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보수진영 안팎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차기 대권도전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른바 김종인 위원장의 차기 대선 셀프등판론이다. 물론 김 위원장 본인은 이러한 관측에 강한 손사래를 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분명한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여의도 정치권을 떠돌아다니는 설에 불과하다. 다만 여권 차기 구도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양강구도로 사실상 정리된 것과 달리 야권의 차기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등 지난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정치인들이 권토중래를 노리는 것은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신선함이 떨어지고 정치적 파괴력도 미지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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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지형, 여권 압도적 우위 속 보수진영 인물난
- 내년 4월 재보선 승리 이후 김종인 등판설 솔솔

김종인 위원장 셀프 대권등판론의 주요 근거는 보수진영의 대안부재론이다. 보수진영 안팎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지지도를 뛰어넘을 주자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국내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지지도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보수진영의 차기 주자들은 대부분 5% 안팎 또는 미만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의 정치적 몰락 이후 두 자릿대 차기 지지율을 보여준 인사조차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비대위 체제 연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권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80세 노정객의 오랜 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의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차기 경쟁은 여전히 도토리키재기 수준

20223월 차기 대선까지는 약 16개월이 남았다. 차기 대권구도는 압도적인 여권 우위의 지형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용호상박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보수야권은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차기 대권에 대한 담론은 오히려 사치다. 보수야권의 현 상황은 총선참패 이후 당의 쇄신과 혁신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차기 경쟁 역시 여권 주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야권은 매력적인 후보 발굴에 실패하고 있다. 치권 안팎에서 거론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실패한 인사들이 대부분인 데다가 본선 경쟁력 또한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다. 그나마 차기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차기 지지도 면에서 5% 미만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오죽하면 한때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영입설이 우스개로 나돌 정도였다.

최근 상황도 눈에 띄는 마땅한 주자가 없다. 오히려 장외주자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 주자의 대항마로 거론될 정도다. 윤 총장은 차기 지지도 조사에서 본인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범야권에서 황교안 전 대표 이후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주자다. 1야당으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 모습이다.

보수야권의 인물난은 시중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갤럽의 92주차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대표는 오차범위 미만의 초접전을 벌였다. 이 지사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 20%대를 돌파하면서 22%를 기록했다. 이 대표 역시 전당대회 이후 당 대표로 활약하면서 21%를 얻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 9%,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 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3%의 순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권을 노리며 최근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 유의미한 지지도를 얻지 못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나 특강을 통해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국민적 눈도장을 찍지 못한 셈이다. 보수야권의 참담한 상황은 총선 이후 현직인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지지율이 높은 정치인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게다가 혜성처럼 등장할 미래의 보수 장외 블루칩도 불투명하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셀프등판론김종인 강력 부인

이 때문에 향후 김종인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를 주목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잊을만하면 터지는 김 위원장의 셀프등판론이다. 공식 논의는 전혀 없지만 최근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권도전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은 김 위원장이 적절한 타이밍에 국민의힘 대선 차기 대선후보로 직접 나설 것이라는 것이다. 근거는 차기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김 위원장의 경쟁력이다. 김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구원투수를 맡아서 난파 직전에 처한 당의 면모를 확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총선참패의 주요 원인이었던 아스팔트 우파와는 확실한 거리두기에 나섰다.

176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본인의 개인기로만 보수정당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진보적 이슈인 기본소득 도입 공론화를 통한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 과시는 물론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교체하면서 보수부활의 발판도 마련했다.

아울러 총선 참패 이후 봉숭아학당으로 불리면서 내분이 끊이지 않았던 당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3선 중진인 장제원 의원이 김 위원장 주도의 당 운영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당 장악력은 과거 황교안 전 대표 시절보다 오히려 막강한 수준이다.

오히려 당 안팎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김 위원장이 보다 일찍 합류했다면 더블 스코어 수준의 참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 국면에서 김 위원장이 황교안 전 대표의 삼고초려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해 선거를 진두지휘했다면서도 당 합류가 늦어지면서 공천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공천갈등은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고 아쉬워했다. 다시 말해 보수진영의 공천실패는 총선참패의 가장 큰 이유로 평가받는데 만일 김 위원장이 개입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수야권의 인물난에 기존 차기주자들의 미미한 경쟁력, 김종인 위원장의 확고부동한 권력의지를 고려할 때 셀프등판을 위한 주객관적 상황은 사실상 모두 마련됐다. 다만 김 위원장 본인이 대권도전을 언급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여권에서 김 위원장의 대권도전 여부에 관심을 보일 정도다.

이낙연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른바 김종인 대망론과 관련해 이야기를 바람결에 들은 적은 있다. 가능성이야 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내년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김종인 체제가 연장된다면 그가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여권 역시 김종인 위원장의 셀프등판론을 이미 경계하고 있다는 증거다.

홍준표 복당·안철수 연대 시큰둥재보선승리 주가급등

중요한 건은 김 위원장의 속내다. 아울러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성적표와 이후 펼쳐질 정치환경이다. 내년 4월 재보선 정국은 차기 대선을 약 1년 앞두고 치르는 여야의 전초전이다. 국민의힘은 전선인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시절을 거치며 현 정부 출범 이후 대선지방선거총선에서 연이은 참패를 거듭해왔다. 김 위원장이 전권을 행사할 내년 4월 재보선 정국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보수진영의 여론은 김 위원장을 유력한 차기주자로 밀어올릴 수 있다.

물론 포커페이스에 능한 김 위원장은 본인의 대권도전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과거 보여준 정치역정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의 대권도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519대 대선정국에서 킹메이커를 자처하면서 주가를 높이다가 당시 단기필마로 출마했다가 뜻을 접은 바 있다. 김종인 대망론과 셀프등판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이유다.

과거 정치인생에서 보여준 권력의지도 강력하다.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21대 총선 이후에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여야를 넘나들며 구원투수를 맡았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맹활약으로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다만 20대 총선 이후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대주주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았다.

다만 21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상황이 다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선거패배로 무주공산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내년 4월까지 제1야당의 대표로서 정치적 입지가 이미 보장돼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대여공세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일대일 영수회담 가능성도 줄곧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여야 대표회담에서 여야협치를 강조하는 등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1야당 대표로서의 정상적인 활동이지만 유의미한 차기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대권행보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만80세로 너무 고령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과거 총선 국면에서 젊은 기자들과 당직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강행군을 소화하면 강철체력을 선보인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보다 분명한 권력의지는 유력 정치인에 대한 견제구에서도 잘 드러났다. 총선 이후 국민의힘 복당을 모색 중인 홍준표 전 대표와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연대대상으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평가절하다. 특히 보수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거론되는 안 대표에 대해서는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외부인사에 서울시장 후보를 빼앗기는 우둔한 짓은 절대 안 한다고 일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모종의 정치적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차기 대권을 향한 밑그림을 차근차근 그려나가고 있다는 추측이다. 국민의힘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은 총선참패로 붕괴 위기에 놓인 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100여일간 쉼없이 일하면서 능력과 실적으로 당을 변화시켰다김 위원장의 대권도전 가능성을 본격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가능성 제로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내년 4월 재보선 정국에서 서울시장·부산시장을 모두 싹쓸이하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 속에서 레임덕 국면으로 진입한다면 김종인 위원장의 정치적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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