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MB)과 현대가의 밀월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무려 5차례나 공식적인 만남을 가져 이들의 소원한 관계가 풀리면서 빙하기를 거쳐 해동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에게 현대그룹은 자신을 키워준 모태이기에 거리를 두며 관계를 지속시켜 왔다.

이 대통령과 현대가는 1992년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양측의 사이가 틀어진 뒤 꽤 오랫동안 화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직전 현대가 지주격인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하면서 본격적인 밀월시대를 맞이했다. 현대가와 미필적 고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현대가 이명박이란 최대 신형엔진 장착”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전북도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군산 군장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기공식에 참석해 정몽준 의원과 만났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의 만찬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초청한 바 있다. 연이틀 ‘정씨 형제’를 만났다. 이는 지난해 12월28일 당선 이후 처음으로 재계 총수들과 회동하며 정몽구 회장을 만난 것을 포함하면 무려 5차례에 이른다.

특히 지난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군산 군장산업단지에 들어선 현대중공업의 현대조선소 기공식에 참석해 “제가 예전에 모셨던 김영주 회장님, 또 이춘림 회장님이 오셨고 저와 함께 일했던 정 의원이 (현대조선소의 군산행을) 결심했다고 해서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애틋한 관계를 강조했다.

이어 기공식장 옆 공장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일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길이다’는 문구를 가리키며 “고(故) 정주영 회장이 살아계실 때 울산조선소 공장 벽에 붙어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며 “70년대도 옳은 이야기였지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우리 모두에게 통하는 말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에 대해 경제적인 시각보다는 정치적인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7월 한나라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으며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정몽준 의원과 이 대통령이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지 궁금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나 정 의원 측은 한때 한솥밥을 먹던 추억을 발판으로 정치적 동반자로서도 서로 힘을 충실히 실어 줘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가와 이 대통령 측은 이러한 시선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양측은 이 대통령의 방문은 기업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의 의례적인 참석일 뿐 사적인 감정이 섞인 방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대맨들의 만남이 잦아질수록 현대가와 청와대와의 끊을 수 없는 인연에 대한 억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계뿐만 아니라 재계에서 시기어린 질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현대가는 가장 큰 신형엔진을 달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기업적인 이 대통령과 현대가. 이들의 정치적, 경제적인 전략적 제휴관계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 정치 재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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