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찬석 광주지검장. [뉴시스]
문찬석 광주지검장. [뉴시스]

[일요서울] 검사장급 인사 이후 처음 사의를 밝힌 문찬석(59·사법연수원 24기) 광주지검장이 "검사장들이 검사답지 않은 마음을 먹거나 자리를 탐하면 검찰총장이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저는 오늘 출근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다. 이 어려운 때에 먼저 떠나게 돼 미안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 지검장은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면서 "고·지검장 1~2년 더 근무하고 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우리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특히 각 청을 이끄는 검사장들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느냐"며 "검사장들이 검사답지 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검사장들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지검장은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눈치보고 침묵하고 있다가 퇴임식에 한두 마디 죽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무슨 울림이 있겠느냐"고 부연했다.

그는 "국민들의 시선을, 여러 검사장들만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라며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문 지검장은 "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저 역시 누구 똘마니 소리 들어가며 살아 온 사람이 아니다"며 "그저 법률가답게 검찰청법에 충실하게 총장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여러분들에게 부여한 소임을 다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한 퇴임을 하길 부탁한다"며 끝맺었다.

앞서 법무부는 오는 11일자로 문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했고, 문 지검장은 인사 당일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지난 8일 이프로스에 쓴 글에서 "검찰에도 바른 인재들은 많이 있다. 그 많은 인재들을 밀쳐두고 이번 인사에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에는 이성윤(58·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당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결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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