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심기가 얼마나 불편한지 아시오?”

문제의 협박편지(좌) 폭행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는 H집사(우상단) H집사의 상해진단서(애클리시안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활동했던 소망교회의 내분이 결국 폭행사건으로까지 비화됐다. 김지철 담임목사의 목회 방식과 교회 운영을 문제 삼아 반기를 들었던 H집사가 지난달 22일 “김 목사를 지지하는 Y장로로부터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며 Y장로를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소망교회를 둘러싼 유혈사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H집사와 함께 김 목사 세력과 맞서 온 C집사는 최근 자신에게 배달 된 ‘협박장’의 발신자로 Y장로를 지목했다. C집사가 공개한 ‘괴편지’에는 ‘교회에서 자꾸 잡음이 불거지는 바람에 ‘어르신(MB)’의 심기가 불편하시다’ ‘또 문제를 일으키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아들과 손자까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C집사는 인기가수 A씨의 부친이기도해 협박장의 진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Y장로는 집사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소망교회 유혈사태는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소망교회 측은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코드 인사’ 논란과 불교계와의 마찰로 여론의 중심이 된데다 이번 사건으로 이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망교회의 내분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김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지난 5년 동안 그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교회 안 계파 싸움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문제는 이번 유혈사태로 소망교회 내분이 더 이상 교회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H집사 “철저히 계획된 테러행위”

“완전히 계획된 테러입니다. 살인미수나 다름없어요. 어떻게 교회 장로라는 사람이 같은 교인을 이렇게 짓밟습니까.”

H집사의 목소리는 심하게 격앙돼 있었다. 그는 지난달 20일 Y장로에게 갈비뼈 4개가 부러질 정도로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지철 담임목사의 재정운영 방식과 당회 파행 등을 문제 삼아 교회 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H집사는 그날 ‘이야기 좀 나누자’는 Y장로의 연락을 받고 교회로 향했다.

H집사에 따르면 Y장로는 ‘조용한 곳으로 가자’며 H집사를 2층 장로기도실로 데리고 갔다. H집사는 “Y장로가 ‘요즘 교회는 어떠냐’고 묻기에 평소 생각했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 김 담임목사가 제직회를 연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취소시킨 일도 있었기에 그런 식으로 교회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H집사는 뜻밖의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묵묵히 서있던 Y장로가 뜬금없이 “집사님, 팔씨름 한번 합시다”라며 다짜고짜 H집사의 팔을 비틀었다는 것. H집사는 “반격할 틈도 없이 Y장로가 공격해 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H집사 말에 따르면 185cm가 넘는 거구인 Y장로가 팔씨름을 빌미로 자신의 팔을 비틀어 쥐고 목을 조르며 무릎으로 옆구리를 찍어 올렸다는 것이다.

그는 “내 키가 겨우 160cm 정도다. 그런데 Y장로 같은 ‘덩치’가 덮치니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지 않았겠느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H집사는 셔츠 단추가 다 뜯어져 나갈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일방적인 폭행을 피할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중에 안에서 잠긴 문을 발로 차며 안간힘을 쓴 끝에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교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분당 J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H집사는 “당시 입고 있던 셔츠와 속옷이 완전히 걸레조각이 될 만큼 얻어맞았다. 이것들 모두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해 둔 상태다”고 말했다.

H집사는 이번 사건이 ‘계획된 테러’라고 주장했다. 인적이 드문 밀폐된 기도실을 약속 장소로 정한 것부터 시작해 ‘혼자 오라’고 유독 강조한 Y장로의 태도 역시 미심쩍다는 얘기다. H집사는 또 Y장로가 교회 측에 반기를 든 다른 집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을 한명씩 죽이겠다”는 폭언을 퍼부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아직도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얻어맞은 생각만 하면 무서워서 잠을 못 잘 정도다. 어떻게 교회 장로라는 사람이 교인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느냐.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H집사는 서울 잠원 경찰서에 Y장로를 고소하고 피해자 진술도 마친 상태다. Y장로 역시 지난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어이없는 모함…CCTV·녹취록 공개할 것”

문제는 H집사와 Y장로의 입장이 완전히 엇갈린다는 것이다. Y장로는 H집사가 주장한 폭행 사건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모함’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방적인 폭행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H집사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손찌검을 한 일은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Y장로는 “오히려 검도, 유도 유단자인 H집사가 먼저 ‘팔씨름’을 권하며 위협했다. 그를 말리기 위해 약간 실랑이를 벌인 적은 있지만 내가 사람을 때렸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팔씨름을 빌미로 폭행을 휘둘렀다’는 H집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H집사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Y장로는 “팔씨름을 하자고 해 응했는데 H집사가 갑자기 내 팔을 거칠게 꺾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사적으로 그를 밀친 것뿐이다. 그런데 H집사는 마치 내가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처럼 떠들고 다녔다”며 억울해 했다.

Y장로에 따르면 그날의 만남은 서로간의 오해를 대화로 풀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두 사람은 과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이웃사촌이기도 했다.

Y장로는 “H집사가 몇몇 다른 집사들과 공모해 교회 안에서 자주 행패를 부려왔다. 그는 김지철 담임 목사가 부임한 뒤 몇 번이나 김 목사와 장로들을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일삼았던 인물이다”고 주장했다.

깊은 오해의 골을 풀기 위해 H집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려했는데 상황이 전혀 엉뚱한 곳으로 흘러버렸다는 얘기다. Y장로는 “종교에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불쌍한 영혼을 구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H집사를 만났을 뿐이다”며 “부인끼리 서로 보험계약서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이웃사촌을 폭행범으로 몰아붙이다니.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모욕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Y장로는 소망교회 내부에 교회를 어지럽히려는 세력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H집사가 그 주동 인물이라는 얘기다. Y장로는 H집사가 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자신과 김 목사를 악의적으로 매도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사건 당시 H집사의 모습이 담긴 교회 CCTV 화면을 증거물로 확보한 상태다. 어차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 진실은 고스란히 밝혀지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Y장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H집사가 교회 측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와 협박을 일삼는 내용을 담은 녹취록까지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당신 아들도 평탄치 않을 것” 협박장의 실체

그러나 Y장로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H집사와의 사건만이 아니다. 인기가수 A씨의 부친이자 소망교회 신도인 C집사는 최근 Y장로가 자신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쓰인 괴편지는 C집사는 물론 아들 A씨와 손자까지 들먹이며 위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12일 소망교회 본당에서 C집사는 H집사 등과 함께 소망교회 제직회 파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었다. 문제의 편지는 이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눈에 띠는 것은 편지에 ‘어르신’이라는 표현이 적지 않게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정황으로 미루어 편지에 언급된 ‘어르신’은 이 대통령을 뜻한다.

‘이번 일이 얼마나 어르신의 위치를 어렵게 만드나 생각해 봤소’ ‘어르신 지시로 한번의 기회를 주니 처신 잘하시고’ 등의 문장은 소망교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적잖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집사가 공개한 괴편지의 내용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편지를 쓴 자는 ‘(만약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즉시 깍두기들을 보내 직접 만나보게 하고 당신 아들(가수 A씨)도 그리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명백한 협박장인 것이다.

C집사는 이번 사건을 검찰에 넘겨 정식으로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집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에 이번 사건을 크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서도 “내가 받은 협박장이 Y장로와 관계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못 박았다.

C집사는 “아들이 공인이라 공개적으로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으니 정확한 것은 수사 기관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협박장과 관련된 사안은 더 이상 취재하지 말아 달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한편 Y장로는 문제의 괴편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Y장로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편지를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환갑을 넘긴 지금까지 교회에 봉사만 해왔다.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협박장을 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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