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토 면적의 12%도 안 되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여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수도권 공화국’이 되었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계청은 지난 6월 29일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서 “7월 1일 기준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 비수도권 인구는 2582만 명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50년 전인 1970년 수도권 인구는 913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312만 명의 40%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개발 정책의 폐단으로 급기야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수도권 팽창은 사회적 비용 급증을 야기하고 상대적으로 비수도권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를 맞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팽창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지표로 삼아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그리고 혁신도시 조성 등 지역균형 발전 정책을 편 결과, 지난 2011년 수도권 인구 8만 명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빠져나가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효과가 소멸하면서 지난 2017년부터 다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보면 전국 228개 자치단체 가운데 42.5%에 달하는 97개 시·군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것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닌 발등의 불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수도권의 생산·수출·고용 침체가 수도권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일 ‘코로나19 이후 지역경제 변화와 국가 균형발전 정책 보고서’(국가균형발전위원회/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업자 수 증가율은 비수도권이 14%로 수도권의 9.6%보다 크게 높았고, 취업자 수 증가율은 비수도권 -1.7%, 수도권 –1.2%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고 상생발전을 위한 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여기에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수도권 주민들은 수도권 집중 억제가 삶의 질을 높이고, 비수도권의 발전이 곧 수도권의 발전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10월 30일 국회의원 선거구별 최대-최소 인구편차가 3 대 1로 짜여져 있는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려 선거구 인구편차를 “2 대 1을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선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헌재의 판결은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지 못했으며,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 헌재는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외국의 판례와 입법추세라는 논거를 제시하고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 보다 우위에 두는 우(愚)를 범했다. 그러나 급속하게 비수도권이 공동화되고 수도권이 팽창하는 한국의 특수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오판(誤判)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 수만 증가하고 지역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 의원 수는 감소하게 되었다. 결국 국회에서 수도권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비수도권의 목소리는 소수가 될 수밖에 없어 지방분권이나 지역균형개발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지방분권 관련 법률 중 상당수가 국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나라는 행정수도가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권력의 요체인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대기업 80%가 수도권에 있다. 이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서서 수도권의 구심력이 갈수록 드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수도권 집중 대책만 내놓고 있다. 수도권 주거난 해소를 명목으로 신도시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수도권 쏠림현상과 인구 과밀화만 부추길 뿐이다. 게다가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수도권 부지를 우선 배정해주는 정부의 ‘리쇼어링 대책’은 비수도권을 고사시키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미래예측 보고서에서 “수도권은 2050년 국내 총 인구 중 60%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의 과감한 지방 이양이 요구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속도를 내야 하며, 수도권 유입 인구 중 20대가 79%로 가장 많은 만큼 기업과 대학 등의 지방 이전도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을 기준으로 인구감소가 시작된다. 수도권 팽창을 저지할 종합 방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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