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믹스(NO mix)만 남겨둔 ‘아베노믹스’ 미완성 과제 ‘여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아베노믹스 일본 경제 정책이 미완성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시장을 떠나는 외국인들이 대체 투자처로 한국을 살피고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이 동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아베노믹스 일본 경제 정책이 미완성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시장을 떠나는 외국인들이 대체 투자처로 한국을 살피고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이 동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권하면서 일본의 경기부양을 위해 내건 아베노믹스가 그 추진력을 잃을 전망이다. 아베 집권 만 8년.  고질적인 디스플레이션 탈출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방향이었다. 강경한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부정적 여론에도 귀를 막고 8년을 달렸다. 유동성 확대를 위해 몸부림치면서 수출 규제를 통해 한국을 압박했고,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한국을 외면하기도 했다. 그가 경제 활성화와 개혁을 예고했던 자리에서 떠나려는 지금, 일본은 아베의 약속조차 잊었다. 코로나19 대응에도 실패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내외에서 아베의 경제 정책이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불안해진 일본 시장을 떠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외국인들의 한국행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 닥친 ‘경제 위기’ 정부 직접 나서도 ‘방어’ 급급할 뿐 
뉴욕타임즈, 홍콩 대신 선택한 ‘한국’ 외국인 투자자 찾아올까  

20년간 이어진 일본의 경기침체,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으로 그간의 정권들이 내놓은 경제 정책은 모두 제자리걸음이었다. 2007년 건강 악화로 사퇴했던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하며 경기 부양을 위한 아베노믹스를 선언했다. 강경한 경제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아베는 추진력을 잃지 않았다. 

2018년 3연속 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세계 경제 2인자의 자리를 다시 꿰차기 위한 전략을 짰다. 미국과 친밀함을 과시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손을 댔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부품 3종의 한국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 아직도 팩스로 통계 측정

앞서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조업으로 잡은 생선을 수입하지 않겠다던 한국을 2015년 WTO에 제소했다가 4년 만에 최종심에서 한국이 승소한데 대한 보복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생선을 수입하지 않으려면 반도체 부품을 수출하지 않겠다는, 사실 같은 소문도 돌았다. 

긴 시간 올림픽 준비에 시간과 돈을 쏟아 부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됐다. 일본 경제를 다시 흔들렸다. 4일 기준 7만 명이 감염됐고 1일 600명 내외 수준의 확진자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직도 검사가 지지부진해 검사수가 늘어나면 확진세도 증가될 수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배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차기 총리로 언급되고 있는 스가 히데요시 관방장관이 아베의 뒤를 이어 경제정책 기조를 기존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되는 가운데 정책의 일관성과 변혁의 시급성을 두고 갈등도 있다. OECD는 2019 보고서에서 일본의 노동 시간당 생산량이 OECD 절반의 상위 국가 평균 4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국가 경쟁력은 2012년 27위에서 7계단 하락한 34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NYT)는 지난달 31일 “아베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일본 내에서 새로운 전략을 내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경제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아베노믹스 미완성’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고 “아베가 물러나면 미해결된 도전 과제들과 함께 목표를 놓칠 것”이라며 “일본의 지역공무원이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당국에 팩스로 보낸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8월 말 일본이 코로나19 등으로 경기 하락과 재정적 부담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 분석 전문가들은 “아베가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으로 나설 만한 사람들 또한 스가 관방장관을 비롯해 대부분 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경제 정책 등과 관련 총리가 바뀐다는 사실이 일본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설령 자민당이 아닌 상대 당에서 총리가 나온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일본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경제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가 컨트롤 하는 것 자체가 극히 힘들고 확진자가 저렇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풀어줄 수도 없다. 일본 정부가 직접 개입하더라도 방어에 급급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한국 시장

이런 가운데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달 29일 “아베의 사임으로 해외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며 “일본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노믹스가 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에 후임 총리가 경제정책과 금융완화에 대한 적극성이 부족하다면 투자가 힘들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서고 코로나19와도 겹쳐진 상황에서 제 1의 후보국은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가까이 홍콩이나 중국, 동남아 시장도 있지만, 홍콩보안법 등으로 얽힌 국제 관계를 비춰볼 때 중화권 국가에 대한 투자도 쉽지 않다. 한국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배경이다. 

홍콩 사태 이후 제2의 금융허브를 찾아나선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싱가포르를 강력한 후보지로 점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홍콩에 거점을 두고 있던 뉴욕타임즈 등 글로벌 언론사들이 한국행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풀이다.

아울러 한국은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수도권 2.5단계 시행 등으로 강력한 보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과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추적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해외 여론의 칭찬도 이어진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를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향후 동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