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누구처럼 못된 짓 하지 말자 다짐”···그래서 ‘처럼회’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대표 주도로 추진된 ‘검찰개혁’ 공부 모임인 ‘처럼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작은 황운하(대전 중구) 민주당 의원의 SNS였는데, 그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지역구가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파안대소’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황 의원은 ‘악마의 편집’이라며 언론 탓을 하다 다음날 인 31일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죄했다. 그러자 진중권 前 동양대 교수는 이날 SNS에 “‘물난리 속 파안대소’가 문제가 아니라, 저들이 ‘권력기관 개편 공부’를 한다는 게 더 끔찍하다”는 비판을 가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처럼회’의 실체를 추적해 공개한다. 

처럼회원과 박주민 이재정(사진=최강욱 의원 페이스북)[뉴시스]
처럼회원과 박주민 이재정(사진=최강욱 의원 페이스북)[뉴시스]

 

-전문가 “최강욱 대표 검찰에 기소된 상황···‘처럼회’ 목적과 취지 의심”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주도해 만든 여권 성향의 검찰개혁 추진을 위한 공부 모임 ‘처럼회’가 지난달 30일 발생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의 대전 지역구 물난리 웃음 논란과 관련해 함께 주목을 받았다. 논란의 시작은 최 대표가 지난달 30일 SNS에 민주당 황운하, 김용민, 김남국, 이재정, 김승원, 박주민 의원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다. 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황 의원이 열린민주당 최 대표가 주최한 ‘처럼회’ 모임에서 대전의 수해 소식을 전하는 TV뉴스가 나오는 가운데 크게 웃는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 의원의 지역구 물난리 웃음 논란’과 함께 ‘처럼회’ 공부 모임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31일 SNS에 올린 글에서 “이런 잡분들이 작당을 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답니다. 호러(공포) 비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진 속 의원들을 “울산시장 선거개입 협의로 기소되어 재판받는 분”, “거짓말로 ‘검언유착’ 프레임을 만든 공작정치의 달인”, “조국 일가의 집사 노릇하다가 배지 단 분들”, “세월호를 가슴에 훈장으로 달고 제 권력욕의 자산으로 삼는 분”이라고 소개하며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진중권 전 교수[뉴시스]
진중권 전 교수[뉴시스]

 

‘처럼회’ 최강욱 대표 자격 논란…정작 본인은 기소·고발돼
‘처럼회’의 실체는 논란으로 점철돼 있다. 황 의원의 ‘물난리 속 파안대소’에 대한 논란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처럼회를 들여다보기 힘든 양상이다.
우선 ‘처럼회’를 이끌고 있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4년 군 법무관으로 임관해 제3군단 법무참모, 국방부 고등검찰부 부장 등을 지냈다. 그는 2005년 전역 이후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활동하며 군 인권을 위한 군사법연구회라는 학회를 만들어 대학 후배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활동했다. 그의 이력에서 검찰관(檢察觀)이 엿보인다.

그러다 최 대표는 지난 6월10일 자신의 SNS에 검찰개혁 추진을 위한 공부 모임인 ‘처럼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며 검찰 개혁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의 완수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김용민, 김남국, 김승원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해 “회원은 앞으로 더 늘겠지만 사진을 함께 찍지 못한 2분이 더 있다. 황운하 의원, 이탄희 의원”이라며 “(모임)이름은 처럼회라고 지었다. 본받을 분들에겐 배우고, 누구처럼 못된 짓은 하지 말자는 다짐도 있고 늘 근본을 생각하자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을 겨냥해 일명 ‘개혁’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셈이다. 그런데 그 ‘개혁’이 정말 보다 나아지도록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개혁’일까.

최 대표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경찰청 경찰개혁위원으로 임명되어 활동하다 2018년 9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됐다. 그는 지난 1월 청맥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부탁에 조 부부 아들이 청맥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해 대학원 입시에 활용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기소됐던 인물이 국회 입성하자 자신을 수사한 기관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지난 3월 공직기강비서관에서 사의를 표명한 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회의원 후보자 시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본인이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저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서 지금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런 문제들이 공수처에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수처 수사대상은 아마 본인(윤석열 검찰총장)과 배우자가 더 먼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27일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로(법세련)부터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검찰에 고발됐다. 법세련은 “최 대표가 편지와 녹취록에 없는 내용을 조작과 날조로 SNS에 올려 이 전 기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최 대표가 수많은 논란과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처럼회라는 검찰개혁 추진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의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언급한 ‘개혁’이 ‘개악’ 아니냐는 의혹인 것이다. 그렇다면 처럼회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지난 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최 대표는 검찰에 기소된 상태에서 수많은 논란과 의혹에 휩싸여 있다”며 “그가 검찰개혁 추진을 위한 공부모임인 ‘처럼회’를 이끄는 것은 오히려 목적과 취지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공직자는 자제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뉴시스]

 

최강욱-추미애 사전협의 의혹 ‘일파만파’
국회에서 벌어진 ‘처럼회’ 논란은 법무부장관과도 연결된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달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의 ‘사전협의 의혹’이 발생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8일 SNS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삭제한 사건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을 유출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관한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대립하던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추 장관의 입장문을 최 대표가 SNS에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최 대표가 지난달 8일 SNS에 법무부 알림이라며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돌연 삭제했다. 이유는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삭제했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비판은 더욱 거세진다. 그는 “최강욱 의원이 올린 글에는 법무부의 가안에도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군사재판에서 사용하는 용어”라며 “작성자는 군법문관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처럼회’의 실체는 최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양상이다. 수사지휘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속에 ‘검찰개혁’을 외치며 논란과 의혹에 휩싸인 최 대표와 그가 이끌고 있는 ‘처럼회’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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