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1년 3개월, 너무 안 터지는 ‘5G 신호’

5G가 상용화 1년 3개월을 맞고 있으나, 여전히 불통 시그널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 가고 있다. [이창환 기자]
5G가 상용화 1년 3개월을 맞고 있으나, 여전히 불통 시그널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 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해 4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실현한 대한민국. 그 5G가 상용화된 지 1년3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는 말도 나온다. 매달 가입 해지 건은 통신사별로 약 30% 내외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통 5G 신호에 LTE로 교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선택조차 할 수 없다는 항의에 주목한다. 신형으로 출시된 스마트폰이 대부분 5G 용도로 생산됐고, 그나마 간혹 눈에 띄는 LTE 전용 폰들은 대부분 저가형으로 방수조차 되지 않는다. 5G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에 LTE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이른바 진퇴양난에 놓인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통신사·스마트폰 제조사, 통신 소비자 ‘선택권’ 침해
안 터져도 5G 전용 스마트폰만 판매…LTE는 저가형 뿐

 

관악구에 사는 30대 제보자 A씨는 6년 만에 처음으로 휴대폰을 교체했다. B 통신사의 장기 VIP고객인 A씨가 큰맘 먹고 찾은 통신 대리점에서는 그간의 사용 이력 등을 통해 기존의 비용과 큰 차이 없이 5G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며 그에게 최신형의 고급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기쁘게 5G 시대의 일원이 됐다고 생각한 A씨는 집으로 돌아가 여러 기능을 체험하면서 뭔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지역에서는 5G 신호가 원활하게 수신이 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결국 새로 장만한 5G 스마트폰을 LTE 신호만 수신하도록 설정을 바꿨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1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5G 관련 상담건수 2055건 가운데 ‘계약해지’가 34%로 702건, ‘품질문제’가 29%로 590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통신사별 불만에 대한 부분은 큰 차이 없이 KT가 33%, SK텔레콤이 25%, LG유플러스가 24%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를 막론하고 현재 5G 통신이 가지는 한계성을 지적한다. 회절이 잘 되지 않는 5G 전파의 직진성과 짧은 전파 도달 거리 때문에 촘촘하게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지만,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입자를 늘려 기지국 확대를 위한 비용을 충당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대도시는 이용자 모집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지국 설치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중소도시나 지방으로 갈수록 5G 통신 수신율은 아주 저조하다. 

이에 대해 방효창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5G가 확장만 된다면 (주파수 대역 폭)밴드가 넓어서 기존의 4G 대비 데이터의 전송속도 및 전송량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될 것”이라면서 “기지국을 촘촘하게 한다면 더 빠른 속도의 원활한 통신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대역이 넓은 대신 도달 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잦은 통화품질 문제를 발생시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기지국 증설을 계속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비용은 수천억 원씩 들어가는데 LTE 쓰는 사람들은 당장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니 5G 서비스로 이동을 하지 않고 수익도 늘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이통사의 5G 통신 설비 투자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통신 소비자들을 강제로 5G에 가입시켜 수익을 만들어 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신형 스마트폰을 5G 전용으로 만들어달라고 제조사에 요청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5G 소비자,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

결과적으로 기존의 LTE를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하던 소비자들도 폰이 낡아 새로운 모델로 교체를 하려고 대리점을 방문해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들의 신형 스마트폰이 대부분 5G 전용인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일부 LTE 전용폰도 판매는 되고 있지만 기존에 생산된 구형 모델이거나, 저가형 모델 뿐이고 대부분 방수 기능도 지원되지 않는다. 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5G 전용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되지만 실생활 속에서 5G 통신 수신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사용률은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85%는 LTE 신호를 받아 사용하다보니, 5G 신호와 왔다 갔다 하는 게 귀찮아서 A씨처럼 5G 서비스로 가입하고도 LTE 전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기게 마련이다. 

지난달 30일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은 ‘한국의 5G 사용자 경험 보고서(5G User Experience Report)’를 통해 국내 통신사별로 5G 통신 가용성 비교 자료를 공개했다. 

이통 3사의 5G 연결시간 비율은 평균 14.3%에 머물렀다. SK텔레콤이 15.4%, KT 12.5%, LG유플러스 15.1%로 나타났다. 나머지 85% 내외의 비율로 소비자들은 LTE 신호를 받아 사용한다는 결론이다. 통신사들은 A씨처럼 5G를 꺼두고 LTE로만 신호를 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며 해명했으나, 사용자 입장에서 5G 신호의 수신이 됐다 안됐다 하는 것이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랬을까하고 반문해볼 수 있다. 

한 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빼앗긴 것과 같다. LTE를 사용하고 싶은데 5G 전용 폰만 주로 판매하고 있으니, 한참을 고민하다 돌아가거나 마지못해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며 “제조사도 통신사도 신뢰받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무엇을 찾는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외치고는 통신 소비자들의 만족은 뒤로한 채, 선택권 침해를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잇따른다. 5G 통신망 증축과 사용자를 확대를 외치고는 LTE 사용자 권리 보장을 위해 LTE용 스마트폰 확대를 요구하는 것 사이에 괴리감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주도권을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간 이어질지 모르는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통신 발전과 서비스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주도권을 장악하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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