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오늘 8월15일은 광복절 75주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친일의 잔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곳곳에 친일의 잔재가 뿌리 깊히 박혀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해 김원웅 광복회장을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여의도에 위치한 광복회관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김원웅 광복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금까지 친일 청산을 이룰 수 없었던 원인은?

▲ 해방 이후 맥아더 장군은 남한을 일본에 의해서 미국이 일정 부문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맥아더 장군은 일본 측에 과거 조선을 식민지배했던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들에게 어떻게 남한을 관리하면 되는지 물었다. 일본은 ‘일본이 양성해놓은 친일파들이 있다. 이들이 일본을 위해서 충성을 다했는데 왜 미국을 위해 충성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이후 맥아더 장군은 친일파들을 중용하고 만주 독립군을 토벌했다. 그리고 임시정부 인사들을 강제 해체시키고 개인 자격으로 남한 땅을 밟게 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친일파들이 기득권 세력이 된 배경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지금까지 친일 청산을 이루지 못하게 된 원인이다. 

- 친일 파묘에 대한 광복회의 입장은?

▲ 1945년 해방 이후의 독립국가가 100여 국이 넘는다. 새로운 독립국가를 세운 나라의 국립묘지에 식민지배 당할 때 외세에 빌붙어서 독립군을 토벌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묻혀있는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 국립묘지 한복판에 묻혀있는 한 사람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청년의 꿈은 일본 천황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야스쿠니 신사에 묻혀서 신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 무려 69명이나 묻혀있다. 우리가 광복절, 3·1절 행사에서 순국 선열과 호국 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는데 친일했던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묵념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갈등이 생긴다. 늦었지만, 친일 인사 69명의 묘는 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묘를 이장하던지, 이장하지 않는다면 친일 행적 비석을 세우는 것 중 선택하는 것으로 국립묘지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한 친일을 비호하는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명단을 작성해 광복절행사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정치인으로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11일 오전 10시경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중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
지난 11일 오전 10시경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중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 [사진=신수정 기자]

- 광복회가 친일청산을 제일선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외교통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반기문 UN사무총장 선거 운동 지지를 위해 각국 정치 주요지도자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이 때 일본 정치지도자에게 독일처럼 진심으로 과거 청산 해달라, 전범이 묻혀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돌아온 답변은 너희부터 과거 청산 하라는 것이었다. 서울 국립현충원에 갔더니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묻힌 전범들의 졸개였던 사람들이 장군, 대통령이 되어 묻혀있다. 거기에 참배하는 한국인들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또 조선어를 버리고 국어(일본어)를 사용하라는 모토를 지닌 조선일보가 현재도 한국인들의 애독신문이다. 그런 너희들부터 과거 청산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과거청산을 요구할 수 없는 이유다. 친일 청산이 먼저 이뤄져야 일본에 떳떳하게 과거 청산을 요구할 수 있고 국민도 단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국내 친일 청산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 독립유공자들이 반민족세력으로 몰린 배경은?

▲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억압하는 수단이 빨갱이,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는 행위였다. 윤동주 시인, 신채호, 백범 김구도 일제 때 치안유지법을 죄목으로 끌려갔다. 해방 이후에 친일파들은 민족주의자들을 반민족세력으로 몰아간 것이다. 당시 건국했다고 하는 이승만 정부는 우리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미국의 반 식민지를 세운 것이지,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은 상태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친일파들은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자리를 차지해 승진하게 됐다. 이 때문에 분단을 찬성하고 미국을 더 옹호하는 것이다. 이것을 지적한 당대 민족주의자들을 빨갱이로 몰아갔다. 내가 어렸을 때 독립운동가 분들이 하신 말씀은 국민 단결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승만 정부 아래 국민 단결하는 것은 친일파를 상전으로 모시고 단결하는 꼴이라며 일제강점기 때 내선일체를 주장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 민족주의자들은 반민족세력이라고 몰리게 된 것이다. 

- 독립유공자를 국가유공자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안중근 의사가 병역을 이유로 독립군이 된 것은 아니었다.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도 국가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었다. 결이 다른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를 묶어 보겠다는 것은 민족의 역사의식이 빈약하다는 증거라고 본다. 독립운동은 먹여주고 재워주지 않아도 목숨을 바치는 일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지는 싸움인 것을 알지만 옳기 때문에 한 일이다. 그렇다 해서 국가유공자의 예우를 줄이자거나 그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받아야할 보상은 보장해주되 독립유공자는 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국가 공휴일인 광복절을 ‘노는날’로 인식하는 청년세대들이 많은데?

▲ 젊은 청년세대들이 광복절과 3·1절에 놀러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국가공휴일에 놀러다니는 젊은이들 마저 작년 일본 불매운동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는 우리 민족 DNA 안에 민족성이 뿌리깊이 박혀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후배 세대들은 기성세대보다 편향되지 않은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편향된 역사의식을 가진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여가도 즐기고 감수성과 창의력도 키우고 열정을 바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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