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내차’…자차보험 가입했는데 보상 불가?

장마철 집중 호우에 주차된 차량들이 속수무책으로 침수피해를 당하고 있다. 물이 빠져 나가도 엔진까지 잠긴 차량은 정상적으로 운행이 어렵다. [광주광역시북구청]
장마철 집중 호우에 주차된 차량들이 속수무책으로 침수피해를 당하고 있다. 물이 빠져 나가도 엔진까지 잠긴 차량은 정상적으로 운행이 어렵다. [광주광역시북구청]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장마철 집중호우로 지하주차장이나 강변주차장 등 저지대에 주차된 차량들의 침수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손해보험업계에 침수피해 보상 등을 이유로 등록한 차량만 7000대를 훌쩍 넘어섰다. 전체 보험 가입된 차량을 기준으로 자차가입률을 따져볼 때 1만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침수 피해를 당한 차들은 대부분 전손 처리 후 폐차된다. 다만 보유하고 있던 차량이 침수피해를 당하더라도 자동차보험 가입 시 ‘단독사고’ 등의 특약을 포함하지 않은 운전자들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 심각한 피해가 아닐 경우 개별 수리 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때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침수차를 매입꾼들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장마철이 지난 후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침수 차량을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침수피해 ‘보상’…자동차 보험 ‘자차담보특약’ 선택해야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한 침수 차량, “어떻게 구분할까”

전국을 사정권에 둔 장마전선이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경남지역은 순식간에 물이 불어 부산역 등 주요 철도 선로가 물에 잠겨 전철과 무궁화호가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부산지역 침수 차량 피해 신고 건은 이틀간 총 1200여 대. 이후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까지는 대전‧충남지역에 폭우가 이어졌다. 또 이달 들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는 서울‧경기지역, 이어 7일에는 광주‧전남 지역까지 기록적인 폭우로 불어난 물에 피해를 당한 차량의 접수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폭우로 침수피해를 당한 차주들이 보험회사에 접수한 피해건수는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총 7113건에 달한다. 피해액만 700억 원이 넘었다. 다만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등록 차량을 기준으로 약 60%가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어 실제 침수 피해 차량은 1만여 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 가입된 차량들의 경우 경중을 따져 가벼운 침수 피해는 수리 보상을 받아 다시 운행할 수 있지만, 최근과 같은 폭우에 의한 침수 차량은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전체손실(전손)처리를 하고 보상을 받게 된다. 다만 자차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모든 차량이 침수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험업계는 전하고 있다.

침수피해 보상은 ‘자차담보특약’ 

최근 대전지역 폭우로 피해를 입은 직장인 A씨. 그는 침수피해로 보상을 받기 위해 보험회사에 접수했으나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확인 결과, A씨는 자차보험은 가입했지만 ‘자차담보특약’이 선택돼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몇 해 동안 가벼운 접촉 사고도 한 번 없던 A씨는 보험료 추가 할인을 위해 ‘단독사고’에 해당하는 자차담보특약을 제외시켰던 것. 이로 인해 자연재해에 해당하는 침수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B보험사 관계자는 “손해보험사에서 소비자들의 자동차보험 가입 시 자차보험료의 부담을 줄이고자 2015년부터 단독사고의 보상 부분을 ‘자차담보특약’으로 분리해 선택 사양으로 두고 있다”며 “특약을 뺀 자차보험 가입자들은 ‘차대 차’ 사고는 보장받더라도 자기 과실에 의한 단독 사고나 이른바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는 보상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보험가입 시 종합보험으로 자차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선택 사양으로 설정돼 있는 단독사고 특약 유무에 따라 침수피해의 보상 여부가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마철이 되면, 저지대 주차를 주로 하는 운전자들은 보험 가입 내용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예상되는 피해 보상을 포함한 상품을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서울에 폭우가 내리던 지난 5일 오전 한강대교 위 출근 차량들이 멈춰 선 채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서울에 폭우가 내리던 지난 5일 오전 한강대교 위 출근 차량들이 멈춰 선 채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한 침수 차량 ‘주의보’

이번 장마로 침수 당하는 차가 1만 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손처리로 폐차장행을 당한 차량이 전문 매입꾼들에 의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될 수 있다며 주의보를 내렸다. 아울러 침수 차량 손실 보전을 받지 못한 차주들이 가벼운 수리 후 무사고 차량처럼 중고 시장에 내놓고 직거래로 판매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업계 전문가는 “전손 침수 차량의 경우 성능을 확인하면 반드시 결함이 나타난다”며 “만일 엔진에 물이 들어갔다면 치명적인 손상이 오게 되므로 엔진을 교체하지 않으면 차량의 정상적인 주행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으로 전손 처리를 받지 못한 차주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간혹 일부만 수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물에 들어간 엔진은 반드시 결함이 생기게 된다”며 “중고차로 잘못 구매하게 되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침수피해를 당한 차량을 엔진 교체 없이 일부 수리만으로 우선 작동되도록 만들어 판매하면 차후에 반드시 엔진결함과 함께 운행 성능의 심각한 이상으로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엔진룸의 배선이나 퓨스 박스를 확인해 부품들이 연식에 비해 다량 새것으로 교체됐을 경우 침수차로 의심해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차량 내부에도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가장 안쪽에 진흙의 흔적이 있거나, 시거잭 구멍에 면봉으로 진흙 등을 침수의 증거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시트 사이, 좌석 레일, 헤드레스트 등의 금속에 녹이나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내 퓨즈 박스도 침수차는 녹이나 물때가 있고 핸들 아래 실내 배선도 침수 여부를 볼 수 있다. 스페어타이어 공간과 연료주입구도 침수 차량들의 이물질이 확인 되는 곳이다.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침수 차량 파악하기 위해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는 침수 차량 무료 조회가 가능하다.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침수사고 유무와 사고 발생일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전손처리 침수 차량의 혹시 모를 구매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침수 차량은 시동을 걸어 문을 닫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보면 곰팡이냄새나 악취가 나고, ECU(차량용 전자제어 장치) 컴퓨터나 관련 배선 등이 통으로 교체가 됐을 수 있다”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중고차 매입 시 계약서에 ‘침수 차량 확인 시 배상’ 항목을 반드시 기입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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