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증거금 58조6000억...1억 넣고 ‘5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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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직후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도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과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인 소액주주,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은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공모주 청약을 비롯해 장외주식에도 눈을 돌리는 등 투자처 확보에 한창인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공모주 청약 과정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일부 모집 방식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적정가 이상을 기록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는 시장 내에서 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모주 청약, 역대 최고 경쟁률...코스닥 세 번째 ‘따상상상’ 기대
- 증시 주변을 맴도는 잔류 증거금...“고액 자산가 유리, 개선 필요”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후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11일 기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순위 3위에 올랐다. 거래 이틀만에 시초가의 더블과 상한가 2번을 기록한 이른바 ‘따상상’을 실현한 셈이다. 나아가 여론은 3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 ‘현대사료’와 ‘펩트론’을 잇는 코스닥 역대 세번째 ‘따상상상’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박’”
시총 1위, 시간문제?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대표 주간사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일 카카오게임즈 일반 청약 마감 결과 최종 경쟁률이 1525대 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공모 규모는 3840억 원이었지만 청약 증거금이 58조6000억 원을 기록한 점을 통해 뜨거웠던 투자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월 약 31조 원을 기록한 SK바이오팜의 역대 최고 기록을 훌쩍 넘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11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만8700원(29.97%) 오른 8만1100원을 기록했다. 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은 5조9369억 원이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시총 순위 3위에 오른 상태로, 코로나19 여파로 시총 4위 자리를 꿰찬 제약업체 ‘알테오젠’을 상장 이틀 만에 제친 셈이다. 이와 함께 시총 2위 자리를 지키는 ‘신흥 강자’ 진단키트 업체 ‘씨젠’을 제칠 가능성도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따상상’으로 상장 이틀 만에 약 238%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차익을 얻게 됐다. 물론 역대 최대 청약 흥행 기록으로 주주 별로 배정된 주식수가 많지 않지만, 상장 이틀만에 공모가(2만4000원) 대비 237.91%(5만7100원)가 된 점은 이례적이다. 증거금 1억 원을 넣어 5주를 가진 투자자라고 가정할 경우 이틀만에 28만5500원의 차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증거금 ‘절반’ 증시 잔류
장외주식‧펀드 관심↑
소액투자자 “그림의 떡”


카카오게임즈에 몰린 청약 증거금 58조 원 중 절반은 증시 계좌에 고스란히 남은 상황이다. 주식을 배정받지 못해 환불된 자금이 증시 주변을 맴도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3조2000억 원으로, 전일 대비 16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전일 대비 13조원 증가해 58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사이 각각 10조 원 이상 증가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만큼, 업계에서는 향후 대체 투자에 사용될 대기성 자금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례로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나 카카오뱅크 등 IPO 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빅히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 디피씨 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주주인 한국금융지주, 예스24 등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장외주식시장과 공모주 펀드 등에 관심을 돌리는 주주들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과열로 배정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적다 보니, 장외 시장이나 펀드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해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의 지난달 거래대금은 총 14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1582억 원)보다 소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000억 원을 넘는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공모주 청약에 대한 소액투자자들의 참여가 높아지면서 배정 제도에 따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공모주 청약은 많은 청약 증거금을 제시할수록 많은 주식이 배정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만 주식 배정 확률이 높다보니 소액 투자자는 공모주를 배정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와 금투협은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반 청약자 물량으로 배정되는 공모주 20% 가운데 약 10%는 소액 청약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등 증거금을 적게 낸 투자자도 공모주를 보유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수요 예측 참여 유도를 위해 기관에 일정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청약 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배정 방식은 고액 자산가가 유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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