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北 인권 눈감아...개선 의지 ‘어디에’?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북한인권법이 지난 4일부로 제정 4주년을 맞이했지만, 사문화(死文化)논란은 식을 줄 모른다. 바로 현행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인권을 외치지만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문제는 외면 받는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는 까닭이다. 간신히 제정됐음에도 무엇이 안 되고 있기에 사문화 논란이 끊이지 않을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려운 과정을 거쳐 통과된 북한인권법이 시행 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北 인권대사 활동 영역 넓지 않아” 장관 인권(人權) 의식 ‘논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거의 실종된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법조계에서 직접 나서서 북한인권법의 실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상임대표 김태훈)’은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북한인권법의 정상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변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북한인권기록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조처를 촉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만들어진 북한인권법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북한인권재단은 정부·여당이 이사 추천 절차를 미루며 여전히 출범하지 못한 상태다. 재단기금도 2018년 108억 원에서 지난해 8억 원으로 삭감됐다. 또한 북한인권의 국제적 협력을 위한 북한인권대사의 자리도 2017년 이후 공백상태다. 지난해 정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을 비롯해 파견했던 검사의 자리를 없애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대체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기관의 몸집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북한인권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간한 ‘2019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생명권과 피의자‧구금자 권리 침해 사례가 이전보다 증가했다. 백서에 따르면 생명권에 대한 침해는 2018년 대비 2.8%, 불법구금은 5.4% 각각 증가했다. 이는 북한이 정권 안정을 위해 사회질서와 치안 유지를 강화해 처벌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단체는 분석했다. 

 

이정훈 전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뉴시스]
이정훈 전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뉴시스]

 

이정훈 초대 北인권대사 “재직 시 광범위하고 다양한 활동 펼쳐”

지난달 3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를 4년째 공석으로 방치한 데 대해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대사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시행되고 외교부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를 추천해 임명했지만 2017년 정부가 바뀐 이후 지금까지 공석으로 남아있다.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한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증진의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자리가 공석인 점을 지적했다. 일요서울은 이정훈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통해 강 장관의 ‘북한인권대사 활동영역’에 관한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로 2016년 10월에 임명됐는데 얼마나 재직 했나. 
▲ 외교부 인권대사 3년을 거쳐 북한인권대사는 1년 임기이기 때문에 자연히 2017년 10월 퇴임했다. 이후 정부는 내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분으로서 강경화 장관이 최근 발언한 ‘북한인권대사 활동영역’에 관한 발언을 어떻게 보는가.
▲ 2006~2013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로 활동한 강경화 장관이 북한인권대사의 활동영역을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평가절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17년 이전 유엔에선 북한인권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보고서가 나온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북한인권 범죄를 국제사회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다루고 있음에도 당사국인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북한인권대사의 영역이 넓지 않다고 지적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강 장관이 북한인권대사의 영역을 지적하려면 그동안 북한인권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 합의로 통과된 법에 명시된 자리를 강 장관의 개인적 판단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 생각한다. 
 

- 그럼 이 교수가 북한인권대사를 역임할 때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 우선 우리 정부 대표로 유엔에서 개최하는 인권 회의에 참석해 활동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향상을 외치는 전문가 그룹의 네트워크를 추진해 조직을 만들었다. 또 세계에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NGO나 연구기관 등을 방문해 북한인권의 현실에 관해 강연도 했다. 이 외에도 외교부가 직접 나서지 못한 부분들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최기식 전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뉴시스]
최기식 전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뉴시스]

 

최기식 전 北인권기록보존소 소장 “北인권범죄 기소 위해 법률전문가 필요”

지난해 정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을 그동안 임명한 검사 출신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으로 대신하고 기록보존소에 파견된 2~4명의 검사 자리도 없앴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증거 수집과 공소유지를 전제로 관련 기록을 수집·보존하는 기능 때문에 검사의 지휘·참여가 필수적임에도 그 자리를 일반직 공무원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2017~2018년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으로 재직했던 최기식 전 검사를 만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운영방식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작년부터 정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검사 파견을 배제하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 우선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기록, 보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북한인권 범죄를 기소하기 위한 자료 수집이 우선이다. 그리고 인권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복권을 위한 기능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런 기능은 현재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적 효과도 있다. 우리와 같이 분단을 겪은 독일에서 운영한 잘츠기터 중앙범죄기록소에서는 부장검사 1명, 보통 평검사 2명을 파견해 1961~1990년 통일 전까지 약 30년간 존속하며 그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운영했다.  

- 최 변호사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이 조직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독일 경우 중앙범죄기록소 건물이 국경 근처 리드 작센주 잘츠기터에 있다. 이유는 동독 사람들이 서독으로 이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리도 탈북자들이 맨 처음 한국에 들어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나 하나원에서 교육받는 만큼 그쪽 근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두면 어떨까 생각된다. 그리고 부장검사 및 평검사를 파견해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기관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앞서 지적했던 바와 같이 북한인권법의 핵심 조항들은 파행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북한 인권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외교부는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에는 변화가 없으며 한반도 평화 번영을 통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소명했다. 북한의 인권침해 규탄과 책임자 처벌 등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은 지난 2003년 유엔에서 처음 채택됐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 6월22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회의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정작 직접적인 당사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포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수잔 숄티 대표는 지난 6월24일 미국의소리방송(VOA)에 “한국보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더 큰 도의적 책임이 있는 국가는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인권재단 [뉴시스]
북한인권재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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