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녹취록’ 공개되면 비밀 풀린다

서청원

친박연대 비례대표 양정례 당선자의 공천 비리의혹을 둘러싼 검찰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검찰은 양 당선자의 모친인 김순애(건풍건설 회장)씨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여 17억원 상당의 돈이 친박연대 측으로 흘러간 것으로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의 개인비서로 활동했던 L씨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과 유력 정치인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 특히 김 회장의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2006년 당시 김 회장이 유력 정치인들과 만날 때마다 녹음을 하고 차용증을 받았다며 그중 4개 테이프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L씨의 말이 사실일 경우 검찰 수사와 향후 정치권에 적잖은 파문이 일 전망이다.

L씨가 김 회장의 개인비서로 일한 기간은 지난 2006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간이다.

그는 김 회장의 에쿠스 차량 운전기사로 있으며 김 회장의 수족처럼 전국을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개인비서로 있는 동안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을 김 회장이 만나는 것을 보고 김 회장이 정관계 마당발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인 회동 시 핸드백에 녹음기 소지

L씨는 지난 8일 기자와 만남에서 “근무 당시 추석을 전후해 국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며 “당시 K, L, J 의원실을 김 회장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명절을 맞아 정치인들에게 인사치레를 다녔다는 얘기다.

그는 운전기사를 그만두기 전인 11월경에는 경기도 일산 유명 횟집에서 김 회장이 서청원 전 대표와 J 의원 그리고 군관계자와 4인 회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 만남 역시 김 회장이 녹음을 했을 것이라고 게 L씨의 주장이다.

그는 “김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핸드백 속에 녹음기를 소지하고 차용증을 반드시 받았다”며 “녹음 테이프 수 십 개 중에서 우연찮게 4개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테이프 입수 과정도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김 회장과 양 당선자가 테이프가 없어졌다고 난리를 친 적이 있었다”며 “건풍 사무실뿐아니라 자택 등을 찾았지만 테이프를 찾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사라진 테이프는 L씨가 김 회장이 타던 에쿠스 차량 뒤 트렁크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제가 의심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고 테이프를 돌려줄 경우 독박을 쓸 것 같아 개인적으로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녹음 테이프는 최근까지 그의 부인인 이씨가 보유하고 있었다. 기자는 L씨의 부인 이씨와 통화에서 테이프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테이프 내용은 모른다”며 “주위 사람들이 하도 극성스럽게 해 다 버렸다”고 주장했다.

L씨 역시 그 테이프 내용 관련해선 “테이프를 들어보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김 회장이 정치인을 만날 때 나눈 대화 내용으로 공개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또한 그는 “와이프가 테이프를 버렸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어딘가에 숨겨놨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L씨는 나머지 3개 소재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함구했다. 그는 조만간 검찰에서 테이프를 입수하기위해 자택으로 압수 수색을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반된 모습도 보였다.


녹음테이프 1개 방송국 유출, 3개 소재는?

그가 운전기사를 그만 둔 이유는 배달사고 때문이었다고 솔직히 실토했다. 2006년 10월 13일 김 회장이 모 인사에게 전달하기로 한 돈 3300만원과 롯데백화점 상품권 60만원을 착복한 혐의가 드러나 영등포 구치소에서 징역을 살고 지난해 10월 13일 출소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녹음테이프 소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경찰을 비롯해 그의 부인 이씨와 처형, 신원불명의 박씨(병원에서 만난 인사), 그리고 L씨의 변호사 조씨 등이다.

특히 박씨를 통해 테이프 4개 중 1개를 이씨로부터 건네받은 인사는 KBS A모 기자로 알려지고 있다. L씨는 “몇 몇 방송 기자들이 테이프 소재를 알고 찾아와 아내가 그중 한 개 테이를 기자에게 넘겼다”며 “그러나 테이프가 오래되고 해서 훼손이 돼 방송사에서 복원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L씨의 주장을 종합해 볼 경우 김 회장은 최소 2006년부터 유력 정치인들과 만남을 통해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전달했을 공산이 높은 셈이다. 그 과정에 김 회장은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차용증을 받아 사후 대비를 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L씨가 언급한 정치권 인사들은 한나라당 소속에 친박 인사들이었다. L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김순애-양정례 파문을 뛰어넘는 정치권의 후폭풍을 일으킬 공산이 높은 사안이다.

나아가 김 회장이 공천 대가성으로 여겨지는 17억원이 친박연대 측으로 건네진 정황으로 볼 때 2006년 국회를 방문할 당시 빈손으로 의원실을 찾았을까하는 의구심일 일수밖에 없다.

한편 그는 김 회장에 대해 사업수완이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L씨는 “김 회장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게 건풍 건설 외에도 S건설, K eng사 등을 설립했다”며 “건풍건설에서 자금이 필요할 경우 S건설이 지급보증을 서주고 S건설이 대출을 받을 경우 K eng사가 보증을 서는 등 유령회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L씨가 김 회장과 양 당선자와 멀어진 이유는 배달사고 때문이었다. 평소 김 회장의 신뢰가 높았던 L씨는 근무한지 3개월도 안 돼 개인비서 직함에서 비서실장으로 급수를 높여줬다.

김 회장의 신뢰가 쌓일수록 L씨에게 은밀한 역할을 자주 맡겼고 그는 수 천 만원대의 김 회장 돈을 가로채면서 경찰에 연행됐다.


배달사고, 김 회장 감싸고 양 당선자 경찰 신고

그는 “배달사고를 한 것을 처음 안 사람이 바로 양 실장이었다”며 “양 실장이 나를 서대문 건풍사무실로 데려갔고 그 곳으로 사복을 입은 경찰이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이후 경찰서에 도착하자 김 회장이 찾아와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나를 두둔했지만 경찰서에서는 이미 양 실장이 조서를 마친 관계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해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직을 그만둘 때까지 김 회장의 기사 역할뿐 양 당선자의 개인비서 역할도 했다. 그는 “양 당선자가 결혼하기 전 서울 L 호텔, P 호텔에서 선을 볼 때 태워주곤 했다”며 “양 당선자는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을 선호해 맞선을 자주 봤다”고 전했다.

양 당선자는 지난 10월말 자신의 뜻대로 변호사와 결혼했다. 그러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관계로 남편의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아 재산누락 혐의를 받기도 했다.

L씨는 “이젠 지쳤다”며 “테이프를 진작에 경찰에 넘겼어야 하는데 일이 꼬여서 이렇게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조속히 그를 둘러싼 모든 일들이 정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검찰은 서청원 대표를 2번째 소환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양 당선자의 모친 영장심사가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검찰은 재영장청구를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대구 서구에 출마한 홍사덕 비상대책위원장과 경기 여주·이천에 출마한 이규택 공동대표에게 각각 1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이전 자신을 서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동작갑 출마자 손상윤 씨에게도 15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치자금법상 기부금 한도인 500만원을 피하기 위해 자신과 가족들의 명의로 돈을 나누어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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