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국방부, 주한미군 감축 옵션 백악관에 제시
주한미군 감축 지렛대로 방위비 증액 압박 우려도
정부, 방위비 협상서 논의된 적 없어…연계 선 긋기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 앞에서 관계자가 근무를 서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의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2020.07.19.[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 앞에서 관계자가 근무를 서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의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2020.07.19.[뉴시스]

 

[일요서울] 방위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 외교가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한미 간에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감축 문제 역시 별개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해 가을 백악관이 미 국방부에 중동,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 위한 예비 옵션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 합동참모본부가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및 감축 가능성 검토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구조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WSJ는 미 국방부가 한국에 관한 것을 일부 포함한 여러가지 옵션을 다듬어 3월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군 관계자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미군 수준 검토에 관해 한국 측에 통보했는지 여부를 밝히길 거부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같은 날 주한미군이 속해있는 인도태평양 사령부 등 일부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주한미군 감축 논란에 가세했다. 미 국방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국가국방전략 이행: 첫해 성과'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성취하기 위해 착수할 10가지 과제로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재할당을 제시했다.

에스퍼 장관은 인도태평양사령부, 북부 사령부, 수송사령부에 대해 앞으로 몇 달 내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미 아프리카사령부, 남부사령부, 유럽 사령부 등은 검토가 진행 중으로 조정하는 중이라고 명기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 차원에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한미간 논의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주한미군 감축 논의와 관련해 "한미 간에 논의한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 미군에 이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 "매년 열리는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주한미군의 역할을 평가하고 계속 유지될 것이란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상원과 하원 군사위 역시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각각 승인한 바 있다.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0.07.18.[뉴시스]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0.07.18.[뉴시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지렛대로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한국 언론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동맹 기여' 논리를 내세워 방위비 증액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으며, 별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연계될 경우 미국의 무리한 증액 요구에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내신 기자 브리핑에서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중에 이 사안이 나온 바가 전혀 없다"며 "SMA를 넘어서도 한미 간에 주한미군의 규모 문제 관련해서 그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한미군의 규모에 대해서는 양 국방당국 간 연례 SCM 결과로 현재의 규모를 유지한다는 공약을 매년 확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은 한미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9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이 협상 초기 지난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6배에 달하는 50억 달러를 제시하며 간극을 좁히지 못하다가 한미가 지난 3월 전년 대비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3% 인상안을 마지노선으로, 미국은 13억 달러를 요구하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래된 구상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 또는 치적 쌓기를 위해 해외 주둔 미군 감축 카드와 함께 동맹국에 무리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은 17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새 민주당 네트워크(NDN)' 주최 웨비나에서 "군사위는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협력해 북한의 전쟁 개시를 막아 왔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한국과)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매우 공격적"이라며 "한국은 이미 상당한 부담을 하고 있고, (주한미군은)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곳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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