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식 화란주택부터 재개발 아파트까지 다양한 주거문화
- 국내최초 국화 상업시배지, 국내유일 가곡전수관 등 다채로운 역사 간직

[일요서울ㅣ창원 이형균 기자]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일곱 개의 서로 다른 색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가 공존한다. 이 다양함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아름답고, 살기 좋다는 생각을 한다.

앵지밭골에 그려진 벽화. 최초의 국화 상업 시배지임을 알리는 국화 그림도 있다. @ 창원시 제공
앵지밭골에 그려진 벽화. 최초의 국화 상업 시배지임을 알리는 국화 그림도 있다. @ 창원시 제공

마산회원구 회원2동은 이 ‘조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회원2동은 무학산과 봉화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주거 밀집 지역인데, 옛 마산시가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급격히 팽창할 때 밀물처럼 밀려든 사람들이 터를 잡았다.

세월이 흐르며 주거환경이 노후되자 최근에는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있던 집들은 헐리고, 그 자리에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섰다.

회원2동 행정복지센터도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면서 원래 청사가 사라지고, 2018년 10월부터 임시 청사를 사용하고 있다.

회원2동에 재개발로 들어선 아파트 @ 창원시 제공
회원2동에 재개발로 들어선 아파트 @ 창원시 제공

아직은 어수선한 재개발지구를 지나 마산여자중학교 인근에 다다르면 일렬로 늘어선 독특한 모양의 주택들을 볼 수 있다. 모두 2층으로 지어진 주택들은 건물의 가운데 나 있는 계단을 기준으로 양옆에 2가구씩, 모두 4가구가 살아가는 형태다.

이 집들은 1977년 천주교 마산교구에서 네덜란드의 세베모라는 교회 지원 단체의 협조를 받아 1981년 완공됐다.

‘화란주택’이라고 불리는데 화단도, 계단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이다 보니 이웃 간에 꽤 친밀한 정을 나눴을 것으로 짐작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멀뚱멀뚱한 요즘 아파트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화란주택에 조성된 벽화 @ 창원시 제공
화란주택에 조성된 벽화 @ 창원시 제공

이 화란주택은 최근 노후주거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선정돼 네덜란드 풍의 특색 있는 벽화 거리로 조성됐다.

화란주택 뒤 무학산 초입에는 앵지밭골이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국화 상업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매년 국화축제 때마다 이 앵지밭골에서 출발해 미션을 수행하며 목적지까지 가는 스마트앤티어링(스마트폰과 오리엔티어링의 합성어)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2018년에는 회원2동이 최초의 국화 상업 시배지였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인근 공원에 세워졌다.

무학로를 타고 회원2동을 가로지르다보면 큰 절도 보이는데, 천태 종지를 널리 알리는 무학산 삼학사다. 도심에 있는 절 치고는 규모가 상당하며, 밤이 되면 밝혀지는 연등이 이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가곡전수관 관장이 공연을 하는 모습 @ 창원시 제공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가곡전수관 관장이 공연을 하는 모습 @ 창원시 제공

또 회원2동에는 국내 유일의 가곡전수관도 있다.

시조를 국악 가락에 맞춰 부르는 전통 성악곡인 가곡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국가중요문화재 제30호로 지정돼있다.

세계에서 가장 느린 음악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가곡전수관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수관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앵지밭골에서 무학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 @ 창원시 제공
앵지밭골에서 무학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 @ 창원시 제공

이처럼 회원2동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품고 살아가는 곳이다. 마치 무지개처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기에 더 아름답다. 늘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삶에서도 이 같은 ‘조화’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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