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여행사 지원사업, 중소 여행사는 찬밥?… 법적분쟁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여행업계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박양우 장관)가 위기에 빠진 여행사들을 위해 100억 원의 비용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문체부가 민간 사업자단체 ‘한국여행업협회(KATA), 이하 여행업협회’에 모든 권한을 사실상 넘기면서 특혜 시비에 휘말렸고, 중소 여행사들은 대형 여행사들을 위한 사업이라며 문체부와 여행업협회를 상대로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문체부, “정부 사업 위탁수행 할 법적 자격 있어… 공정한 심사로 선정”

KAFT “문체부는 ‘관피아’… 전 문체부 임원 KATA 상근 부회장으로”

‘국내 여행 조기예약 할인 상품 지원사업’은 소비자가 사업과 관련된 국내여행 상품을 조기예약 혹은 선결제를 진행할 시 최대 30% 이상 할인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여행상품가의 20%까지 지원하며 지자체와 여행사가 함께 10% 이상을 자부담해 제공한다. 이 사업에 선정된 여행사는 여섯 종류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상품가 1인당 최대 6만 원의 지원비를 받는다.

“회원사만 유리한 형태”
대형사 위한 공모 기준

여행사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만든 이 사업이 최근 특혜와 소송 등에 휘말리며 논란을 빚고 있다. 문체부는 해당 사업에 여행업협회를 위촉해 협회가 주관한다.

문체부와 여행업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중소 여행사 ‘이엘’과 ‘데이아웃’ 측에 따르면 문체부가 법적 근거 없이 단순 민간 사업자단체에 사업을 맡겼고, 여행업협회는 전국 여행사를 대표하지 못하는 단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사업은 여행업협회 회원사에게만 유리하게 적용한 불공정한 행태로, 해당 사업 예산 100억 원 중 10억 원은 이미 시스템 구축비용 명목으로 지급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문체부 담당자와 여행업협회 담당자 사이 친분에 근거해 국가 예산 100억 원을 집행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사는 여행업협회의 공모 기준도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행업협회에 가입된 여행사들을 위해 유리한 기준을 세우면서 다른 여행사들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여행업협회는 가입된 여행사들 중 특히 서울 소재 대기업 계열 여행사들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응모 자격과 심사 기준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업협회는 ‘여행자보험 가입 등 안전대비’ 항목에 10점의 점수를 배점했는데 여행자보험은 여행사 총매출에 비례해 보험료와 보험금이 정해진다”며 “대형 여행사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준”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문체부가 애초부터 대기업 계열사 선정을 염두에 뒀다고도 주장했다. 사업 주관 선정 기준에서 가산점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서울 소재 대기업 여행사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문체부는 지방 여행사와 협업한 여행사에게 가산점 5점을 부여했다. 대개 지방 여행사와 협업하는 기업은 서울 소재 대기업 계열 여행사들이 대부분이다.

여행업협회가 대형 여행사들에 특혜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 원고측은 매년 대형 여행사들이 거액의 회비와 기부금을 여행업협회에 내고 있는 실질적 지분권자라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여행업협회가 전국 2만1000여 개 여행사 중 불과 2.8%인 619개사를 회원사로 둔 단체인데도 이 같은 특혜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문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소장 [KAFT 제공]​
​문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소장 [KAFT 제공]​

 

문체부 “공정한 심사 결과”
KAFT, 문체부 해명 반박

문체부 측은 이 같은 논란에 지난 4일 해명자료를 통해 “모든 여행사가 (사업을) 신청할 수 있고 외부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지역에 골고루 안배해 선정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는 “한국여행업협회는 관광진흥법 제45조(지역별·업종별협회)에 의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 받은 사단법인으로 여행업 관련 유일한 업종별 협회”라며 “동법 제46조 등에 의거해 관광사업의 발전 등을 위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여행업협회는 정부 사업을 위탁 수행할 법적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행업협회 회원사가 선정될 수 있도록 유리한 조건으로 심사를 부여한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국내 또는 일반여행업으로 등록돼 있고, 영업보증보험 가입 및 유지가 되고 있는 국내여행상품 취급 가능 여행사는 최근 2년 동안 영업을 유지한 경우 모두 응모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문체부는 할인상품 선정 심사기준 중 ‘지방소재 여행사와의 협업 시 가점’ 부여는 여행상품 기획 및 운영 능력이 있는 지역의 중소규모 여행사를 고려해 여행상품과 운영 여행사에 대한 지역 편중 없는 안배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문체부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여행업협회가 사업비 100억 원을 직접 수령하지 않았으며 10억 원을 미리 받아 운영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정부의 국고보조금 사업은 모두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업무시스템(e-나라도움)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며 “사업예산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운용되고 있다”고 했다.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향후 사업정산 등을 통해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의 이 같은 해명에 한국공정여행업협회(KAFT) 측은 ‘관피아’라고 대놓고 문체부를 저격했다. KAFT 측은 여행업협회가 지난해 신임 상근부회장으로 백승필 전 문체부 감사담당관을 임명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어 문체부가 발표한 해명자료에 대해 “여행업협회가 1991년 12월21일 설립됐는데 문체부는 그 이후로는 여행업계 관련 협회를 전혀 허가해 준 적이 없다. 그동안 문체부가 여행업협회를 어떻게 비호해 왔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1991년 이후 여행업 관련 협회 설립에 대한 승인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협회 설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여행업협회가 몇 십년간 문체부의 여행업 관련 유일한 협회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결국 문체부의 지원책이 결국 협회 이권자들에게 돌아간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KAFT는 “여행업협회가 선정한 ‘2016~2020년 우수여행사’ 분석 결과 선정된 우수여행사 전원이 여행업협회 회원사였다”며 “심사기준 분석 결과 중소여행사 선정될 확률은 0%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체부와 여행업협회는 건전한 여행업 생태계 조성 및 시장질서 확립에 실패했으며 글로벌 체제 변환 대응 대비에 무능하고 무책임했다”며 “이제라도 이에 응당한 책임을 묻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사건을 행정4부에 배당했으며, 재판부는 8월14일에 집행정지 심문을 열어 양측 입장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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