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도 공식 통보…1년 뒤 효력 가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규탄 시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오는 11대선서 트럼프 패배 시 차기 행정부가 결정 뒤집을 수도

-“이번 결정, 미국에 부메랑 돼 돌아올 것국제사회 영향력 축소도

[일요서울]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중국 편향성을 이유로 5월 말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매체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WHO 탈퇴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탈퇴는 1년 전 서면 고지 방침에 따라 2021년 7월 6일부터 효력을 갖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의회는 대통령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미국을 WHO에서 공식 탈퇴시켰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다면 차기 행정부가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유엔 외교관은 “지금 취한 것은 최종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가오는 해에 반전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29일 미국과 WHO의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WHO가 미국을 최대 지원국으로 두고도 중국 눈치만 보다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은 WHO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했다. 지난 2019년 기준 약 4억 달러(약 4912억 원), WHO 연간 예산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미국의 탈퇴는 WHO의 추후 대응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더욱 어렵게 할 거란 우려가 높다. WHO는 미국과의 협력을 계속할 수 있길 바란다고 요청하면서 다른 회원국들에 더 많은 지원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기구들이 미국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유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에 대한 자금 지원에 의문을 제기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효용성을 비판했다. 파리 기후협약, 이란 핵협정 등도 탈퇴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 공식 통보가 미국 내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더힐은 미 보건 전문가들의 평가를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미국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때 글로벌 공공기관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권한과 지렛대를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동시에 공중 보건 전문가들 및 관계자들은 미국의 탈퇴는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질병과 죽음의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며 “심지어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건 분야 최대 자선단체인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을 이끌고 있는 리처드 베서 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대행은 “우린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WHO는 70년 넘게 존재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있어 일부 국가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계 도처에 있는 사람들의 건강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세계 한 곳에서의 보건 위기가 다른 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국 정계 내에서도 초당적인 비난을 받았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결정으로 미국인들은 아프게, 미국은 혼자 남겨졌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 러마 알렉산더 상원 보건위원도 “이번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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