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에 코로나 운반된다?···진실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 내 흡연실 모습. [사진=조택영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 내 흡연실 모습.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방역당국이 간접흡연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흡연 자제를 당부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일명 ‘흡연자 포비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방역당국은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것이었으나, 이를 일부 잘못 인식한 시민들에게는 흡연자가 막연한 공포감으로 다가왔던 것. 일요서울은 흡연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짚어봤다.

갈 곳 잃었다” “눈치 보인다” vs “턱스크길거리 흡연자 때문에 숨도 못 쉬겠다

좁은 공간서 마스크 미착용 흡연주목···방역당국, 실내 흡연실 운영 중단 검토

최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 부본부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흡연과 코로나19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담배 연기 자체라기보다 흡연 과정의 ‘호기’(呼氣), 즉 숨을 내뿜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된다는 것이 이미 조사가 돼 있다. 간접흡연 자체가 코로나19(전파)에 위험 행위이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이 충분히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스페인 일부 지방정부들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야외 흡연 금지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외신이 최근 소개되면서 ‘담배연기’를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기 통한

운반 가능성 낮아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담배 연기 자체가 바이러스 운반 역할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담배 연기 자체가 비말보다 입자가 훨씬 작아, 연기를 통해 운반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에서다.

해외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한 상황.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화학공학과의 윌리엄 리스텐파르트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담배 연기 미립자의 대부분은 그대로 흡연자의 폐로 들어갔다가 어딘가에 부딪히지 않고 그대로 내뿜어지는 점, 담배에서 나오는 열기가 바이러스를 죽일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담배 연기 자체가 바이러스의 운반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담배 냄새만 나도

피하는 게 느껴져”

그러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시민들은 ‘흡연자 포비아’ 현상을 보이는 듯 했다. 기자는 최근 여러 시민에게 관련 내용을 물었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비흡연자는 흡연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기사 제목으로만 접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담배 연기가 아닌 흡연 시 내뿜는 숨 때문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이들 중 일부는 “평소와 다르게 몸에서 담배 냄새만 나도 직장 동료 등 사람들이 마스크를 급하게 쓰고 피하는 게 느껴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갈 곳을 잃었다”, “눈치 보인다”, “범법자가 된 기분”이라는 흡연자들의 고충과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다니는 것) 흡연자’, ‘길거리 흡연자’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는 비흡연자들의 고충이 공존하는 실정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뉴시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뉴시스]

흡연 시 대화 자제

“방역 수칙 지켜야”

명확하게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환경, 즉 여럿이 모여 좁은 공간에서 흡연을 하는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담배를 피울 때 좁은 공간에서 복수의 흡연자가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은 채 흡연을 하는 만큼 감염자가 있다면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흡연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권 부본부장은 “간접흡연 자체가 코로나19 감염에 있어 위험 행위이고, 흡연자 자체도 코로나19 고위험군 중 하나로 이미 분류가 돼 있다”면서 “사실상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과정에서는 금연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6월30일 보고서에서 “접할 수 있는 증거는 흡연이 질병의 중증화,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사망률 등과 관련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거듭 당부하고 있으나 흡연 시에는 이 같은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로 떠오른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우선 기본적으로 흡연 시에는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타인과 2m 이상(최소 1m)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며 “흡연 시 대화 자제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카페와 음식점 등의 실내 흡연실에 대해 운영을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라는 방침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5월부터 실내 흡연실 이용 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잇따라 금연을 홍보하며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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