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공주 섬세함이냐 추다르크 담대함이냐

박근혜 · 추미애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6일 친박 복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미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뒤엎고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회 출입기자 100명을 상대로 한 <일요서울>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으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당대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치인으로 뽑혔다. 한편 통합민주당은 당대표 유력 후보로 정세균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의 2강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추미애 당선인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추 당선자의 경우 ‘호남의 딸’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호남권의 지지도가 높으며, 대구경북(TK)출신으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여풍의 바람이 드세다. 이들의 당대표 가능성은 그저 당을 대표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그만큼 두 여성 정치인의 지지율이 매우 탄탄해 당대표를 뛰어넘어 5년 후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풍바람, ‘수첩공주’와 ‘추다르크’, 이들은 정말 알파걸 위력을 떨칠 것인가?

박근혜 전 대표의 이미지는 단아함과 온화함이다. 국모라 불리던 고 육영수여사의 이미지가 언뜻 떠오른다. 또한 육 여사 서거 후 박정희 전 대통령 곁에서 묵묵히 영부인의 역할을 해내던 모습도 떠오른다.

그러나 박 전 대표에게는 남다른 부드러움 속에 오묘한 카리스마가 있다. 단순히 대통령의 딸이라는 호칭보다는 정치가로 면면들이 잠재해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과 차떼기라는 절체절명의 최대위기에서도 천막당사의 반성과 감성적 호소로 어렵게 한나라당을 구했다. 혼신의 힘으로 당을 구하고 정권을 되찾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추미애 당선자는 추다르크라 불리는 느낌처럼 강한 여전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판사출신의 국회의원답게 지혜와 판단력을 겸비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박정희 대통령 향수 떨쳐내야

그러나 지나치게 딱딱하다는 비난을 받는 추 당선자도 남다른 감성정치를 하는 부분이 있다. 2004년 17대 총선 직전 탄핵 역풍으로 궤멸 직전에 놓였던 옛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전력이 있다. 당시 그는 서울에 있는 자기 지역구를 포기하는 정치적 승부를 걸고 광주에서 눈물의 삼보일배를 거듭하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이처럼 두 여성정치인은 겉보기와는 달리 민감한 사안이 나올 경우 앞뒤 계산하지 않는 정치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두 정치인에게 좀 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계도 있다.

당내 장악력과 국민적인 지지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는 바로 과거의 흔적을 떼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바로 아버지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후광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다.

또한 수첩공주라는 비아냥을 듣듯 지나치게 섬세하고 정치적인 안정적인 노선만을 걷어왔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특히 어머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연출에 의존해 정치적 성향이나 외모에서조차도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추 당선자의 경우도 당내 조직과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 나선 경험이 있었지만 5위까지 뽑는 당시 경선에서 6위에 그쳐 탈락했다. 당내 세력에 대한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거부감 느끼는 언변 뛰어넘어야

또한 강직하지만 지나치게 칼 같아 거부감을 느낀다는 말도 적잖이 나온다. 결정적으로 2001년 7월 소설가 이문열씨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아 기자들 앞에서 “이문열 같은 가당찮은 놈이 X같은 조선일보에 글을 써” 등 험한 말을 해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이 두 여성 정치인은 ·18대 총선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

박 전 대표는 친박이라는 새로운 세력의 파워를 보여주며 정치인생 절정의 힘을 과시하고 있으며, 추 당선자는 야당 수뇌부의 잇따른 낙선에도 불구하고 4년이라는 공백기와 여당의 텃밭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일어나 지난 4·9 총선에서 3선 도전에 성공했다.

그들은 거대 여당과 야당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진행된다면 첫 여성 대통령의 출범이라는 정치사의 획을 그을 일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추 당선자 이들은 정치적으로 여성정치인이라는 정치적 우대감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대항마로써 견제와 균형을 맞춰나갈 것인지 정가는 이미 여성의 파워에 압도당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