공이 추가 대여금 50억 원을 지급할 때에는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집행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3월10일 실무 임직원 간담회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인력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양사 인사팀이 조속히 실무 진행하기로 의견을 나눴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문서에는 총 405명에게 총 52억 5천만 원을 보상하는 방안이 상세히 적혀있으며, 세부 내용으로는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에 대한 직군별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액이 적혀있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양측 반박, 날선 공방


이 같은 노조측의 입장 발표에 따라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이와 함께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항공이 1700억 원의 미지급금을 포함한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재차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각종 의혹들은 이번 인수계약에서 제주항공이 매수하려고 하는 지분의 정당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해당 지분 인수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셧다운과 구조조정 요구는 거짓이라는 점을 밝히며 “이스타항공의 경영상 어려움에 따라 양사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운항 중단 조치를 마치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처럼 매도한 것은 당시 조업 중단, 유류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아 어려움을 겪던 이스타항공을 도와주려던 제주항공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한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타항공이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 관련 문서를 작성해 놓았다는 입장과 함께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약 1700억 원으로 이중 체불임금은 약 260억 원에 불과하고,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라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을 해결해야 딜 클로징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주항공의 반박에 이스타항공도 같은 날 저녁 맞대응에 나섰다. 노조측이 공개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의 반박 과정에서 ‘이스타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스타항공이나 계약 주체인 이스타홀딩스에서 계약 내용을 유출한 것처럼 호도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셧다운은 제주항공의 명백한 지시였고 요구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당시 피인수대상 기업이었던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지시)관련 근거를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으나 계약의 마무리를 위해 자제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근거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다가 체불임금 부담 주체에 대해서도 명백한 근거가 있지만 쌍방의 신뢰를 위해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이스타항공은 “조종사 노조에서 언론에 공개한 구조조정계획 문건은 실제로 사용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었고, 사용 되지도 않았다”며 “실제 구조조정은 3월말 셧다운 이후부터 제주항공이 제시한 규모와 기준에 의해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반납에 대해서는 “이스타홀딩스는 이번 매각으로 한푼의 이익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계약 내용 변경을 통해 조정하면 150억~200억 원의 자금을 임금체불에 사용할 수 있다”며 “제주항공 주장대로 추가 귀속금액이 80억 원에 불과하다면 ‘체불임금과 미지급 임금을 해결하라’는 것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응수했다.
 

[뉴시스]
[뉴시스]

최후통첩 무산 명분?
반환금 소송 준비설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사실상 딜을 무산하기 위한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상태다. 더군다나 최근 제주항공의 2대 주주인 제주도(지분율 7.75%)가 ‘이스타항공 인수에 신중하게 접근해달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딜을 무산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만일 이번 인수전이 무산되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업계에서는 인수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이 선지급한 200억 원 넘는 돈을 반환하기 위한 소송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도 오가는 상황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선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인수가 무산될 경우 계약금 115억 원과 대여금 100억 원 등 총 225억 원의 선지급금을 반환하기 위한 소송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스타 노조와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 6일부터 애경그룹 앞에서 피켓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시위에서 “벌써 급여가 안나온지 135일이 지났고 고통스런 삶이 계속되고 있다”며 “(창업주)이상직 의원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자 회사를 이 꼬락서니로 만들고 몸만 빠져 나갔고, 애경과 제주항공은 무자비하게 구조조정하고 비행중단을 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