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필자가 군 생활을 하던 80년대에만 해도 군에서는 ‘군기가 빠졌다’며 고참들에 의한 ‘얼차려’와 드러나지 않은 구타나 가혹행위가 비일비재했다. 신병 때는 얼차려 받고 빡세게(?) 한 번 구르고 나면 그날 불침번을 서면서 눈에서는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억울하기도 하고 집 떠나면 모두 효자가 되듯이 그날따라 엄마가 더 그리워지곤 했다.

그러다가 휴가나 특별휴가라도 받아 나오는 날이면 마치 해방된 세상을 맞이한 것처럼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주말에 지인이나 부모들이 면회와 외출, 외박 나가는 전우들을 바라볼 때면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지금도 군대에서 ‘휴가’는 군인들에게는 아주 ‘민감하고 특별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정치인 본인의 군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군 관련 문제는 큰 논란과 검증의 핵심 분야가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회창 전 대표의 아들 병역 의혹 문제는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박원순 시장 아들 역시 몇년째 당사자와 가족들이 아들 ‘병역문제 논란’으로 곤욕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야당으로부터 ‘미움’(?)을 한껏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군 복무 휴가 특혜의혹’으로 핫이슈 대상이다. 논란의 줄거리는 사실 간단한 사안이다. 추 장관의 아들은 복무 중 무릎이 아파 잇따라 두 번의 병가를 사용한 후에 미복귀하다가 담당 상관에 의해 3차 병가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개인 휴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제기되고 있는 외압이나 특혜 의혹은 대부분 야당이 제기하고 관련 증거, 증인, 증언들이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 장관이나 특혜 의혹을 부정하는 측에선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에 의한 ‘휴가’였다고 대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진실과 의혹 규명 여부 이전에 우선 추 장관 스스로가 아들을 둔 부모로서 억울하고 정당하다 해도 의혹 제기에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는 ‘과잉 감정적 대응’을 한 측면이 지적된다.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기에 더욱더 군에서의 규정 준수는 중대한 문제이고, 더구나 보좌관의 ‘외압 논란’은 국민과 군인들에겐 ‘분통’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권력 핵심인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 문제에 대한 파상공세가 가져다 줄 ‘파괴력’을 알기에 의혹 제기에 몰입 중이다. 조국 법무장관 역시 딸 문제로 엄청난 정치 사회적 파급력을 몰고 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공교롭게도 양 법무장관의 딸과 아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대상인 점도 심상치 않다.

다만 양 법무장관 자녀 관련 검찰수사 태도에 상이한 양상이 있는 것은 좀 특이하다. 조국 장관은 연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온갖 증거들을 찾는 데 몰두했지만, 지금 추 장관 아들 건은 반년이 지나도 결과가 오리무중이다. 비교적 ‘간단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마치 야당 등의 의혹 제기,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 다시 확대 재생산되면서 특혜 의혹과 외압 논란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확산을 방치(?)하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아니면 결국 당사자가 입을 ‘정치적 타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머뭇거리고 있거나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수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니 말이다.

이런 사건의 경우 어떤 결론이 나도 정권이나 추 장관 모두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미 군인들에게나 국민들에게는 법무부 장관 아들의 ‘합법적’이라는 ‘23일간의 긴 휴가’ 조차도 ‘특혜’로 비춰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혹들이 정치 공방과 해명으로 종식될 일이라면 수사가 왜 필요하겠는가. 추장관 역시 조속한 검찰수사와 규명만이 정권과 장관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길임을 잘 인식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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