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마주하고 담판 짓자는 HDC,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 나와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 및 금호산업 등과 이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거래무산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양측이 대면협상을 진행하고자 실무협의 중이지만 이마저도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있다. [이창환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 및 금호산업 등과 이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거래무산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양측이 대면협상을 진행하고자 실무협의 중이지만 이마저도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초 금호산업은 거래가 종결되지 않으면 12일 이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에 HDC현산이 대면협상에 응하면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그간 주장해온 재점검 및 재실사를 전제로 하는 대면협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금호산업과의 사이에 다시 한 번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아울러 대면협상의 순서와 방식을 두고도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HDC현산은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이 권순호 HDC현산 대표와 직접 대면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호산업은 실무진 협의 후 양측 CEO가 만나야 한다고 응수하고 있다.

금호산업, 재점검 ‘제동’…“실무 협의 후 CEO 대면하자”
HDC현산, 재점검 및 재실사 전제하는 조건부 ‘대면협상’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금호산업이 주장해 오던 대면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원점에서의 재점검을 전제로 내걸었다. HDC현산은 “매도인의 선행조건 충족 의무가 이행되지 않아 인수 종결을 위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그간 주장해온 재점검 및 재실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면협상’에 응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이 극에 달하던 지난 3월부터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여론의 물음에 HDC현산 측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당초 4월7일로 계획됐던 1조4665억 원의 유상증자도 미뤘다. 

애물단지 ‘에어부산’ HDC 고민 과중

에어부산도 HDC현산의 고민을 가중시켰다. 에어부산이 지난해 당기순이익(202억 원)과 맞먹는 규모(197억 원)로 투자했던 라임자산운용 ‘고위험상품’이 환매 중단에 처하면서 146억 원의 손실이 났다. 더욱이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9년 만에 적자 전환하며 당기순손실도 729억 원을 넘어섰다. 산업은행은 140억 원의 금융지원을 단행했고 부채가 또 늘었다. 

에어부산이 지난해 발행했던 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 소식도 들렸다. 올 1분기 385억 원의 영업적자도 났다. 특히 지난 6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500억 원의 전환사채도 발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전량 인수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 HDC현산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HDC현산은 지난 6월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향해 “원점에서의 재점검을 요구한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말경 계약 체결 당시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2조8000억 원 추가 인식과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로 1조7000억 원이 투입되면서 계약 시보다 부채가 4조5000억 원 증가됐다. 부채비율은 무려 1만6000% 급증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지난 4월부터 11회에 걸쳐 자료 요청 및 조건 재협의를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에어부산이 겪고 있는 유동성 문제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창환 기자]
에어부산이 겪고 있는 유동성 문제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창환 기자]

양측의 여론전과 산업은행 최후통첩

이는 앞서 산업은행이 HDC현산에 거래 무산 가능성을 경고하자 내놓은 반응이라는 업계의 풀이도 있다. 지난 5월27일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등은 “의사 결정 없는 계약 연장은 불가능 하다”며 “6월27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의사를 밝히라”고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후 양측은 상호 비판으로 여론전을 폈고, 산업은행이 최후통첩을 날려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일 HDC현산에 “수차례 대면협상 요구에도 불응했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HDC현산의 요청 자료도 충분히 제공해 왔으므로 재실사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며 “11일까지 인수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12일부터 계약해지를 선언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HDC현산은 재점검을 전제로 하는 대면협상을 역으로 제안했다. 금호산업이 요구해온 대면협상을 수용하면서도 재점검이 가능하도록 절충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양측은 여전히 삐걱대고 있다. HDC현산이 “양측 대표가 직접 만나 재실사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호산업 측은 “실무 협의를 거친 후 CEO 대면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재실사는 협의 조건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금호산업과 채권단 등이 HDC현산의 12주 재실사 제안을 4주로 단축하는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협조할 것이라는 소식도 나왔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부인했다. 오히려 금호산업은 “거래종결을 위한 대면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양측의 이견에는 변함없음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양측 CEO의 만남이 이뤄져야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가닥이 잡히겠으나, 대면협상 방법과 절차를 두고도 양사의 실무진들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 금호산업이 거래종결을 선언할 것이라던 12일은 이미 지났지만 ‘거래 무산’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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