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장수’ 한나라당간 사연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4·9총선 출마에 뜻을 밝히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과 북방한계선(NLL) 문제, 한미 국방장관 회담, 남북국방장관회담 등 굵직한 일들을 전담해온 '국방통'이다. 한나라당은 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통합민주당은 왜 그의 출마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일까.

노무현 정부시절 마지막 국방부장관을 지냈던 김장수 전 육군대장이 언론의 초점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가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악수를 해 ‘꼿꼿장수’로 눈길을 모았다. 그는 요즘 또 한 차례 화제의 인물이 됐다.

지난 16일 장관퇴임 보름 만에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정부의 군 총수가 옷을 벗고 며칠 되지도 않아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총선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나라당 강 대표 삼고초려 불사

그의 입당을 가장 반기며 기뻐한 사람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다. 지난 12월 대선이 끝난 뒤부터 김 전 장관을 가장 애타게 ‘러브 콜’해왔던 것이다. 정가사람들은 두 사람의 모습은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 설득시킨 ‘삼고초려’에 비유한다. 그만큼 뒷얘기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강 대표가 몇 번을 찾아가도 김 전 장관은 “군인의 길만 고집,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강 대표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을 찾은 강 대표가 “나라를 지키는데 휴전선만 길이 아니다. 여의도에서 입법으로 국가안녕을 지킬 수도 있다"며 거듭 설득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김 전 장관 입당에 대해 “한나라당과 새나라 건설에 동참, 정말 기쁘다”면서 “꼿꼿장수라 불리는 김 전 장관이 나라와 한나라당을 튼튼하게 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힘을 합쳐야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입당이유에 대해 “안보엔 여·야가 없고 흑·백 논리 역시 없다. 참여정부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튼튼한 안보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특히 진행 중인 국방개혁에 장병·간부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서 입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군인신분으로 정치참여에 대한 비판을 경계하며 “한나라당 입당은 정치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평소 안보와 국방에 대한 생각을 여당입장에서 정부에 확실히 이야기해 튼튼한 안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친노’ NO! ‘꼿꼿장수’ OK!

이명박 대통령도 김 전 장관 입당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친노’ 인사들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보여 온 MB정부의 행보로 비춰볼 때 참여정부시절 국방부 장관을 한나라당에 영입한 건 자칫 '모순'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 말한 사연과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국방·안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때 ‘꼿꼿장수’ 이미지는 MB정부로선 필요인물임에 분명하다.

일부에선 “역시 그가 가장 필요했던 인물은 강 대표가 아닌 이 대통령일 것”이라며 영입에 청와대가 개입됐을 것이란 의혹이 일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며 “벌써 과거의 선거망령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인다”며 MB를 겨냥했다.

그는 또 “현직대통령이 지역을 다니고 있다. 총선을 바로 앞에 둔 때 이렇게 특정후보 선거운동자리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선거법위반 소지가 크다”면서 “과거 이런 행동으로 선거법 위반시비가 일었다. 노 전 대통령도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를 지켜보는 통일민주당 사람들 표정은 어둡다. 비난과 착잡함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도의에 어긋난 염치없는 행동”이라며 “불사이군(不事二君=선비는 2명의 임금을 모시지 않는다)이란 말이 있다. 참여정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대 쪽으로 가는 건 정치도의가 아니다”며 김 전 장관의 행보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통합민주당 “잉크도 안 말랐다”

이처럼 민주당이 맹렬히 비난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참여정부의 스타관료인 김 전 장관 영입을 위해 무척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입에 실패한 당 사람들은 허탈감이 크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을 빼앗긴 건 지도부에 문제가 있다. 영입에 왜 실패한 거냐”면서 “사람 자르는 데만 바쁘고 영입은 신경도 못 쓰느냐. 우리도 새 인물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무리 인물난이 심해도 지난 10년간 정권을 잡았던 정치세력”이라며 “각 분야의 개혁·진보층의 비중이 높은데 영입실적이 낮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를 지켜본 한 민주당출신 공천탈락자는 “지도부가 자파 사람 심기에 혈안이 돼 외부인물 영입을 게을리 한 결과”라며 “그런 노력 없이 비례대표 선정에만 신경전을 벌인다. 제 밥그릇 챙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장관 영입으로 여유 있는 인재확보에 성공한 셈이지만 민주당은 허탈해하고 있다.

민주당의 인재영입난은 최근 수도권 현역의원들의 물갈이 비율이 낮아 다시 옛 열린우리당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어 당 쇄신 효과가 퇴색되고 있다.


<프로필>

출생지 : 광주광역시

학 력
1967년 광주제일고등학교
1971년 육군사관학교 (학사)
1989년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 (석사)
2008년 건양대학교 (행정학 명예박사)

경 력
2006년 제40대 국방부 장관
2005년 제37대 육군 참모총장
2004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2003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본부장
2001년 육군 7군단장
2000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1997년 6사단장
1996년 1군 사령부 작전처장
1993년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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