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YK 김상남 변호사
법무법인YK 김상남 변호사

[일요서울] 예전에는 연애나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했다.

“결혼은 포춘쿠키 같은거야. 나는 그 사람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거였고, 결국은 결혼 해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는거야. 그러니까 포춘쿠키처럼 내 결혼이 행운인지는 까봐야 알 수 있다고” 

포춘쿠키는 미국식 중화요리 메뉴 중 하나인데, 과자 속에 점괘가 적혀있는 종이쪽지가 들어있다. 포춘쿠키의 속을 까봐야 어떤 행운의 글귀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무리 오랜 시간 연애를 하고 그 사람을 잘 아는 것 같아도 결혼 이후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을 포춘쿠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결혼을 포춘쿠키에 빗대어 본 것이다. 

실제 오랜기간 연애를 하고 결혼하면 잘 살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결혼 후 1년을 못 넘기고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반면, 연애 기간이 몇 개월에 불과한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경우도 많다. 

이혼소송의 당사자는 누구보다 서로 사랑하였기에 결혼한 사람들일텐데, 그들은 이제 그 누구보다 서로를 증오하기에 이혼이라는 어려운 절차 속에 들어왔다는 것에 대한 묘한 위화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인지 젊은 층에서는 결혼 전에 같이 살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실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는 결혼을 전제로 한 혼전 동거에 대해서 미혼남성은 77.2%가, 미혼여성은 70. 5%가 찬성이라는 답변을 한 바 있다. 이러한 반응은 결혼전에 같이 살아보고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맞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통계적으로는 동거경험이 있는 사람의 이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는 ‘한 번 살아보고 결혼하겠다’는 마음에는 동거 중 상대방에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쉽게 헤어지고자 하는 성향이나 생각이 결혼까지 이어져서 결혼생활 중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 경우 이혼을 쉽게 생각하게 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참으로 어렵다. 살아보고 결혼해도 오히려 이혼률이 높다니! 결혼식때마다 주례사에 등장하는 백년해로는 이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물론 백년해로라는 말처럼 변호사들이 두려워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많은 이혼소송을 맡아 해결하면서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꿨던 평범한 사람들의 내밀한 어려움을 아주 자세히 알게된다. 사랑과 증오, 책임감과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뒤섞긴 이혼소송에서 인간에 대하여 더 깊게 배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결혼은 포춘쿠키다’라는 말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결혼이 포춘쿠키라는 말은 결혼전에는 결혼이 좋은 것인지 짐작할 수 없고, 결혼 후에나 행복한 결혼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뽑기’를 잘해야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상대방만 잘 만나면 행복한 결혼이 보장되는 것처럼 이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이 말한 것처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로 한다’. 사랑을 지키는 울타리로 결혼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어마어마한 노력도 포함된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 그러한 노력이 다하였을 때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쿠키를 쪼개 봤을 때 이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히 불운으로 취급될 것이 아니다. 그간 결혼을 지키기 위해 했던 노력을 이제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한 노력으로 변화시키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노력과 그 길 위에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변호사일 것이다.

'함께하는 변호사.’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함께하는 변호사’로 불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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