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대표
김대진 대표

출근길 라디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부동산 버블붕괴로 인해, 30년 만에 일류 국가에서 삼류 국가로 전락한 나라,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1979년 스페인은 세계 경제 8위를 자랑했다. 이후 제조업 중심 경제 체제를 은행,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이때 대규모 자본이 부동산과 건설시장에 집중된다. 부동산 거품은 점차 비대해져 유럽재정위기 직전,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6%가 부동산 시장에서 나오게 된다. 이후 세계경제 순위 17위까지 하락하게 되고,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 당사국, 속칭 피그스(PIIGS)라 불린다.

부동산 버블붕괴가 국가 경제 피해를 확산시킨 사건들은 스페인 외에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 한국의 “외환위기” 등이 있다. 특히 경제위기 사태는 발생 전 몇 가지 전조 현상을 보이는데,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와 분리돼,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전조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실물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의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폭등하고 과열되는 불균형적 경제상태가 이어진다. 경기부양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행 중인 0%대 금리 정책은 대규모 유동자본의 부동산 유입을 더욱 가중한다. 즉, 한국 부동산 가격은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이 유동성에만 의존해 급등하고 있는 시한폭탄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버블붕괴가 특히 더 위험한 이유는 그 여파가 모든 경제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금융시장인 주식은 승·패자가 명확한 제로섬 게임으로 주가가 폭락한다 해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는 한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시작된 등락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쳐, 서울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 또는 급락할 경우, 그 여파는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특히, 부동산 버블 붕괴 현상은 대처할 시간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데, 이때 부동산 가격은 동시 다발적으로 급락한다. 또 매물과 매물 간 상호 영향으로 시장 전체의 붕괴를 가져온다. 급락한 가격은 은행에 대출손실을 입히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은 주택을 경매로 내놓는다. 시장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발생해, 악순환은 거듭된다. 급증한 매물로 미분양사태가 발생하고, 건설사는 부도 처리된다. 그 밖에 여러 연쇄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그 결과 나라 경제는 10년 단위로 후퇴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6.17, 7.10 부동산 대책이 거품 양산의 원흉이었던 갭 투자를 일시적으로나마 틀어막아 놓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요소는 산재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결국 마지막 이어받은 사람이 가장 큰 손실을 입겠지만, 실제론 이 게임에선 참여한 사람뿐만 아니라, 게임을 방관한 사람, 심지어 반대했던 사람까지도 피해를 보게 된다. 나를 포함해 주변 모두가 대가를 치러야 하는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 인 셈이다. 일본은 과거 버블붕괴 사태로 10년을 잃었다. 우리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다. 당장 나의 이득에 취해, 미래 세대에 그때의 고통을 또 다시 넘겨줄 순 없는 일이다. 부동산은 이제 투자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