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편드는 경제계, 서울시 공원화 추진 비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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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두고 서울시와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을 원하고 있지만 서울시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부지 매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대한항공 유휴 자산 매각이 장기화될 경우 기내식사업부에 이어 호텔사업 등 기존 사업부문 매각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개별 기업 특정 사례 의견 제출 ‘이례적’...“민간 매각 방해 말라” 
 '송현동 부지’ 둘러싼 갈등첨예, 경총까지...권익위 중재 '촉각'


경북궁 오른쪽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3만6642㎡ 규모의 빈 택지가 있다.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로, 삼성생명이 1997년에 매입한 것을 대한항공이 2008년에 사들인 곳이다. 현재 서울시는 이곳에 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위법성 있는 '알박기'  vs 적법한 과정, 문제 없어

대한항공은 서울시 정책에 “위법성이 있는 ‘알박기’”라고 주장한다.

대한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구체적 시설 여부 및 예산 확보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우선 지정해 확보하려 한다”며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의 실질적인 매각을 막는, 사실상 위법성 짙은 ‘알박기’”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기업의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에 대한 문화공원 지정 강행을 철회하고, 민간에게 매각하는 과정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19조에는 ‘도시·군 계획시설은 집행능력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으로 결정해야 하며, 사업시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실현·집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할 경우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개발하지도 처분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걸어놓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구체적인 시설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1~2년 후에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은 부지 선점만을 위한 무리한 입안 강행”이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은 민간의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에 힘을 실어줬다. 

경총은 지난달 30일 배포한 의견서에서 “대한항공이 자구책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영·고용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지정 계획을 조속히 철회해 민간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매각으로 사적 재산 가치가 정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이 개별 기업의 특정 사례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송현동 부지 갈등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자구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대한항공 입장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은 가격과 자금 조달 면에서 핵심적인 자구책”이라며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은 대한항공의 절박한 자구노력에 커다란 타격을 주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문화시설 건설을 포함한 기본계획과 재원조달 방법을 적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대한항공에게 오는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에 감정평가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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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또한 “이미 수립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이후 시민·전문가 등과 공론화를 거쳐 역사·문화·장소적 가치를 고려한 문화시설 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원조성에 따른 재원조달은 지구단위계획 결정에 포함해 이미 열람 공고하는 등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관리계획 변경절차를 이행 중이라 절차상 위반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기존 사업부문 매각 압박 거세질 것 '우려' 

업계는 대한항공 유휴 자산 매각이 장기화될 경우 기내식사업부에 이어 호텔사업 등 기존 사업부문 매각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았다.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확보했으며 최근 한앤컴퍼니와 기내식사업부 매각으로 9906억원 가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또한 전 임직원의 임금반납 및 휴업 동참으로 회사의 자구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하반기에도 국제선 운항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화물 운임 하락으로 2분기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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