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입시비리...촛불집회분노, 공적가치 추구위해 정치 입문”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지난달 3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에 당 청년대변인 출신에 만 24세 대학생 박성민을 지명했다. 청년·여성을 염두에 둔 ‘깜짝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교차했다. 지난해 공개 오디션을 통해 민주당 청년 대변인으로 선발된 박 위원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1996년생 역대 최연소 최고위원이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박 위원이 왜 정치에 입문했고 국민을 위해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이 정치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좁다”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본인]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뉴시스]

 

- 언제 최고위원 임명 소식을 들었나.
▲ 이낙연 대표가 당대표에 당선된 바로 그날 저녁에 직접 연락을 줬다. 이 대표가 나를 최고위원으로 지명하겠다고 말해 줬지만 당에서 확정 발표되기까지 확신하지 못했다. 

 

- 이낙연 대표가 박 위원을 임명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나.
▲ 전당대회 당시 이낙연 당 대표 후보는 청년·여성들을 당내 의사결정 구성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 공약의 일환으로 이 대표가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는 나에게 ‘보통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을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 최고위원 지명 이전에 이낙연 대표와 친분이나 인연이 있었나.
▲ 없었다. 나는 선거관리위원이어서 중립의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캠프에도 속하지 않았다. 내가 전당대회 사회를 본 후보자 합동연설회 때 인사한 게 전부다. 

 

- 정치에 뜻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 내가 고3때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때 희생자들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고 방관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 2학년 무렵에 정유라 입시비리 사건이 터졌다. 그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촛불 집회로 표출되어 역사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봤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며 내가 나의 이익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멕시코에 한국어 봉사를 하러 갈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1년 동안 자기 성찰을 하며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나한테 더 맞구나 싶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은데 능동적인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정치라는 영역에 뜻을 갖게 됐다. 

 

- 성장 배경은 어땠나.
▲ 원래 집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가운데 IMF를 계기로 아버지 사업이 더 어려워졌다. 부모님은 이후 맞벌이를 하시다 작은 꽃가게를 시작하셔서 지금까지 하고 계시다. 나는 성장하면서 한 번도 재정적인 여유로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을 들어가고 금전적인 성공과 안정에 집착했었다. 대학에 입학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두 개씩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내가 정치를 하는 데 더 좋은 토양이 될 수 있었다. 

 

- 언제부터 정치를 시작했나.
▲ 2018년 6월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과 2019년 용인시 청년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같은 해 민주당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청년대변인으로 발탁됐다. 

 

- 청년대변인 활동을 하며 인상에 남았던 사건이 있나.
▲ n번방 사건이다. 작년 n번방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지만 선거법, 공수처 등 여러 정치적 현안들로 인해 이 사건이 뒷전으로 밀려 나는걸 봤다. 정말 심각하고 무거운 사건임에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끊임없이 다투고 있었다. 그 사이 피해자는 양산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이 사건에 관한 논평을 냈다. 여성 문제에만 국한된 건 아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정치권의 여성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 박 위원이 청년대변인 시절 작성한 논평을 보면 인권, 여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 사회는 다양한 문제들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정치권은 거대 현안에 관심을 쏟다 보니 청년, 여성, 인권 문제 등이 등한시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간과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 박 위원은 대변인 공개오디션에 지원해 최종면접 당시 ‘청년은 일회용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왜 그런 말을 했나.
▲ 많은 청년당원들이 내 말에 공감할 거다. 정치권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이 정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좁다. 그리고 기성 정치인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자신들의 필요와 현안에 따라 청년을 부르고 이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당 안에 질 높은 시스템을 구축해 청년들이 좀 더 수준 있는 정치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쌓게 해 줬으면 좋겠다. 

박성민 최고위원 [뉴시스]
박성민 최고위원 [뉴시스]

 

-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이후 첫 메시지는 무엇인가.
▲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메시지다. 보호종료아동이란 보육원,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 18세가 되면 독립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보호종료아동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런 어려움을 나눌 대상자가 없는 실정이다. 재정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지원까지도 정부에서 정책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내 첫 메시지로 언급했다. 

 

-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 분명 그런 우려의 목소리를 이해 못하는 부분은 아니다. 처음 임명 받았을 때 좀 더 겸손하고 지혜로워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다고 제 소신에 있어 겸손해지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임기 중간에 여러 평가들이 나오겠지만 그에 연연하지 않고 임기가 끝났을 때 때 최종 결과로서 평가받고 싶다. 

 

- 앞으로 정치인 박성민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다음 세대는 정치권에서 절망 대신 희망을 느끼는 환경 말이다. 나는 솔직히 정치를 하고 싶지 정치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권력은 정치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정치, 바른 정치를 위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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