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보다 43.5조원(8.5%) 늘어난 555.8조원으로 편성된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9.01.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보다 43.5조원(8.5%) 늘어난 555.8조원으로 편성된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9.01. [뉴시스]

[일요서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2021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증세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1년 예산안 브리핑에서 "큰 폭의 증세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 국가채무증가율이 46.7%가 되는데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내년에 줄어들려면 재정지출 증가율보다 세입증가율이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올해 적자 국채 영향이 내년까지 미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로서는 씀씀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것, 세입 측면에서 비과세·감면을 줄이거나 탈루 소득 과세원을 발굴하는 정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다른 나라보다 아직 재정적 여력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로서는 낮은 성장이 예상되더라도 적정한 규모의 재정 역할을 하는 방안, 국가채무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다시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하는 방안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악화되더라도 적극 지출을 해서 재정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20개국(G20) 포함 대부분 선진국 역시 그런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재정 여력이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며 "재정 소요를 감안해 재정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고자 하는 노력도 같이 병행했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0.1%로 제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역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현실로 다가온다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이른 시일 내 방역으로 통제된다면 올해 3분기 반등이 가능할 뿐 아니라 올해 역성장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가 연말까지 가는 새로운 상황이 된다면 연내 역성장을 방지하는 노력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로서는 경제성장률을 그때그때 조정해 제시하지 않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역성장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 준칙과 관련해 "최근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면서 재정증가율이 굉장히 높았다"며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 재정여력도 상당 부분 악화된 측면이 있어서 재정준칙을 만드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92개 국가가 재정준칙을 도입한 만큼 우리나라도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가 판단하고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검토를 마무리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을 보니 채무준칙, 수지준칙, 지출준칙, 수입준칙 등 4가지 유형이 있다"며 "여기에 더해 비계량적인 정성적 준칙도 결합해서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재정준칙과 함께 코로나19처럼 극단적인 위기가 와서 반드시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할 때는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등 유연성을 보강해 준칙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20.09.01.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20.09.01. [뉴시스]

내년 국가채무비율이 46.7%까지 치솟으면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지면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평가 요인에는 나라 경제 상황, 펀더맨털(기초체력), 수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국가채무 수준일 것"이라며 "신용평가사 중 피치는 국가채무비율을 상당히 주의력 있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채무 비율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경계하고 있고 채무 비율이 늘어난 만큼 재정 건전성 확보 대응책도 같이 마련하겠다"며 "신용등급 변동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소비·생산·투자 등 내수 부문이 회복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다시금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져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며 "2차 대유행으로의 전이와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이행으로 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내년은 미래 우리 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이 아닐 수 없다"며 "재정은 경제 위기 시 국가 경제, 국민 경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만큼 2021년 예산이 골든타임을 커버하는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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