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창신동 절벽마을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남산과 창신동 일대 [사진=신수정 기자]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남산과 창신동 일대 [사진=신수정 기자]
창신동 절벽마을 경관 [사진=신수정 기자]
창신동 절벽마을 경관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명소‧장인, 독특한 지역 상권 등이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권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가꿔 온 가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공간과 이를 지켜 온 인물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명소‧인물, 그리고 각 지역의 전문가와 독특한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네 번째로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절벽마을’을 집중 조명해 본다. 

비좁고 경사진 골목의 길모퉁이마다 늘어선 오토바이와 자전거들. 좁은 거리를 걷다 보면 빨간 벽돌집들 사이로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파른 골목의 끝에 회색빛 돌산과 절개지면 사이로 자라나는 초록빛 풀들에 다다르면 절개지 위 다양한 건축 형태의 집들과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60년대 후반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이곳은 ‘창신동 절벽마을’이다. 

일제강점기 채석장
해방 이후 봉제거리로 

‘창신동 절벽마을’ 탄생 배경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올라간다. 이때 경성부에서 경성을 대표할 서양 건축물 건설을 위해 창신동의 낙산을 직영 채석장으로 활용했다. 채석된 화강암들로 한국은행, 경성역(서울역), 경성부청(서울시청), 조선총독부를 건설했다. 이때 화강암이 깎여나가고 절개지가 형성됐다. 

이후 해방기와 한국전쟁을 맞으며 채석장이 폐쇄됐고 그 자리에 서울로 상경한 이주민들과 피난민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절개지 위로는 다양한 건축방법이 돋보이는 주택가가 형성됐다. 

1980년대가 되자 주택가를 중심으로 봉제 공장들이 900여 개나 생겨났다. 그러면서 붙여지게 된 이름이 ‘창신동 봉제거리’다. 동대문의 화려한 패션 산업의 배후에는 창신동 봉제거리가 떠받치고 있다. 유독 오토바이가 많이 지나다녔던 이유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봉제 자재들을 싣고 다니기 위함이었다. 

창신동 봉제거리 골목 [사진=신수정 기자]
창신동 봉제거리 골목 [사진=신수정 기자]
위에서 내려다본 오래된 주택가 [사진=신수정 기자]
위에서 내려다본 오래된 주택가 [사진=신수정 기자]

창신동 “서민의 삶 대변”

창신동 돌산 절개지의 왼편을 보면 낙산 성곽이 있다. 과거에는 성곽을 기준으로 광화문~동대문 일대에 임금과 신하들이, 성곽의 외곽 지역은 백성들이 살았다. 

지금은 성곽 안쪽인 충신동 일대에 큰 건물들이 들어서며 비교적 지역 발전을 이뤘다. 반면, 창신동은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친 후 지역적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창신동만의 특징인 ‘봉제 산업’은 동대문 의류 산업의 주춧돌이 되어 번화가인 동대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 여파가 이어지는 것일까. 주민 A씨에 따르면, 성곽 안쪽인 충신동은 큰 건물들로부터 걷은 세금을 노인 복지에 추가적으로 지원한다. 반면, “창신동은 정부의 예산 외에 세금을 확보할 만한 방법이 제한된 환경이라 충신동보다는 노인 복지가 약하다”며 “알게 모르게 과거 서민들의 삶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들의 발자취 
‘서울 속 숨은 관광지’

창신동은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 가수 김광석, 화가 박수근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남은 동네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도깨비와 미생, 영화 건축학개론을 창신동에서 촬영했다. 

창신동의 색다른 매력 때문일까. 최근에는 그림을 그리려고 오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늘었다. 주민 A씨는 “이달에만 2~3팀의 촬영팀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절벽 위에 서울 도심경관을 구경할 수 있는 자리에 카페와 공방들이 간간히 들어서는 추세다. 

절벽 절개지 바로 아래 주택가에 거주중인 주민 A씨는 “탁 트인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기분이 전환돼요”라고 말했다. 동네를 방문한 시민 B씨는 ”대부분 오래되고 낡았지만 어딘가 활기찬 느낌이 드는 묘한 동네“라는 후기를 전했다. 

봉제 공장 거리, 낙후된 집들, 비좁은 골목들의 풍경과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 화려한 도시를 등지고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창신동 절벽마을은 ‘서울의 숨은 관광지’다. 

절벽마을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창신6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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