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탄압 주장 “왜곡된 접근”
대다수 교회, ‘전광훈 사태’ 무관심으로 방조해 왔다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광복절 집회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자 정부가 지난달 30일 자정(0시)부터 방역 단계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향시켰다. 교회들은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대면 예배’를 중단하고 ‘비대면 예배’로 대체해야 했다. 그러나 방역단계가 강화된 후에도 일부 교회들은 여전히 대면 예배를 강행하거나 몰래 대면 예배를 계속해 왔다.

왜 교회들은 ‘주일성수’를 강조하며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것일까. 일요서울은 지난 1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정재현 연세대 신학과 교수와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 등 종교 전문가들을 통해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교회들의 집단행동을 되짚어봤다. 

개신교의 ‘주일성수’ 기조는 유대교 히브리서 경전의 율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구약 십계명 중 네 번째 계명 ‘안식일(천지창조 때 일곱째 날을 쉬는 것에서 비롯됨)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이후 신약에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해 일주일의 첫날(일요일), 초대교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 현재 주일의 개념이 됐다. 

예수의 삶 따라 살아가는 것이 예배

구약의 안식일은 율법으로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신약에서는 예수의 부활에 의미를 두고 당위성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교회는 주일성수를 대단히 중요하게 강조해 왔고, 이를 교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신약성경에서 주일성수의 당위성이 명시된 구절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예배를 언급한 구절로는 ‘로마서 12장 1절’이 있다. 해당 구절은 ‘예수의 삶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그 자체로 예배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정 교수와 윤 소장은 “특정 시간, 장소의 거룩함을 주장하는 현재의 예배 형식은 신약성경에도 없는 종교적 강박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구약 십계명에 따른 안식일의 당위성이 신약에서 예배로 개혁될 때도 적용된다”며 주일성수에 성경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예배·종교 탄압” 
‘사회 방역’을 ‘종교 핍박’으로 해석하는 교회

한국 교회들이 정부 방역조치를 종교탄압으로 받아들이는 원인에 대해서 정 교수와 윤 소장 의견에는 차이가 있었다. 정 교수는 ‘한국 교회의 정치화에 따른 형식주의 신앙’을, 윤 소장은 ‘전체집합 설정의 오류’를 지목했다. 이들 전문가들이 내세운 특성이 개별적으로 작용했다기보다 복합적으로 발현됐다고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정치화하고 세력화하면서 종교의 존재 이유를 잊고 제도와 규율만 남았다”고 진단 내렸다. 결국 형식적 종교주의로 제도와 규율만을 중시하다 보니 ‘예배’라는 형식에 매여 코로나19 방역조치(사회적 거리두기)를 사람과 종교에 대한 억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수를 통해 신약시대로 넘어가면서 ‘예배’의 관점도 달라졌다. 정 교수에 따르면 구약 안식일에 관한 계명으로 안식일에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수는 안식일을 ‘생명을 살리며 매인 자를 구하는 날(마12:12, 막3:4, 눅13:16)’이라고 가르쳤다. 또한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날이어야 한다(막2:27)’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예배의 형식만을 중시하는 것은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교의 개혁 원리와 모순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종교적 의미로만 예배가 구현돼야 한다는 관점의 예전주의는 또 하나의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윤 소장은 ‘교회가 전체집합(다루고자 하는 대상 전체로 이루어진 집합)을 어떻게 설정했느냐’를 짚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회가 전체집합을 사회로 설정한다면 교회도 사회의 일부에 속하므로 ‘코로나19’라는 공공의 적을 막기 위해 단결하고 방역에 힘쓸 것이라 설명했다.

반면, 전체집합을 교회 자체로 설정하면 교회가 추구하는 이념을 방해하는 다른 사회 구성요소들을 외부의 적으로 이해한다는 논리다. 윤 소장은 “이때 외부의 적은 교회를 제외한 사회 전체로 확장되면 반사회적 성향을 띄는 집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예배를 지키겠다고 사회를 적으로 간주해 방역에 참여하지 않고 확진 검사를 받지 않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등의 행동으로 발현되면 이는 사회 전체의 감염 위험을 높이는 위협 행동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회 중심적인 사고로 사회를 적으로 생각하는 이면에는 극단주의 목회자들이 ‘성경을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관 구축’한 것과 교인들의 무비판적인 사고가 기인했다고 보고 있었다. 

전광훈 씨와 사랑제일교회의 사례로 살펴보면, ‘이승만의 건국원리 실현’을 과업으로 생각한 전 씨의 추종자들은 과업을 방해하려는 세력을 사탄과 결부 시켜 외부 세계에 적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윤 소장은 “전 씨가 성경을 이용해 자신만의 종교적 세계관을 구축했고 교인들은 전 씨를 비판적인 사고 없이 맹목적으로 따른 결과”라고 뒷받침했다. 

무너진 교회 방역
“교회에 사회적 책임 있다”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에 이어 국내 대형교회를 비롯해 작은 교회들까지 교회 예배와 모임을 통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개신교계를 향한 국민의 지탄이 이어졌다. 교계 내에서 “대면 예배를 자중하자”는 목소리도 최근에서야 커지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교회가 ‘우리 교회는 방역지침 잘 지키니까’라며 방역수칙을 위반하거나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에 무관심으로 방조해왔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일부 동조하는 교회들도 있었다. 

윤 소장은 ‘교회들의 무관심과 일부 동조하는 교회들에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사태가 벌어지게 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사태를 두고 ‘개신교 일부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의 일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윤 소장은 정치화되고 형식적인 신앙만을 유지하는 교회들을 향해 “대면이냐, 비대면이냐 단순히 예배 형식만을 따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회란 무엇인지, 예배는 무엇인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볼 적기”라고 제언했다.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주일성수와 관련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적이 없음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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