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질주 막아라” 소장파 반란 “꿈틀”

이명박 정부의 인적쇄신 규모를 두고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누적된 영어 몰입교육, 강부자 내각, 공천 파동은 급기야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로 성남 민심이 표출됐다. ‘촛불의 배후가 누구냐’며 현실 인식의 부재를 드러낸 이명박 대통령은 6·4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당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 수석 전면 교체와 내각 총사퇴 등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요구도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한편 쇠고기 정국을 틈타 인적쇄신 주장 배경에 권부의 핵심 요직에 있는 이상득 계보의 친정체제를 무너뜨리기위한 반 이상득파의 노림수가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친 이재오계인 정두언, 박형준 전 의원 등 소장파와 이상득계의 원로파간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유력 언론사 조사에서 17%대로 나타났다. 통상 정치권에서 18% 미만일 경우 국정운영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 식물 정부로 보고 있다. 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구하던 한반도 대운하를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대폭 인적쇄신 이상득 계보 힘빼기?

취임 100일을 맞이해 처참한 국정 지지도는 대표적인 공약마저 물밑으로 잠수하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쇠고기 재협상’만이 민심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주장이 여권내부에서 나온다.

야 3당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집권 여당 내 비판적인 인사들은 쇠고기 재협상보다는 인적쇄신과 대폭 개각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원내대표 등 친이계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 대표는 “한승수 총리나 류우익 대통령 실장을 바꾸는 고강도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득 총선 불출마를 주장했던 정두언 의원은 “소폭 개각으로 끝날 게 아니라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55인 선상반란에 참석했던 김용태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청와대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를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 수석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고 책임지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쇠고기 정국’에 장관 2~3명과 청와대 수석 1~2명 자른다고 민심이 달래지지 않는다는 반박이다. 오히려 ‘소폭 인사 개편으로 소고기 정국을 무마하려 한다’는 역풍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폭 인적 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대폭 쇄신을 요구하는 인사들의 주된 타깃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원로 인사들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마디로 인수위 참여-공천과정-청와대·내각 인선에서 홀대를 받은 친이 소장그룹들이 쇠고기 정국을 틈타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들이 요구하는 쇠고기 재협상보다는 인적쇄신을 주장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공천에서 탈락한 영남권 의원의 한 측근은 “지금은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6, 7, 8월 등 여름철을 맞이해 하계 이상득 계보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사실 대통령은 현장을 중시하는 데 정작 측근들의 보고서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살기위해서는 과감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쇠고기 국정조사 선수쳐야”압박

이런 가운데 청와대 정무, 경제, 외교안보, 민정수석부터 공석인 사회정책수석까지 대폭적인 인사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나왔다. 나아가 정부차원에서 한승수 총리가 각료의 일괄사퇴를 통해 ‘신조각’ 수준의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득파와 반이상득 간 권력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후임 인선으로는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맹형규, 박형준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이상득 진영에서도 정국 해법관련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어져 있다. 강경파 측에선 먼저 인적쇄신 후 정국 안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반면 선 국정안정 후 인적쇄신을 주장하는 온건파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반 이상득파 전선에서 온건파 인사들은 국회가 개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정부 인적 쇄신은 국정혼란만 불러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에서 선수를 쳐 쇠고기 국정조사를 요구해 야 3당을 국회로 불러들이고 이후 국회차원에서 청와대뿐만아니라 각료의 책임 소재를 밝혀 문책론을 제기하는 방안을 꼽고 있다.

쇠고기 정국 원인이 이 대통령의 개입으로 발생했다고 할지라도 장관 고시인 만큼 이 대통령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폭 개각과 청와대 소폭 인사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 이상득파의 이런 요구가 관철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지난주 인적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고 이 대통령은 소폭 개각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쇠고기 파동에 대한 여론 추이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대폭 인적쇄신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사람을 자르지 않는 성격’에 취임 100일뿐이 지났지 않았는데 대폭 인적쇄신은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당분간 청와대에서는 소고기 정국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한 총리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 차원에서 18대 개원을 위한 민주당 달래기에 들어가 당.정.청 역할 분담론 주장도 제기됐다.


당정청 역할 분담 탄력

그 배경에는 연이은 당정, 정부 부처 간 불협화음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쇠고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갖자마자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미 버시바우 대사를 불러 미국 측의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서둘러 이끌어 낸 것에 대해 외교력 부재 비판이 일었다.

특히 농림부 관계자들은 ‘외교부가 우리를 공개 망신시키고 있다’고 격앙된 분위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또한 당내 이혜훈 의원이 18대 1호 법안으로 종부세 완화 개정안 발의가 오직 서초구민을 위한 법안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경우에는 ‘실업자와 장사 안 되는 자영업자들이 촛불 시위 나왔다’는 발언 등으로 악재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쇠고기 촛불 시위와 맞물려 이 의원의 홈페이자는 네티즌 접속이 폭주돼 폐쇄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혜훈 의원 역시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최대 반대 댓글이 달리는 등 당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MB ‘탈 여의도’ 대신 ‘탈 CEO’ 펼쳐야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정국을 맞이해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민들과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인사들이 많다. 오랜 CEO 생활을 하면서 몸에 익숙한 화법은 국민들에게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거 이 대통령은 ‘말실수’로 유명하지만 최근 촛불 시위를 두고 ‘촛불은 무슨 돈으로 샀고 배후가 누구냐’는 발언으로 국민과 소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 대통령 역시 “더 낮은 자세로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형편이다.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봤던 인사들이 숨겨진 이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국민과 소통을 강조했다.

장면 1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승리후 인수위 시절 통일외교분야 전문가와 이 당선자가 회의를 가졌다. 남북관계 및 외교현안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당선자는 회의가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 “북한 라면의 가격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통일외교 전문가가 모인 자리였지만 북한 라면 값이 17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라면 값도 모르면서…’로 시작해 대북관계 등 현안 토론은 충분히 하지 못했다. 참석자 역시 ‘입’을 다물고 있어야만 했다.

장면 2 지난 3월 30일 일요일 이 대통령은 테니스를 치다 추리닝차림으로 청와대 기자들이 상주해 있는 춘추관을 깜짝 방문했다.

사전에 참모들에게 언급 없이 테니스를 끝내고 바로 와 청와대 일부 기자들만 참석했다. 문제는 다른 볼일이 있거나 출근을 하지 않아 ‘낙종’한 기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모두 회사에서 한 소리를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장면 3 이 대통령의 취임 초 강조한 ‘Early Bird’ 정책을 실시할 당시 한 지인이 “부시 미 대통령은 취임식 날 늦잠을 잤다”고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충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돌아온 답변은 “나이가 많아서…”라며 짧게 답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그 인사는 이 대통령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면 1과 같이 회의가 갓길로 샌 경우가 ‘전봇대 발언’, ‘하루 220대 다니는 톨게이트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작 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이나 국내 전반적인 톨게이트 운영 실태를 논의하는 게 아닌 지엽적인 사안만 논의하다 회의가 끝난 것에 대한 일침이다.

장면 2의 경우는 이 대통령이 건설회사 CEO 시절 태국 방문 당시 ‘사전 통보’를 하고 건설 현장을 가면 문제를 다 숨겨놓고 다 된 것처럼 준비를 해놓는 실무진들 때문에 ‘깜짝 방문’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 경험이 정치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케이스라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의 CEO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많다.

그러나 이제는 측근들조차 ‘탈 여의도 정치’를 외칠 때가 아닌 ‘탈 CEO 정치’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이뤄지고 있다.


##<알 림>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6월2일 발행된 본지 736호 기사와 관련해 법원에‘보도정지가처분신청’을 냈습니다. 본지는 ‘남경필 의원 부인 보석 스캔들 전모-제1탄’기사를 통해 ‘남 의원 부인이 대학 선후배이자 동업자였던 보석사업가와 경영권 갈등에 얽힌 소송 전말’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남 의원은 지난 5월31일 서울지방법원에 낸 신청서에서 “남경필 실명을 표시하거나 남모 의원, L모, N모 의원 이라는 표현이 명예훼손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신청서에 소명방법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본지는 이와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은 바 없습니다. 본지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남경필 의원 및 부인과 관련된 ‘보석 스캔들’보도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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