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알가 탐욕에 좌초되나

제주항공이 545억 원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일요서울] 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M&A) 파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측은 노조까지 체불 임금 반납을 결정 하는 등 인수 성사를 위해 그동안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에 맞닿았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스타항공은 마감 시한인 15일까지 선결 조건을 모두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보낸 공문에는 ▲250억원 규 모의 임금 체불 ▲리스사 및 조업사 등에 대한 미지급금 ▲3100만달러(약 370억원) 규모의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등 미지급금 해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14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고용유지를 전제로 체불 임금을 반납하겠다’는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본사에서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한 공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을 중단한다는 전제로 체불 임금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M&A에서 걸림돌이었던 250억원 규모의 체불 임금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사측도 막판까지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협력사와 국토교통부 등에 유류비, 리스비를 깎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노력으로 미지급금이 당초 1000억여원에서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노력은 임직원만의 몫이었다.

오너 일가는 다른 행보로 이목을 모았다.  

참여연대 "이상직 의원 국세청 조사해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실질 경영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로 국세청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가 제출한 탈세 조사요청서에 따르면 ▲주식 저가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 만큼의 증여 행위 ▲선수금 명목의 92억여원 주식매수차입 변제금을 통한 증여 행위 등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식 저가 매도를 기반으로 증여가 이뤄졌다는 것은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주식을 매입할 당시 이스타항공 주식이 저가로 양도됐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2015년 10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는 두 달 만에 자산 1500억원 규모의 이스타항공 지분 약 524만주(68%)를 100억원 수준에 인수한 바 있다.

그동안 이상직 의원이 보유한 지분을 자녀들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새만금관광개발 등 여러 주주들을 통한 매각 단계를 거쳐 간접 증여 형태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이상직 의원 자녀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갖고 있다.

또한 주식매수차입 변제금은 지난 2018년 이스타홀딩스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2017년 말 선수금 92억원'을 둘러싼 의혹이다. 해당 감사보고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 당해 매출은 0원으로 영업활동에 따르는 선수금이 발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선수금도 이상직 의원 또는 특수관계자가 지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의원 측은 자본금이 3000만원에 불과한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지분을 100억원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이스타홀딩스 자본금 규모가 매우 작고 업력도 짧아 향후 취득하게 될 자산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진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이상직 의원은 사모펀드의 투자를 통해 자본금이 3000만 원에 불과한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100억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으나 해당 펀드 실소유주가 밝혀지지 않아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며 ""국세청에 관련 사안을 면밀히 검토해 경제 및 조세 정의를 바로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의원 가족은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가족회의를 열었다"며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모두 적법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스타 M&A 안갯속

한편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10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해소하는 선결조건을 완료하지 못해 주식매매계약(SPA)가 해제될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며 "어제(15일) 이스타홀딩스에서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다"며 "이스타홀딩스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당사는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M&A가 완전히 무산되지는 않았다는 여지를 남겼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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