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감성 체코 ‘알쓸신잡’ 이야기]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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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체코는 처음부터 ‘유럽의 감성’으로 각인됐다.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찾아간 프라하에서 순식간에 되돌아 온 그때의 감회는 처음 만난 다른 도시에서도 계속해서 이식되고 있었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하루하루 달라진 감성의 이름들을 담으려했던 모라비아, 그렇게 내 사랑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진 땅.

볼트 타워 Bolt Tower

거대한 용광로 위에 나선형으로 층을 이루어 만든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으며 나선형의 층을 걸어서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래가 그대로 내려다보이니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참을 것. 약 80미터의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의 풍경이 훤히 드러나고 돌니 비트코비체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에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보다 여유로운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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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Gong

과거 가스 저장 탱크로 쓰인 공간을 개조해 지금은 컨벤션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컨퍼런스룸,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어 필요에 의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체코의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으며, 내부 인테리어는 어디에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창의적이다.

U6

과거에는 발전 시설로 쓰였으며 현재는 과학 체험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품들이 끊임없이 시선을 잡아끈다. 기관차와 잠수함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마치 과거의 실제 격납고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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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모츠 Olomouc
덜컹대도 좋은 편안한 품격

오스트라바를 떠나 온 올로모츠의 아침은 오스트라바의 첫인상과는 완연히 다르고 또 평온했다. 큰 도로에는 이따금씩 오가는 트램과 자전거를 탄 사람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도 출근시간 교통 체증이라는 것이 있을까 궁금해지는 풍경에 이른 아침 기차 이동의 피로는 말끔히 날아가 버렸다. 분주함이 있는 곳은 아침식사가 한창인 숙소. 호스텔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부티크호텔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 자연스럽게 식사 장소를 들여다보게 되던 곳. 특별히 컵에 얼음을 담아 줘 마실 수 있었던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음미하던 길지 않은 시간은 이번 체코 여행 최고의 커피타임으로 남았다.

올로모츠는 수 세기 동안 모라비아의 중심이었다. 이곳에 대주교청이 설립되며 모든 힘과 권력이 올로모츠에 모였고, 카톨릭 도시로, 대학 도시로 모라비아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찬란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때문에 올로모츠의 골목골목 대부분이 하나의 역사이고, 또 길 위에서 눈을 통해 만나는 과거의 영화는 무척이나 진중하고 위엄이 넘친다. 올로모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호로니 광장에는 흥미로운 유산이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성삼위일체석주Holy Trinity Column가 독특한 모습으로 시선을 이끈다. 이 석주를 만들 때, 올로모츠의 사람들은 그 어느 것도 감히 견줄 수 없는 크기와 아름다움, 그리고 부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이것을 만들었다. 이 석주에 대한 시민들의 애틋한 사랑은 한 전설에서 알 수 있다. 과거 도시 전체가 군대에게 포위되었을 당시 시민들이 나서 이 석주에만큼은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는 얘기.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이 아름다운 석주의 세밀한 조각 하나하나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역사에 그리 흥미가 없다면 시 청사 입구의 벽화와 천문시계 등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과거 공산주의 시절 노동자와 과학자를 최고로 쳐줬음을 보여주는 벽화, 매시 시각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서양식 천문시계와 일꾼들의 모습, 한 때 체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365개의 모든 이름들까지, 그야말로 ‘알쓸신잡’ 같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는 조금 더 ‘FUN한’ 이벤트가 기다린다. ‘비어바이크’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올로모츠 시내를 느릿느릿 돌아보는 커다란 자전거로 함께 탄 일행 모두가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만 한다. 스쳐가는 풍경을 감상하다가, 또는 맥주 맛에 빠져 잠시 정신을 놓는다면 자전거는 어느새 멈춰버리거나 경사길에서 급후진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도로와 골목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로 돼 있어 비어바이크는 끊임없이 덜컹거리며 길을 달린다. 홀더에 꽂혀 있는 맥주가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쏟아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마셔버리면 그만. 의외로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마저 드는 건, 이곳이 올로모츠이기 때문일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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